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자유총연맹, 정관서 ‘정치적 중립’ 조항 삭제···내년 4월 총선 개입 우려

문광호·정대연·조문희 기자 2023. 7. 13.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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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호 “내년에 우파가 많은 부분 확보해야”
한국자유총연맹의 내년 총선 개입 가능성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13일 서울 중구 한국자유총연맹 정문 위로 비가 내리고 있다. 이준헌 기자

한국자유총연맹이 올해 3월 정관에서 ‘정치적 중립’ 조항을 삭제한 것으로 13일 확인됐다. 강석호 자유총연맹 총재는 지난달 우파 유튜버들을 자문위원으로 위촉하면서 “내년에 큰 뭐 그게 안 있겠나. 거기서 어느 정도 우파가 많은 부분을 확보를 해야만 전체가 바로 돌아간다”고 말한 사실도 확인됐다. 자유총연맹의 내년 총선 개입 가능성을 두고 논란이 일 것으로 전망된다. 자유총연맹은 행정안전부 소관 법정단체로 한해 수십억대의 보조금을 받는다.

이날 경향신문 취재 결과 자유총연맹은 지난 3월 정관에서 ‘정치적 중립’ 조항을 삭제했다. 자유총연맹은 2016년 4월 총선 동원 의혹,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정국 당시 촛불집회 맞대응 집회 동원 의혹이 제기되면서 정치적 중립 논란에 휩싸이자 2018년 10월 정관에 ‘총연맹은 사업을 행함에 있어 정치적 중립을 지킨다’를 조항을 삽입했다.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의원 출신인 강 총재 취임 후인 지난 3월 정관을 개정하면서 해당 조항이 사라졌다. 소관 주무부처인 행안부는 정관 개정을 승인했다.

이날 자유총연맹 공식 유튜브 채널을 확인한 결과 지난달 16일 ‘한국자유총연맹 자문위원회 신규위원 위촉식’에서 자유총연맹의 활동 방향에 총선을 염두에 두는 듯한 발언이 나오기도 했다. 당시 자문위원인 김상진 신자유주의연대 대표는 “여기 있는 많은 유튜버들이 문재인 정권에서 굉장히 탄압들을 많이 받았다”며 “경기가 어려워지는데 예산을 좀 많이 좀 확충해서 자문위원들에게 차비 조라도 챙겨줄 수 있는 예산을 확충해주면 더 힘을 내서 대한민국의 자유와 안보를 무너뜨리는 세력과의 ‘맞짱’을 깔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강 총재는 “올해 우리가 (내년도 정부 보조금 예산으로) 처음으로 23억원을 올려놨다”며 “정부 쪽하고 국회 쪽은 우리가 최선을 다하는데 지난 정부 때는 자유총연맹에 대한 역할을 하지 말라고 예산을 안 줬다. 올해는 예산을 이렇게 해서 내년도에도 가고 내년에는 또 더 많은 일들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강 총재는 “내년에 큰 뭐 그게 안 있겠나. 거기서 어느 정도 우파가 많은 부분을 확보를 해야만 전체가 바로 돌아간다”고 말했다. 예산 확보를 위해서는 자유총연맹이 내년 총선에서 우파가 많은 표를 확보할 수 있는 활동을 해야 한다는 취지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이다. 한 자문위원도 강 총재의 발언 이후 “내년 총선을 앞두고 확장성이라는 문제로 여러분들이 좀 고민을 해 주셨으면 한다”며 “그런 부분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이나 조언이나 자문을 꼭 하고 싶다”고 말했다. 자유총연맹의 해당 회의가 녹화된 유튜브 영상은 이날 경향신문 보도가 나온 직후 비공개 처리됐다.

최기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자유총연맹 보조금 및 내역’에 따르면 자유총연맹은 ‘행복한 선진시민사회 구현’ 명목으로 올해 중앙정부로부터 2억8500만원을 지원받는다. 지난 4월 국세청에 신고된 공익법인 결산서류를 보면 지난해 자유총연맹이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지원 등으로부터 받은 보조금 수익은 42억7961만원이었다. 자유총연맹은 6·25전쟁 직후인 1954년 6월 아시아민족반공연맹에서 출발한 법정단체로 보조금뿐 아니라 조세감면, 시설 지원 등 혜택도 받고 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자유총연맹 제69주년 창립기념행사에 참석해 축사에서 “자유총연맹은 그 어느 때보다 사명과 책임이 가장 큰 순간을 맞이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직 대통령이 이 단체의 창립기념행사에 참여한 것은 1999년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24년 만이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문재인 정부와 야당을 겨냥해 “반국가세력” “국가정체성 부정세력”이라고 말했다. ‘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월17일 강 총재 취임식에 참석해 “여기 왜 오라고 했을까 생각해 보니 제가 (국회) 행정안전위원장이지 않나. ‘예산 확실히 챙겨라’(는 것 아니겠나)”라며 “제가 있는 한 자유총연맹 예산 확실히 챙기겠다”고 말했다.

경향신문은 이날 해외에 있어 통화가 어렵다고 밝힌 강 총재에게 문자로 발언 취지에 대해 묻자 “그런(총선 개입) 뜻은 아니고 올해 많은 일들을 해서 내년 예산 확보에 만전을 기하자는 뜻”이라고 밝혔다. 정치적 중립 정관 삭제에 대해서는 “이미 국민운동단체로 정치, 선거운동을 못하므로 별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신동혁 자유총연맹 사무총장은 이날 기자와 통화하며 “정치적 중립 조항을 삭제한 건 맞지만 우리는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수호하고 발전시키는 단체라 그것에 대해서는 여든 야든, 좌든 우든 어떤 얘기도 할 수 있다”며 “그런데 이제 그런(정치적 중립) 것을 넣어놓으니까 선거에 대해서는 당연히 중립을 하는데 모든 행동을 할 때 정치적 중립 여부를 검토받게 돼 (개정했다)”고 밝혔다.

신 사무총장은 강 총재의 발언에 대해서는 “내년 총선에 대해 얘기한 것 없다”고 해명했다. 자문위원들의 발언에 대해서도 “개인별로는 자문위원들의 자기 성향이 있을 수 있다. 우리 직책자들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한국자유총연맹 창립 제69주년 기념식에 입장하며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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