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약한 냄새 두리안, 어쩌다 중국 예단 필수품이 됐나 [세모금]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천국의 맛, 지옥의 향기’로 잘 알려져 있는 열대과일 두리안이 중국인들의 미각을 사로 잡았을 뿐만 아니라 부의 상징으로 떠오르고 있다.
13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본토에 부는 두리안 열풍을 집중 조명했다. 올해 1분기 태국 등에서 중국으로 수입된 두리안은 전년 대비 150% 급증했으며, 부자가 먹는 과일 또는 결혼 예물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았다고 소개했다.
신문은 중국 중부 허난성 시골마을에서 일어난 결혼 관습의 변화를 소개했다. 이 지방에서는 친구나 친척이 결혼할 때 4~6개의 물품으로 구성된 선물 바구니를 보내는 것이 전통이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포도, 햄 소시지, 우유, 말린 버섯이 기본 구성품이었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부터 포도 대신 두리안을 넣는 것이 유행이 됐다는 것이다.
SCMP가 인터뷰한 20대 마 씨는 “지난달 사촌이 약혼을 했는데 그 집에서 포도보다 더 ‘품위있는’ 두리안으로 선물을 교체해 보내달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두리안이라는 과일을 최근 처음 접해본 시골 노인들마저 이 과일을 그토록 요구하는 것이 조금 우습기도 하다”며 “아마 노인들 사이에 두리안이 영양가가 높아 세 마리의 닭을 먹는 것과 같다는 믿음이 퍼져서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두리안은 영양가가 높은 과일이란 인식 외에도 부자들이 먹는 과일이란 지위도 얻었다. 고민하지 않고 비싼 체리를 덥석 살 수 있다는 뜻으로 쓰이는 ‘체리 프리덤(cherry freedom)’이 이제는 ‘두리안 프리덤’으로 대체되는 분위기다.
마 씨는 “비싼 가격 때문에 한 달에 두리안을 한 개 사서 가족들과 나눠 먹는다”며 “어떤 때는 1kg당 40위안(약 7000원), 어떤 때는 60위안(1만600원)을 주고 산다”고 말했다. 2kg짜리라면 한화 1만5000원~2만2000원인 셈이다.
그녀는 “이제 사람들이 두리안에 대한 세밀한 취향도 만들고 있다”며 “두꺼운 줄기, 둥근 모양, 짧은 가시 여부를 꼼꼼히 따져본다”고 덧붙였다.
그녀는 “이제 사람들이 두리안에 대한 세밀한 취향도 만들고 있다”며 “두꺼운 줄기, 둥근 모양, 짧은 가시 여부를 꼼꼼히 따져본다”고 덧붙였다.
소규모 도시 징저우에서 트럭운전수 일을 하는 장 씨도 “지역 총각들은 포도, 복숭아 그리고 화이트 와인을 가지고 여자친구의 집에 가곤 했지만, 요즘은 그들은 예비 장모들이 이웃집에 자랑할 수 있도록 두리안 한 상자를 들고 가야 한다”고 전했다.
젊은이들이 찾는 핫플레이스 카페에서도 두리안을 주재료로 이용한 메뉴가 필수다. 두리안 과육이 시트 사이에 들어간 생크림케이크, 두리안을 갈아 넣은 스무디 등이 대표적이다.
중국 본토 전역으로 두리안 열풍이 퍼져 나간 데에는 이유가 있다.
중국과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10개 회원국 간에 체결된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에 따라 세금이 인하되고 세관 절차가 간소화되면서 베이징, 상하이 뿐만 아니라 소규모 도시들까지도 두리안이 급속히 퍼질 수 있었던 것.
올해 들어서는 두리안의 유행은 더욱 가파른 곡선을 탔다. 4~5월 중국의 대표적인 음식 배달 플랫폼인 메이투안에서 두리안 매출은 2022년 같은 기간에 비해 711% 급증했다.
중국 투자자들은 소비자들의 폭발적인 니즈에 맞추기 위해 이제 베트남과 태국의 과수원과 직접 계약하는 것은 물론, 콜드 체인 물류 서비스 구축까지 이뤘다. 그 결과 2017년과 비교해 지난해 수입된 두리안의 신선도는 약 4배 증가했다. 두리안에 대한 소비자 기호가 코로나 19 봉쇄 조치마저 이겨낸 셈이다.
중국의 두리안 야망은 수입을 넘어 직접 재배로까지 손을 뻗쳤다. 이미 지난 6월 남부 하이난에서 2450톤의 두리안을 첫 수확했다. 투자자들은 말레이시아 두리안 전문가들까지 초빙하는 등 열을 올렸다. 이들은 중국 농부들에게 영양분 보존, 나무 가지치기, 과일 품질 향상에 대해 가르쳤다.
이쯤 되자 오히려 동남아 국가들이 중국의 두리안 생산이 급증해 어느 시점에서는 역수출되는 상황을 경계하게 됐다. 이미 상하이에 있는 과일 가게들에서는 동남아시아가 원산지인 리치, 망고, 파파야, 용과가 더 저렴한 중국산으로 교체된 지 오래다.
아담 매카티 베트남 메콩 이코노믹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중국산 두리안이 국경을 넘어 베트남으로 흐르기 시작할 수 있다”며 “베트남 시장에는 사과와 오렌지와 같은 많은 중국 과일이 있다. 이것들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긴 유통기한을 자랑한다”고 언급했다.
th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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