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초 이하로 만지면 성추행 아니다?" 이탈리아 판결 논란

▲ 자신의 몸을 10초 동안 만지는 영상을 올린 영화배우 파울로 카밀리

이탈리아에서 17세 여학생을 성추행한 학교 직원에 대한 재판에서 성추행 지속 시간이 10초가 안 돼 범죄로 볼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와 현지 사회에서 큰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최근 이탈리아 법원은 성추행 혐의로 기소된 로마의 한 고등학교 관리 직원 66세 안토니오 아볼라에 대한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앞서 그는 지난해 4월 학교에서 17살 여학생을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됐고 검찰은 징역 3년 6개월을 구형했습니다.

그는 당시 학교 건물 계단에서 피해 학생의 바지를 내리고 엉덩이를 만진 혐의를 받았습니다.

담당 판사는 그의 행위가 10초를 넘기지 않아 범죄 요건을 충족하지 않고, 여학생을 더듬은 것은 욕정 없이 어색한 행동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재판 소식이 알려지자 인스타그램과 틱톡 등 소셜미디어에는 '잠깐 더듬는다'는 뜻의 '팔파타 브레브'라는 말이 '10초' 해시태그와 함께 급속히 퍼졌습니다.

또 판결에 항의하는 의미로 아무 말 없이 카메라를 응시하면서 자신의 신체를 10초 동안 만지는 영상도 인터넷에 속속 올라오고 있습니다.

피해 학생은 판사는 그의 행동을 장난으로 판결했지만, 자신은 그 행위를 장난으로 보지 않는다면서 학교에 이어 사법부에 의해 또 한 번 배신당한 느낌이라고 반발했습니다.

또 이번 판결로 앞으로 성추행 피해자들은 당국에 신고해 봤자 소용없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사진=인스타그램 캡처, 연합뉴스)

김윤수 기자 yunsoo@s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