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제작 시대의 그림자? JTBC 드라마의 잇따른 논란[스경연예연구소]

하경헌 기자 2023. 7. 13.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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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주말극 ‘킹더랜드’ 포스터. 사진 JTBC



JTBC 드라마의 제작진이 다시 고개를 숙였다. 작품과 관련한 논란이 계속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 줄곧 이어지고 있는 논란에 제작사는 물론 방송사에서도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

‘킹더랜드’ 제작진은 13일 오전 아랍어로 작성된 사과문을 다시 한번 홈페이지에 올리며 사과의 뜻을 전했다. 홈페이지에는 최근 논란이 된 장면이 수정돼 올라갔고, 재방송도 수정본으로 올라갈 예정이다.

넷플릭스를 포함한 해외 플랫폼에 올라가 있는 장면의 경우에는 협의가 필요해 다소 시간이 걸릴 예정이지만, 관련 장면의 수정에 대한 JTBC의 의지가 확고해 이 역시 이뤄질 전망이다.

아랍권 문화 왜곡 논란을 빚은 JTBC 주말극 ‘킹더랜드’의 사미르 왕자(아누팜) 출연장면. 사진 JTBC



문제가 된 장면은 지난 8일과 9일 방송된 ‘킹더랜드’의 7회와 8회에서 등장했다. 당시 에피소드에서는 주인공 구원(이준호)과 유학시절 막역했던 친구인 아랍권 국가의 왕자 사미르(아누팜)이 등장했다.

그는 클럽에서 여성들에게 추파를 던지며 술을 마시고 놀았고, 천사랑(임윤아)의 외모와 친절함에 반해 그에게도 청혼하는 등 구애를 그치지 않았다. 넷플릭스를 통해 ‘킹더랜드’를 접한 아랍권의 시청자들은 술을 금지하는 무슬림이 술을 즐기는 모습과 바람둥이처럼 묘사된 점을 문제 삼았다.

결국, 문제가 매스컴을 도배하듯 크게 비화하자 문제점을 인식하고 제작진이 나섰다. 애초 간단한 입장문 만을 냈던 JTBC는 곧 홈페이지에 한글과 영어로 사과문을 올렸고, 13일에는 아랍어로 된 사과문까지 올렸다.

크론병 관련 묘사에서 논란을 일으킨 JTBC 드라마 ‘닥터 차정숙’. 사진 JTBC



그런데 JTBC의 드라마에 관련한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사실이 있다. 바로 전 ‘킹더랜드’의 전작이었던 ‘닥터 차정숙’에서도 논란이 있었다. 40대 경력단절 여성이 꿈을 찾아 나아가는 줄거리를 가졌던 ‘닥터 차정숙’에서는 극 중에 등장한 크론병과 관련해 잘못된 정보를 전했다는 환자 가족을 비롯한 누리꾼들의 지적이 따르면서 결국 제작사와 방송사가 사과에 나섰다.

지난 연말에도 논란은 있었다. JTBC ‘재벌집 막내아들’은 주인공 진도준(송중기)가 행하던 복수가 결국 또 다른 인물 윤현우(송중기)가 꾸는 꿈으로 묘사돼 결말과 관련한 논란을 빚었다. 이는 외부적인 논란은 아니라 사회적으로 비화하진 않았지만, 드라마가 최고 시청률 26.9%를 찍는 등 큰 인기를 얻어 논란의 파급력이 컸다.

JTBC는 이외에도 2021년 방송한 ‘설강화’가 민주화운동을 폄하하고 안기부(안전기획부)를 미화한다는 논란에 휩싸여 광고주나 협찬사들이 손절에 나서는 등 홍역을 치렀다. 물론 비슷한 기간 다른 채널의 작품에서도 비슷한 논란이 있었지만 유독 최근 들어서는 JTBC의 작품에 파급력이 큰 논란이 몰리는 추세다.

결말과 관련해 논란을 빚었던 JTBC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 사진 JTBC



이는 현재 드라마 제작의 주도적인 시스템으로 불리는 사전제작이 낳은 부작용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최근 작품들은 6회 정도를 사전에 찍어놓고 시작해 막판에 촬영이 종방과 비슷한 시기에 끝나는 ‘반사(반사전제작)’가 아니라 촬영을 끝내놓고 후반작업이 어느 정도 진척됐을 때 방송을 시작하는 ‘완사(완전사전제작)’ 시스템이 주류가 됐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스템은 물론 작품성이나 완결성을 꾀하는 부분에서는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지만, 제작 당시에 모두가 모르는 오류나 오해의 소지가 있을 경우에는 대응이 쉽지 않다는 단점이 있다. ‘닥터 차정숙’의 크론병이나, ‘킹더랜드’ 아랍권 문화 왜곡 논란은 사전제작 당시 이를 찾아내지 못한 제작진의 오판이 사태를 키운 경향이 있다.

한 방송관계자는 “‘킹더랜드’의 사례처럼 제작 후에 문제를 찾아내게 되면 더욱 수정이 어려운 단점이 있다”며 “사전제작 시스템의 취지는 좋은 만큼 사전에 문제가 될 부분을 더욱 자세히 살펴보는 제작사와 방송사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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