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생물다양성
'기후변화'란 거센 파도 뒤로 쓰나미가 몰려오고 있다. 바로 '생물다양성' 이슈다. 지난 50년간 지구상 야생동물 수는 약 70% 감소했다고 한다. 믿기 어려운 수치이나 사실이다. 우리나라 야생동물 숫자는 크게 줄지 않았다고 하니 다행일까? 그렇지 않다. 우리는 부지불식간 자연과 생태계를 볼모로 한강의 기적을 이루었고, 세계 10위 경제대국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바다로 눈을 돌려보자. 지난 반세기 갯벌은 간척의 최대 희생양이었다. 서울시 크기의 4배나 되는 자연 갯벌은 사라졌고 매립지는 수많은 저서생물의 무덤밭이 됐다. 그만큼 생물다양성도 큰 타격을 입었다. 맛의 황제 화성 가리맛조개도, 조개의 여왕 새만금 백합도 자취를 감춘 지 오래다. 세계 최고 수준의 해양생물다양성을 자랑하는 한국 갯벌의 민낯이다.
자연이 인간에게 주는 혜택을 생태계서비스라 한다. 크게 4가지로 나뉜다. 자원을 제공하는 공급서비스, 자연재해를 줄여주는 조절서비스,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문화서비스, 그리고 이 세 가지 서비스를 지원 사격하는 지지서비스가 있다. 중요한 점은 지지서비스의 출발이 '생물다양성'이란 점이다. 생물다양성이 높으면 공급, 조절, 문화서비스의 경제적 가치도 커지기 때문이다.
이제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 즉 두 마리 토끼를 쫓아야 하는 상황이 됐다. 다행히 최근 제15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에서 생물다양성 회복, 보호지역 확대, 생태계 복원을 골자로 한 '쿤밍 선언'이 채택됐다. '30×30' 목표 달성이 관건이다. 2030년까지 전 세계 196개국은 육상과 해양의 최소 30%를 보호지역으로 지정해야 한다. 우리는 육상 13%, 해양 28%를 보호지역으로 추가해야 하는 큰 숙제가 생겼다. 갈 길이 멀다.
기업의 역할도 더욱 커졌다. 2025년 ESG 의무공시가 임박한 가운데 기후변화는 물론 자연, 즉 '생물다양성' 보존이란 새 의제까지 감당해야 한다. 생물다양성 손실이 경제에 미칠 악영향은 자명하다. 생물다양성이 생태계서비스의 원천이기 때문이다. 최근 국내 몇몇 기업이 기후변화와 함께 생물다양성 경영을 강화한다는 소식은 고무적이다. 그러나 속도가 문제다.
해양생물학자 레이철 카슨은 이미 60년 전 '침묵의 봄'을 통해 과도한 인간활동이 가져올 환경 비극을 경고했다. 그리고 1992년 '리우 선언'에서 '지속가능성'이란 글로벌 어젠다가 채택되고 다시 30년이 훌쩍 넘었다. 그러나 인간의 욕심은 작금의 기후위기와 생물다양성 붕괴란 최악의 시나리오를 멋모르고 선택했다. 지난 반세기 수많은 합의와 약속이 반복됐지만 잘 지켜지지 않았다.
작년 여름 물폭탄 장마와 달리 올여름 장마는 도깨비, 홍길동 장마로 불린다. 장대비가 여기저기서 쏟아지고, 폭우와 폭염이 반복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일기 예보를 맞히기 어려운 이유다. 생태계 예측은 더욱 어렵다. 생물다양성이 생물과 무생물의 상호관계, 그리고 먹이사슬까지 포함하기 때문에 사실상 예측이 불가능할 정도다. 한순간 '젠가' 무너지듯 생물다양성이 붕괴될 수 있음을 기억하자.
[김종성 서울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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