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감사원 전현희 감사보고서 진상조사, 처음부터 ‘유출’ 초점 내부 감찰
진상 파악 전에 ‘유출’ 상정
직접 내부 감찰에 의구심도
감사원이 지난달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 감사보고서 의결 과정에서 빚은 내부 진통의 경과를 파악하기 위해 만든 감찰 기구에 ‘내부논의사항 유출 등에 대한 진상조사 태스크포스(TF)’란 이름을 붙인 것으로 확인됐다. 논란의 진상을 파악하겠다며 TF를 꾸렸지만, 사무처와 갈등을 빚은 주심 조은석 감사위원 등을 상대로 한 내부 감찰에 주력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다수의 언론 유출 건을 두고 이번 건만 찍어서 색출하는 것은 내로남불이란 지적이 나온다.
경향신문이 13일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감사원은 전 전 위원장 감사보고서가 공개된 지난달 9일 ‘내부논의사항 유출 등에 대한 진상조사 T/F 운영계획(안)’을 작성해 최재해 감사원장의 서명을 받았다. TF 이름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 원장은 지난달 2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이 건(전 전 위원장 감사보고서 의결)과 관련된 내용들이 자꾸 언론에 유출이 되고, 주심감사위원이 비공개로 자료를 접촉해서 받았다는 의혹이 계속 제기됐다”며 “도대체 어떤 경과로 그런 일이 벌어졌는지를 조사해 보기 위해서 9일에 TF가 하나 만들어져서 일단 시작을 했다”고 말한 바 있다.
조 위원이 지난달 12일 감사원 내부망에 ‘주심위원인 내 최종 열람도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전 전 위원장 감사보고서가 일반에 공개됐다’는 취지의 비판 글을 올리고, 보고서 작성을 주도한 감사원 사무처가 반박하면서 진실 공방을 벌인 부분에 대한 진상조사도 이 TF가 맡았다. 최 원장의 진상조사 명령 다음날인 지난달 20일 TF는 조 위원 비서관 역할을 맡은 감사관을 상대로 강도 높은 조사를 실시했다.
감사원에는 감사원 내부를 객관적으로 감찰하기 위해 외부에서 공모한 감찰관을 두고 있는데, 별도 TF를 꾸린 데 대한 뒷말이 나온다. 이를 두고 감사원 사무처가 원하는 결과를 끌어내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된다. 사무처 수장인 유병호 사무총장이 사실상 지휘하는 TF라면 진상조사가 공정하게 제대로 될 것인지에 대해선 의문이 남는다. 전임 감사원장인 최재형 국민의힘 의원은 원장 재임 시 월성 1호기 감사 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논란이 불거지자 국회 국정감사에서 “내부 감찰은 감찰관을 통해 엄격히 하려고 하고 있다”면서 김현철 감찰관에게 감찰을 맡긴 바 있다.
윤석열 정부 들어 감사원 내부 논의사항이 의결되기 전에 보수 언론을 통해 알려지는 유출 건은 다수 있었다. 하지만 다수의 기존 유출 건은 문제삼지 않고, 전 전 위원장 건만 진상조사를 하는데 대해 표적 감찰이란 지적도 있다. 감사원이 최근 인사에서 ‘유병호 사무총장 사단’으로 분류되는 인사를 감찰담당관실에 보낸 것을 두고도 표적 감찰을 강화하기 위해서라는 말이 내부에서 나온다.
감사원 관계자는 “지난달 9일 TF를 꾸린 것은 일부 언론의 오보 때문”이라며 조 위원을 콕 집어 내부 감찰에 나선 것은 아니었다는 취지로 말했다. 김 감찰관도 TF에 포함됐다고는 했다. 다만 ‘감찰관이 TF 수장을 맡고 있느냐’는 질문엔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김 의원은 “감사원 내부 감찰 업무를 담당하는 감찰관에게 맡기지 않고 별도 색출 TF를 꾸린 것으로 조은석 감사위원을 타깃으로 한 감찰이라는 것이 보다 명확해졌다”며 “삐뚤어진 감사원을 정상화시키는 일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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