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도, 1분의 차이가 디저트 맛을 가릅니다"
일본은 디저트가 여행의 목적이 될 만큼 유명한 '디저트 천국'이다. 일본은 특유의 장인정신과 섬세한 손기술로 종주국인 프랑스를 위협할 정도의 디저트 강국이 됐다. 이런 일본에서 디저트 명장을 꼽으라면 단연 요로이즈카 도시히코(58·사진)가 우선 거론된다. 제과제빵 경력만 36년, 파리 제빵박람회 우승자이자 벨기에 미쉐린 3스타 레스토랑의 파티시에로 일한 그가 롯데호텔과 팝업스토어를 열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지난 7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만난 요로이즈카는 "고교 졸업 후 진로를 찾다가, 프랑스요리를 하고 싶었지만 당시 생소한 분야였던 파티시에가 더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해 이 업에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요리 자체를 시작한 건 집밥이 맛없었기 때문"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가볍게 시작한 일이었지만 일에 대한 집념은 묵직했다. "일본 가구 장인이었던 부친의 정신을 이어받으려 했고 항상 내가 글로벌 디저트 1위라고 생각하며 일한다."
요로이즈카는 디저트 형태에 파격을 가하거나 맛의 반전을 꾀하지 않는다. 화려함과 거리를 두고 정공법으로 맛을 낸다. 디저트 제조 노하우에 대해 그는 "100년 넘는 세월 동안 시행착오를 거쳐 완성된 표준 레시피가 모두에게 공개돼 있고 이걸 그대로 따르면 된다. 당연한 걸 당연하게 하는 것, 그게 그렇게 어렵다"고 했다.
"파이를 만든다고 치자. 밀대로 반죽을 밀고 2시간 동안 휴지(休止)를 둬서 온도를 40도까지 떨어뜨려야 한다. 그리고 똑같이 40도를 맞춘 버터를 속에 넣고 반죽을 접는다. 이 작업을 반복하면 파이 맛이 절로 난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1~2도 정도 차이는 괜찮아' '2시간을 언제 기다려' 하며 방법을 지키지 않는다." 이번 롯데호텔 팝업스토어에서 선보인 '망고 타르트' '초코 오렌지' '레몬 치즈' 등 디저트도 맛은 복합적이되 겉모습은 이름처럼 단순했다.
요로이즈카는 재료도 엄격하게 따진다. "디저트 맛은 재료의 품질이 첫째"라는 그가 택한 방법은 직접 기르는 것이다. "디저트를 제대로 만들기 위해 농장을 샀다. 일본 오다와라시 농장에서 오렌지와 레몬, 블루베리 등을 재배하고, 초콜릿을 위해 에콰도르에 카카오 농장도 갖고 있다. 현재 애플망고 수급을 위해 대만 농장을 물색 중"이라고 했다. 그는 "고급 디저트의 미래는 '라이브 디저트'에 있다"고 했다. 라이브 디저트란 바(bar) 테이블에 앉은 손님 앞에서 '애드리브 디저트'를 만드는 퍼포먼스를 보여 시각과 미각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형태의 영업이다. 그는 도쿄에 본인 이름을 내건 라이브 디저트 매장 2곳을 운영 중이며, 고(故)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를 비롯해 일본 정·재계 인사들이 그의 디저트를 즐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일본도 대형 프랜차이즈 같은 '큰손'들이 디저트 시장을 잠식하겠지만 라이브 디저트만은 쉽게 치고 들어오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디저트 수준에 대해선 "식문화 차이 때문에 쉽사리 판단하기 어렵다"며 생크림을 예로 들었다. "한국은 팜유 등 식물성 원료의 생크림을 주로 쓰고 있고, 한국 소비자도 식물성 생크림에 입맛이 길들여진 것 같다. 일본은 우유에서 비롯된 동물성 생크림을 쓰고 유지방 함량에 따라 생크림 종류가 다양한 편"이라고 했다.
그는 "복싱 선수라면 챔피언 타이틀을 목표로 삼을 수 있지만, 파티시에는 손님이 디저트를 먹는 모든 순간이 챔피언 타이틀 매치와 같다. 그래서 여전히 내 디저트가 맛있다는 손님의 평가를 들을 때가 가장 기쁘다"고 말했다.
[진영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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