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답]이창용 "구조개혁 미루다 韓경제규모 순위 더 낮아진다"

박광범 기자 2023. 7. 13.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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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사진공동취재단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2023.7.13/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고령화와 저출산 (등에 따른 우리사회) 구조조정을 미뤘기 때문에 기업경쟁력이 많이 둔화됐다"며 "걱정스럽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이날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마친 뒤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의 지난해 기준 명목 국내총생산(GDP) 순위가 13위로 추락한 배경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한은에 따르면 한국의 지난해 명목 GDP는 1조6733억달러(시장 환율 적용)로 세계 13위 수준으로 추정됐다. 전년 10위에서 3계단 하락했다.

한국은 2021년만 해도 명목 GDP 1조8109억달러의 10위 경제 대국이었다. 당시에는 11위 러시아(1조7787억달러), 12위 호주(1조7345억달러), 13위 브라질(1조6089억달러)을 제쳤지만 지난해 추월 당했다. 러시아(9위), 브라질(11위), 호주(12위) 등이 우리나라를 앞섰다.

다만 이 총재는 지난해 순위에 대해서는 "환율 변동에 따른 단기적 순위 변화"라고 큰 의미 부여를 하지 않았다. 지난해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에 따라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이 환율 영향을 유독 크게 받은 영향이란 설명이다. 단기적 환율 요인에 따른 순위 변동은 추후 얼마든 재조정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총재는 다른 측면에서 한국의 경제규모 순위 하락 가능성을 우려했다. 그는 "단기 환율은 언제든 바뀔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고령화와 저출산 등 구조개혁을 미뤄 경쟁력이 둔화되고 성장률이 낮아져 경제순위가 떨어지는 게 더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출산과 고령화를 '정해진 미래'로 그대로 받아들이려는 시각을 경계했다. 이 총재는 "저출산 트렌드 자체도 '정해진 미래'라기 보다는 우리가 어떻게 구조개혁을 통해 대응하느냐에 따라 얼마든 (미래가) 달라질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눈에 보이는 추세를 구조개혁 못해서 마치 피하지 못할 운명처럼 받아들이지는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시스] 사진공동취재단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7월 금융통화위원회 관련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2023.07.13. *재판매 및 DB 금지

다음은 이 총재와의 일문일답.

한국 GDP 순위가 13위로 떨어졌는데, 어떻게 평가하나.
지난해 우리나라 명목 GDP가 13위로 떨어진 건 단기적으로 환율 변화에 기인한 순위 변화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에너지에 굉장히 의존하고 있는 나라이기 때문에 작년에 석유값이 올라갈 때 결과적으로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이 많이 절하됐다. 반면 한국보다 순위가 올라간 나라인 브라질, 러시아, 호주는 에너지나 원자재 생산국이자 수출국이다. 그래서 그쪽은 환율 영향이 없었다.

단기적으로 환율 변동에 의해 조금 변동하는 것은 언제든지 바뀔 수 있지만 더 걱정스러운 것은 중장기적으로 우리나라가 고령화, 저출 등 여러가지 구조조정을 미뤘기 때문에 기업경쟁력이 많이 둔화됐다.

이런 것을 고려하면 한국 성장률이 낮아지게 되면 불가피하게 경제규모의 순위도 낮아질 것이다. 그게 더 구조적으로 큰 문제다. 이런 트렌드 자체도 정해진 미래라기보다는 우리가 어떻게 구조개혁을 통해서 대응하느냐에 따라서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구조개혁을 하지 못해서 눈에 보이는 추세를 피할 수 없는 운명처럼 받아들이지는 말아야 한다.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와 최근 역전세난, 새마을금고 사태까지 부동산 레버리지에 따라 같은 시나리오 안에서 주인공만 바뀌는 것 같다. 다른 취약 부분에서 문제가 나타날 가능성은.
제가 다른 주인공을 이야기하면 대서특필할 것이다. 부동산 레버리지가 워낙 컸고 조정하는 과정이 순탄히, 아무 문제 없이, 조용하게 될 것이라고 보지는 않는다.

다만 예전과 달리 다행인 것은 그동안 여러 규제가 작동하면서 한 섹터, 예를 들어 특정 증권이나 상호저축, 새마을금고 등 한 섹터가 다 위기에 몰린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 새마을금고도 그 안에서 건전한 곳이 있고 익스포저가 큰 곳이 있다. 지금 문제가 특정 섹터보단 개별기관 문제기 때문에 조정해가며 연착륙하는 과정에서 순서 있게 대처하면 충분히 관리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가계부채가 크게 늘었다. 금융당국에서는 아직 가계부채 억제 정책이 나오지 않고 있다. 아직 대응이 필요한 상황은 아니라고 보는지. 가계부채 문제에 금리 인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보나.
이번 금통위 회의에서도 여러 위원들이 가계부채 증가세에 큰 우려를 표했다. 사실 이 문제는 정답이 있는 것이 아니고 정교한 정책 대응이 필요한 사안이다. 우리나라에서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지난 70년간 1997년 외환위기와 2003∼2005년 카드 사태, 코로나19(COVID-19) 이후 등 몇번의 위기시를 제외하면 꾸준히 상승했다.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올해 103%로 내려왔는데 이 비율이 계속 늘어나면 우리 경제에 큰 불안요소로 작용하기 때문에 이를 더 키울 수 없는 것은 너무 뚜렷한 사실이다.

(하지만) 가계부채는 부동산 시장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단기적으로 급격히 조정하려고 하면 의도치 않은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최근 부동산 PF 문제, 역전세난, 새마을금고 사태 등이 그 예일 것이다. 지금은 단기적으로 부동산시장 연착륙을 위해 자금 흐름 물꼬를 트는 미시적 대응이 필요한 동시에 중장기적으로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 줄여나가는 거시적 대응도 균형 있게 추진하는 접근이 필요한 상황이다.

가계부채 문제 때문에 금리를 앞으로 올릴 가능성이 있느냐는 것은 이론적으로는 가계부채가 예상보다 더 크게 늘어난다면 금리뿐만 아니라 거시건전성 규제를 다시 강화한다든지 여러 정책을 통해서 대응할 수 있는 옵션이 있다고 생각한다. 금통위원들도 이런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놓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로 대출이 늘면서 투기 수요가 다시 과열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는데.
가계부채가 늘어난 것은 우려스럽다. 그런데 미시적 정책을 하지 않아서 전세자금이 안 돈다거나 금융 불안정이 생겼다면 또 다른 문제가 됐을 것이다. 그래서 정교하게 양쪽을 다 보며 해야 한다.

정부의 역전세난 대책 등이 가계부채를 늘리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건 분명하다. 그러나 이는 미시적으로 자금시장 물꼬를 틀 필요가 있어서 하는 정책이고 이 자체가 (거시적 통화정책과) 상충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정책 공조가 잘 된다고 볼 수도 있고 통화정책이 무용화됐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평가는 조금 지난 뒤에 하면 좋겠다.

4연속 금리 동결로 연내 금리 인하 기대도 커졌다. 금통위원들의 생각은?
시기를 못박아서 연내에 인하하겠다, 이런 것은 저희들은 얘기할 수가 없다. 왜냐하면 경제전망이라는 것은 항상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금리 인하는 계속 말했듯 물가목표인 2%로 물가가 충분히 수렴하고 있는 과정에 도달했다는 확신이 들 때 인하를 논의할 것이다.

하반기 경기 전망은. 중국 리오프닝 효과는 언제 나타날 것으로 보나.
5월 통화정책방향 회의 이후 상황을 보면 미국 경제 연착륙 가능성이 커져 우리 성장에 도움을 주는 반면 중국 경제의 불확실성은 더 커졌다. 중국은 우리가 예상한 대로 성장률이 빠르게 오르지는 않는 것 같다.

우리 경기 전체로 볼 때는 중국 하나만 보는 것은 아니다. 종합적으로 봤을 때 좋아진 것도 있고 나빠진 것도 있어 지난 5월 전망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중이다.

지하철 요금 인상 등 공공요금 인상이 향후 물가 관리에 미치는 영향은
지하철 등 교통요금뿐 아니라 전기·가스 요금 등 공공요금 관련해 지금까지 인상된 것은 연초 물가상승률을 예측할 때 어느정도 포함시켜 놨다. 향후 추가로 더 올라가는 부분에 대해서는 조정이 필요한 사항이라고 지난 물가설명회 때 말씀드렸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근원물가 상승률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있다. 공공요금과 재정지출 상황 등을 봐야 하기 때문이다. 물가가 2%대로 수렴한다는 증거가 필요하다는 것을 생각할 때 바로 그런 변수들을 유심히 보고 있다.

박광범 기자 socoo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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