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으로 인해 응급실 이송 자제 요청"… 응급상황 빠르게 대처하려면
민주노총 산하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하, 보건의료노조)이 오늘(13일) 총파업에 돌입하면서 응급환자 치료에도 비상이 걸렸다. 법적으로 응급실·중환자실·수술실은 파업에 참여할 수 없어 셧다운할 수 없다. 문제는 응급실에서 1차 처치를 받은 중증 응급환자 가운데 수술 등 2차 치료를 받아야 하는 환자다. 이들이 2차 치료를 받으려면 병동에 '입원'해야 한다. 하지만 파업에 참여한 병원들이 이번 파업 전부터 기존의 입원 환자마저 내몰고 병동을 폐쇄해 사실상 응급환자의 2차 치료가 더뎌질 수 있게 됐다.
현재 경희대병원·고대안암병원·고대구로병원·이대목동병원·한양대병원 등 상급종합병원 총 20곳의 노조가 파업 동참하고 있다. 이들 병원 응급실에 간 중증의 응급환자는 그곳에 입원하기 힘들단 얘기다. 실제로 국내 응급의료 체계의 컨트롤타워인 중앙응급의료센터는 파업 전부터 "병원이 파업해서 응급실에 와도 입원이 어려울 수 있다", "응급실 내 환자 수용 어려움 있을 수 있으니 이송 전 먼저 연락 달라"는 등 메시지를 각 파업 병원으로부터 받고 있다고 한다. 국립중앙의료원은 10일, 고대안암병원과 경희대병원은 12일, 119 종합상황실과 다른 병원들에 이들 병원으로의 '환자 이송 및 전원 자제'를 요청한 상태다. 고은실 중앙응급의료센터 부센터장은 13일 기자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파업 병원에서 우리 센터로 보내는 메시지 가운데 '노조 파업으로 인한 입원 불가', '노조 파업으로 인한 이송 및 전원 자제 요청' 등 문구는 어제 10개에서 13일 오후 3시 현재 15개로 늘었다"고 밝혔다.
이번 파업의 가장 큰 피해자는 '아프거나 다친 국민'이다. 특히 가족 중 어린 자녀, 노인, 공사장 현장직 등 응급상황에 취약한 경우 파업 기간에 생길 수 있는 응급 상황에 대한 대처요령을 익히는 게 좋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이번 보건의료노조가 밝힌 파업 기간은 13~14일이지만, 이 기간 노조의 의견을 정부·병원이 들어주지 않을 경우 파업을 무기한 진행하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이틀만의 문제가 아닐 수 있단 얘기다. 실제로 국립중앙의료원은 "7월 17일 07시까지 환자 이송 및 전원 자제 요망"이라는 내용을 서울시와 소방청에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는데, 이는 이번 파업이 주말을 포함해 17일(다음 주 월요일)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는 후문이다.
이번 파업 기간, 우리 가족이나 주변에서 응급 상황에 생기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일반 국민이 근처 병원 가운데 응급실 빈자리 현황을 쉽게 확인하는 방법이 있다. '응급의료정보제공' 앱 또는 '종합상황판' 링크(https://portal.nemc.or.kr:444/medi_info/dashboards/dash_total_emer_org_popup_for_egen.do)에서 지역을 설정하고 조회하면 된다. '응급의료정보제공' 앱은 응급실을 선택하고 목록에서 병원을 선택한 후 응급실 메시지를 확인할 수 있다. '종합상황판' 링크는 중앙응급의료센터가 운영하는 화면과 같은 것으로, 구글에서 '종합상황판'을 키워드로 검색하면 맨 위에 노출된다. 저녁이나 주말, 소아 응급실 등 문 연 곳을 찾을 때 유용하다. 단, '이송 자제 요망' 문구가 있다고 해도 이송이 불가능한 건 아니라는 점을 알아두는 게 좋다.
하지만 이런 검색 시간이 부족할 정도의 응급 상황에선 119에 전화해 응급 이송을 요청하거나, "이런 증상으로 병원 응급실을 찾고 있는데 어디로 갈 수 있느냐?"고 물으면 구급대원이 찾아서 알려준다. 또는 이 증상이 병원에 가야 할 정도인지, 이 증상에 집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심폐소생술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119에 전화하면 구급대원이 안내해준다.
파업 병원 내 응급실에서 치료받았는데, 2차 치료를 위해 입원해야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 부센터장은 "전원해야 할 곳을 환자·보호자가 직접 알아내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며 "해당 병원에서 전원할 수 있는 병원을 알아보고 환자·보호자에게 알려줄 것이다. 안내받은 병원으로 이동해 입원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중앙응급의료센터는 이번 파업사태와 관련, 파업에 동참하는 각 병원에 "중증 응급환자를 적극적으로 수용해달라"고 협조 요청했다. 또 센터 내 상황실에서 24시간 응급실 운영 현황을 확인하고 있다. 고 센터장은 "보건복지부가 지난달 28일 재난 위기를 '관심' 단계로 설정한 후 아직 상향되진 않았지만, 이번 파업 이후 상황에 따라 상향할 것을 대비해 실시간 동향을 파악하며 데일리 보고서를 작성하고 있다"며 "주의·경계·심각 등으로 단계가 상향되면 응급실에서 환자 수용이 어려워 전원(병원을 옮김)해야 하는 경우가 늘 것으로 보고 권역별 전원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등 비상 체계를 가동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응급환자를 이송하는 데 투입되는 응급구조사들은 이번 보건의료노조 파업에 동참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용수 대한응급구조사협회장은 13일 기자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응급구조사 가운데 개인적으로 보건의료노조에 가입한 경우는 있지만 이번 파업에 동참한 사람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응급구조사들은 응급상황에서 국민의 생명을 다루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강 회장은 "이번 보건의료노조 파업에서 가장 큰 문제는 간호사들"이라며 "복지부에서 간호사들이 원하는 대로 처우를 개선해주겠다고 약속했는데도 민노총을 앞세워 파업을 강행하는 건 이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보건의료노조는 13일 오전 7시를 기해 산별 총파업 투쟁에 돌입했다. 이들은 ▲비싼 간병비 해결을 위한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전면 확대 ▲환자 안전을 위한 간호사 대 환자 비율 1:5 제도화와 적정인력 기준 마련 ▲무면허 불법 의료를 근절하기 위한 의사 인력 확충 ▲필수 의료서비스를 책임지는 공공의료 확충 ▲코로나19 전담병원 정상화를 위한 회복기 지원 ▲코로나 영웅에게 정당한 보상을 ▲9.2 노정합의 이행 등을 외치고 있다.
이날 보건의료노조에 따르면 이번 총파업 투쟁에는 200개 지부, 220개 사업장의 조합원 8만5000여 명 가운데 노동위원회의 조정을 거쳐 최종 쟁의권을 확보한 122개 지부 140개 사업장의 총조합원 6만여 명이 참가한다. 다만 응급실· 수술실·중환자실·분만실·신생아실 등 필수 유지 업무에 투입되는 조합원 1만5000여 명을 제외한 실제 파업 인원은 4만5000여 명이라고 노조 측은 밝혔다. 다만 경찰은 이날 집회 참석인원은 1만8000명이라고 밝힌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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