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고 속 걸작들 세상에 … 미술사 다시 쓴다

김슬기 기자(sblake@mk.co.kr) 2023. 7. 13.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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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레이로 밝힌 루벤스 초기작
소더비 경매서 82억에 팔려
200년 만에 나온 렘브란트 초상화
크리스티서 118억에 낙찰
램브란트 '얀 빌렘스의 초상'과 '야프겐 칼스의 초상'. 크리스티

창고 속에 숨어 있던 고전 걸작이 미술품 경매 시장에 잇달아 출품되면서 미술사(美術史)를 다시 써 내려가고 있다. 6~7월 연이어 유럽에서 열린 경매에서 페테르 파울 루벤스와 렘브란트 하르먼스 판레인이 그린 희귀한 작품이 나란히 새 주인을 찾았다.

이달 6일 밤 런던 소더비에서 열린 고전 걸작(Old Masters)과 19세기 회화 이브닝 경매의 주인공은 '바로크 미술 거장' 루벤스(1577~1640)였다. '성 세바스티안, 두 명의 천사가 보살피다'가 추정가 400만~600만파운드에 출품됐다. 수 세기 만에 빛을 보게 된 거장의 작품은 기대치에는 미치지 못한 490만파운드(약 82억원·수수료 포함)에 새 주인을 찾았다.

1730년대에 이탈리아의 유명한 컬렉션을 떠난 후 행방이 묘연했던 이 그림은 300여 년 만에 1963년 미국 미주리주에 다시 나타났다. 2008년 루이지애나주에서 열린 경매에서 프랑스 화가 로랑 드 라 이르(Laurent de la Hyre)의 작품으로 나와 단돈 4만달러(약 5000만원)에 낙찰된 바 있다. 경매 직후 이 작품은 루벤스의 것으로 밝혀졌고 광범위한 연구가 이어졌다. 소더비 전문가들은 엑스레이로 그림 표면 아래를 분석해 진품임을 확인했다.

1600년대 초반에 그려진 것으로 추정된 이 작품은 1730년대 초 루벤스의 이탈리아 제노바 후원자인 스피놀라 가족 컬렉션에 마지막으로 공개된 뒤 소장처를 찾을 수 없었다. 소더비 올드마스터회화 공동회장인 조지 고든은 "위대한 예술가의 이름조차 역사에서 잊힐 수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루벤스 '성 세바스찬, 두 명의 천사가 보살피다'. 소더비

지난 6월 6일 열린 크리스티의 고전 걸작 이브닝 경매에서도 렘브란트의 재발견된 초상화 한 쌍이 마지막으로 목격된 지 200년 만에 나왔다. '얀 빌렘스의 초상'과 '요하너스 카롤뤼스의 초상'이 1123만파운드(약 188억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추정가 500만~800만파운드 대비 2배에 가까운 높은 가격이었다.

경매에 나온 사연이 극적이다. 소유자는 두 그림이 렘브란트 것인지 몰랐지만 크리스티 고전걸작회화 국제부회장인 헨리 페티퍼가 작품을 의뢰받고 진품임을 의심하면서 레이크스뮤지엄 전문가에게 분석을 의뢰했다. 18개월에 걸친 연구 끝에 진품임이 확인됐다. 페티퍼 부회장은 "이것들은 웅장하고 공식적인 초상화가 아니며 개인적 문서에 더 가깝다. 작은 크기에 반영된 친밀감이 있다"고 설명했다.

1635년 20대 때부터 인기가 많은 초상화가였던 렘브란트는 배관공 얀 빌렘스와 그의 아내 요하너스 카롤뤼스가 렘브란트 고향인 레이던의 예술가 집안 출신으로 친밀감을 느낄 수 있는 관계였기에 초상화를 의뢰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1631~1635년에만 초상화 60점을 의뢰받아 그린 렘브란트는 이 작품을 그린 전후로 더 이상 초상화를 의뢰받지 않았다. 이 작품은 가로 21㎝, 세로 17㎝로 렘브란트가 그린 초상화 중 가장 작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희귀한 초상화 한 쌍은 1824년 크리스티를 통해 단돈 13파운드에 판매됐다가 200년 동안 행방이 알려지지 않았고, 올해 영국의 한 가족이 경매에 출품하면서 다시 빛을 보게 됐다.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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