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테니스계 높디 높은 유리천장…여성코치는 희귀종
케이티 맥널리의 어머니이자 코치인 린 네이버스 맥널리(왼쪽 둘째)가 2023년 7월8일 윔블던 여자 복식 1회전에서 딸과 미국의 애슐린 크루거가 프랑스의 캐롤라인 가르시아, 브라질의 루이사 스테파니와 경기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네이버스 맥널리는 윔블던 여자 단식에서 선수와 함께 일하는 6명의 여성 코치 중 한 명이다. WTA(세계 여자 테니스 협회) 톱 200위 안에 여성 코치가 있는 선수는 13명뿐이며, 그중 4명은 선수의 어머니다.
세계 4대 테니스 대회 중의 하나이며 역사가 가장 오래된 윔블던대회가 막바지를 향해 치닫고 있다. 올해 여자단식에선 온스 자베르, 아리나 사발렌카, 엘리나 스비톨리나, 마르케타 본드로우쇼바가 4강에 진출해있다.
여기서 질문 하나. 야구, 축구, 골프 등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스포츠엔 으레 선수 곁에 코치가 있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여자테니스 선수들의 코치 중엔 여성이 많을까, 남성이 많을까? 다른 스포츠와 마찬가지로 남성이 좀 더 많을 것이란 짐작을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스포츠에선 성비가 심하게 무너져있다. WTA 톱 200위 안에 여성 코치가 있는 선수는 13명뿐이며, 그중 4명은 선수의 어머니다.
역사적으로 살펴봐도 여성 테니스 코치는 흔치 않다. 빌리 진 킹 같은 전설의 선수 출신 코치는 70년대 말과 80년대 초에 미국 페드컵 코치를 했다. 마르티나 나브라틸로바는 모니카 셀레스, 마리야 샤라포바 등 당대 최고의 선수들을 코치하기도 했다. 그 밖에 사례가 많지 않다.
이유가 뭘까? 다른 몇 스포츠와 비교해보자. 야구는 확실히 여자대회가 활성화되어 있지 않다. 축구는 여자 월드컵이 있고 한국팀이 본선에 진출했다. 그렇지만 세계적으로 봐도 여성축구리그가 남성리그만큼 활성화되어 있다고 보긴 힘들다. 골프는 경우가 완전히 다르다. 2021년에 열린 2020 도쿄올림픽 남자 골프 감독은 최경주였다. 여자팀은? 레전드 박세리였다. 굳이 여자팀을 남자가 맡을 일이 없다.
다시 테니스로 돌아와 보자. 과거 이덕희와 박성희라는 걸출한 선수들이 메이저대회에 진출한 경력이 있지만 현재 한국 여성테니스 선수 중에 톱레벨은 없다. 그러나 세계무대를 보면 여자테니스의 인기와 시장규모가 결코 남자대회에 비해 약하다고 할 수 없다.
그런데 왜 테니스에서 여성코치가 남성보다 압도적으로 적을까? 올해 1월 스포츠 칼럼니스트인 테레사 음왕기는 한 칼럼에서 이렇게 썼다.
“여자 선수가 남자 코치나 여자 코치를 더 선호하는지에 대한 일반적인 사회적 합의는 없다. 일부 여자 선수들은 남자 코치와 더 잘 공감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남자 코치를 더 선호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여성 선수들은 스포츠를 높은 수준으로 이해하고 있으며 남성 코치와의 긍정적인 경험을 가지고 있다. 앤디 머레이의 어머니인 주디 머레이는 ‘여성은 남성만큼 세게 치지 못하기 때문에 많은 여성 선수들이 남성을 코치로 영입하여 타격 파트너로 삼는다’고 주장한다.”
그의 칼럼은 이렇게 이어진다.
“마찬가지로 일부 여성 선수는 여성 코치를 더 선호한다. 예를 들어 문화적, 사회적, 가족적 압박이나 다른 문제점처럼 여성 선수가 겪는 특별한 어려움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 여성 테니스 코치들은 여성 선수들과 더 잘 어울리는 것으로 유명하다. 일부 여성 선수들은 여성코치에게 더 많은 것을 배운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궁극적으로 코치 선택은 개인적인 것이며 각 선수의 선호도, 성격 및 목표는 다를 것이다. 그런데 세계적으로 여성테니스코치의 고용시장이 크지 않다 보니 여성이 코치가 되려면 진입장벽이 높고 많은 난관이 따른다. 따라서 ‘테니스코치=남자’라는 불문율을 깨지 않고서는 직업으로서의 안정성이 대단히 불안하다.”
최근에 세계 여자 테니스협회는 은퇴를 앞둔 일부 여성선수들에게 코치 일을 시작하는 데 도움이 될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지난해 11월 스티브 사이먼 WTA 회장은 인터뷰에서 여자테니스계에서 남녀 코치가 동수로 구성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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