"이탈리아 미술, 르네상스·바로크가 전부는 아닙니다"(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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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이탈리아 총리 관저로 쓰이고 있는 로마 키지궁은 1960년까지 이탈리아 외교협력부가 사용하던 건물이었다.
300여년 역사의 화려한 이 궁에서 떠난 외교협력부는 로마 변두리의 파르네시나궁으로 이전했다.
로마 중심에서 외곽으로, 그것도 평범한 건물로 이전한 데 실망한 외교협력부 직원들은 40년 가까이 파르네시나에 손대지 않은 채 근무했다.
이탈리아 외교협력부의 이탈리아 현대 미술품 컬렉션을 일컫는 '파르네시나 컬렉션'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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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현재 이탈리아 총리 관저로 쓰이고 있는 로마 키지궁은 1960년까지 이탈리아 외교협력부가 사용하던 건물이었다. 300여년 역사의 화려한 이 궁에서 떠난 외교협력부는 로마 변두리의 파르네시나궁으로 이전했다.
파르네시나궁은 금과 대리석으로 치장된 화려한 키지궁과는 달리 단순하고 소박한 건물이었다. 로마 중심에서 외곽으로, 그것도 평범한 건물로 이전한 데 실망한 외교협력부 직원들은 40년 가까이 파르네시나에 손대지 않은 채 근무했다.
독일에서 외교관으로 근무하다 1998년 귀국한 움베르토 바타니 현 베네치아 국제대학 총장은 파르네시나가 너무 텅 비어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건물의 단조로움을 바꾸고 이탈리아가 새로운 시대에 접어들었다는 것을 외교협력부를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알리는 방법을 고민했던 그는 미술품을 보여주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바타니는 그 후 친분이 있던 작가들에게 미술품 대여를 부탁했고 이렇게 하나둘 도착한 미술품들로 파르네시나의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이탈리아 외교협력부의 이탈리아 현대 미술품 컬렉션을 일컫는 '파르네시나 컬렉션'의 시작이었다. 이름은 컬렉션이지만 예산상의 문제 등으로 외교협력부가 실제 작품을 구입해 소장하지는 않고 대여해 전시한다.
파르네시나 컬렉션을 한국에 소개하는 전시가 15일부터 서울 소격동 아트선재센터 3층 스페이스2에서 열린다.
컬렉션 중에서 선별한 63명의 이탈리아 작가 작품 70여점을 선보인다. 이탈리아 '미래주의'를 대표하는 움베르토 보초니(1882∼1916)의 '공간에서 연속하는 단일한 형태'의 청동 버전, 2007년 덕수궁미술관에서 대규모 개인전이 열렸던 조각가 마리노 마리니(1901∼1980)의 청동 조각 '말', 깡통에 자신의 대변을 넣고 밀봉한 작품 '예술가의 똥'으로 유명한 피에로 만초니(1933∼1963)가 자신의 발자국을 나무에 표현한 '마법의 발판' 등이 왔다.
전시 기획은 이탈리아의 저명 미술평론가이자 큐레이터인 아킬로 보니토 올리바(84)가 맡았다. 1993년 베네치아 비엔날레 총감독을 지낸 보니토 올리바는 이후 1995년 베네치아 비엔날레에 한국관이 생기는 데 도움을 준 인물이기도 하다.
전시를 위해 한국을 찾은 알렉산드로 데 페디스 이탈리아 외교협력부 공공문화외교국 국장은 13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탈리아 미술 하면 로마 미술과 르네상스, 바로크 같은 것을 떠올리지만 이탈리아 미술은 그때 끝난 게 아니라 그 뒤에도 번성했다"면서 이탈리아의 현대미술을 알리고 싶어 이번 전시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번 전시는 이탈리아와 한국 간 하나의 대화이자 새로운 다리를 형성하는 것"이라면서 이탈리아의 현대 문화에도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전시는 8월20일까지.
zitro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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