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연속 금리동결한 한은, 환율·가계부채 변수에 "금리인하 논의는 아직"
[파이낸셜뉴스]한국은행이 13일 기준금리를 3.50%로 4회 연속 동결을 결정하면서 동시에 '상당기간 긴축 기조'를 이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물가상승률이 둔화되고 있지만 근원물가상승률이 여전히 높고 공공요금 인상 등으로 상방압력이 있다는 점에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통화정책을 두고도 전망이 엇갈리는 만큼 '금리인하 논의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다만 시장에서는 경제성장의 하방위험을 고려할 때 한은의 연내 금리인하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날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부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행 3.50%로 유지하고 긴축기조를 상당기간 이어나가겠다고 밝혔다. 4회 연속 동결하면서도 긴축기조를 재확인한 건 물가상승률 경로, 한미금리차 확대에 따른 환율 상승압력, 가계부채 누증 등 변수들이 많기 때문이다.
물가상승률이 둔화하고는 있지만 안심할 수는 없다는 게 금통위 판단이다.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서 "물가상승률이 둔화 흐름을 이어가고 있지만 8월 이후에는 다시 3% 내외로 높아지는 등 상당기간 목표수준을 상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한 근원물가상승률에 대해서는 "하반기에도 둔화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지만 누적된 비용인상 압력, 양호한 서비스 수요 지속 등으로 금년중 연간 상승률이 지난 전망치(3.3%)를 소폭 상회할 것"이라고 했다. 대중교통비 등 공공요금 인상에 따른 파급효과를 고려할 때 기저효과로 둔화됐던 물가상승률이 다시 오를 수 있다는 관측이다.
다만 시장에서는 물가와 경기, 환율 등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연내 금리인하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무엇보다 한미금리차 확대에도 원·달러 환율이 하향 안정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연내 금리인하'에 불을 붙이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한미금리차를 신경 안 쓰는 것은 아니지만 금리차가 벌어지면 환율이 절하된다는 게 공식은 아니다"라며 "최근 반도체 경기가 나아지면서 외국에서 채권이 유입되고 외화수급 사정도 개선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환율 하향 안정화를 예상한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올해 하반기 달러화는 약세"라며 "3·4분기 중 잠시 반등하는 구간이 있겠지만 4·4분기 후반으로 갈수록 다시 빠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연구원은 "미국과 한국의 기준금리 차이는 원·달러 환율의 주요요인 이지만 재정 거래요인, 외환 사업 등 다른 요인도 고려해야한다"고 짚었다.
이형석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도 "미국이 베이비 스텝 한번으로 인상 후 동결하면 외환시장이 놀라서 반응하는 모습은 없을 것"이라며 "3·4분기에 환율은 1200원대 중반까지 떨어질 수 있다. 다만 중국 경기 부진에 따른 중국 정부의 부양책이 어떻게 작용할지 지켜봐야한다"고 말했다.
경상수지가 개선되고는 있지만 1% 초중반대의 연간 경제성장률 전망을 고려할 때, 한은이 경기부양을 위해 금리인하를 단행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유미 연구원은"오는 11월께 국내 기준금리를 1회 인하할수도 있다"며 "물가 둔화 정도는 물론 연준이 인하 결정을 하게 된다면 가능성 있다"고 전망했다. 이형석 연구위원도 "미국이 금리를 7월에 1번만 올리고 이후 동결한다면 한국은행이 선제적으로 올해 안에 금리를 내릴 가능성도 있다"며 "경기가 한국은행 기대보다 안 좋으면 하반기 금리를 내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금통위는 '금리인하 논의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이 총재는 연내 금리인하 전망에 대해 "물가상승률이 물가안정 목표(2%)로 수렴하고 있는 과정에 도달했다는 확신이 들 때 (금리인하를) 논의할 것이고, 시기로 못 박는 방식의 포워드 가이던스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아직 금통위원 중에 금리인하를 논의하는 분은 없다"고 말했다. 물가상승률이 2%로 잡힐 수 있다는 확신이 들면 금리인하를 논의할 수 있다는 것으로, 다만 지금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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