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 "국민 건강·안전 최우선"… 日과 '오염수' 후속조치 논의(종합2보)
'한국 전문가 참여'는 논의 안 돼… "北 ICBM 도발 규탄"
(자카르타=뉴스1) 노민호 기자 = 박진 외교부 장관과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일본 외무상이 13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만나 양국 간 주요 현안 등에 관해 논의했다.
박 장관과 하야시 외무상은 열린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외교장관회의 참석을 계기로 이날 오전 자카르타 시내 샹그릴라호텔에서 한일외교장관회담을 열어 일본 후쿠시마(福島) 제1원자력발전소 내 방사성 오염수 방류계획 관련 후속조치, 그리고 북한의 전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에 따른 공조 대응방안 등에 관해 의견을 주고받았다고 외교부 당국자가 전했다.
당국자에 따르면 박 장관은 특히 "우리(한국) 국민의 건강과 안전이 최우선"이라며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계획을 이행하려면 높은 투명성·신뢰성·안전성을 유지하기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후쿠시마 제1원전은 지난 2011년 3월 동일본대지진 당시 폭발사고를 일으켜 가동이 중단됐으나, 이후에도 사고 당시 녹아내린 핵연료를 식히기 위한 냉각수 주입과 외부의 지하수·빗물 유입 때문에 원전 건물 내에선 하루 140톤 안팎의 고농도 방사성 오염수가 생성되고 있다.
일본 측은 이 오염수를 다핵종제거설비(ALPS·알프스)로 정화한 뒤 바닷물에 희석해 방류하면 '안전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지만, 알프스로 정화한 오염수에도 삼중수소(트리튬) 등 일부 방사성 물질은 그대로 남아 있어 그에 따른 우려가 가라앉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일부에선 알프스 설비의 성능 자체 등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한다.
특히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이달 4일 일본의 오염수 처리·방류 계획이 '국제 안전 기준에 부합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공개하고 우리 정부는 이를 "존중한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국내에선 '보고서 내용을 믿을 수 없다'는 등의 주장도 끊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윤석열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 열린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와의 한일정상회담을 통해 △오염수 방류 모니터링 정보의 실시간 공유와 △우리 전문가의 방류 점검 과정 참여, 그리고 △방류 오염수 내 방사성 물질 농도가 기준치를 초과할 땐 즉각 방류를 중단할 것 등 3개 사항을 일본 측에 요청하기도 했다.
박 장관과 하야시 외무상도 이날 회담에서 한일정상회담 당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와 관련해 논의한 사항 등을 공유했으나, '우리 전문가의 방류 점검 과정 참여' 부분은 구체적으로 거론되지 않았다고 한다.
또 그간 일본 정부 당국자들은 우리나라를 상대로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 재개'를 요구해왔지만, 이날 회담에선 이에 대한 논의도 "없었다"고 외교부 당국자가 전했다.
하야시 외무상은 이날 회담에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가 시작되면 모니터링 정보를 신속하고 투명하게 공표하고, △기준치 이상 방사성 물질이 검출되는 등 문제가 발생했을 땐 즉각 방류를 중단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한일외교장관들은 북한이 전날 ICBM '화성-18형'을 발사한 데 대해 "다수의 유엔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대한 중대 위반으로서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규탄했다고 외교부가 전했다.
박 장관은 "북한이 주민들의 경제적 어려움은 외면한 채 핵·미사일 개발과 도발에 자원을 낭비하는 게 개탄스럽다"며 "북한이 비핵화로 복귀할 수밖에 없는 전략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한일 양국 간 공조를 강화해가자"고 당부하기도 했다.
한일 양측은 이외에도 △지역·글로벌 현안에 관한 협력·공조 강화, 그리고 △'한일고위경제협의회'의 연내 재개 △한중일 정상회이 재활성화 등에도 의견을 같이하고 앞으로 관련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한일 양국 외교당국과 경제부처가 참여하는 한일고위경제협의회는 2017년 국내 시민단체가 주부산일본총영사관 앞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상징하는 소녀상을 설치한 데 대해 일본 측이 항의하며 일방적으로 중단했다.
박 장관과 하야시 외무상 간의 이날 회담은 당초 예정했던 것보다 15분가량 길어진 약 45분간 진행됐다. 박 장관과 하야시 외무상이 대면 회담을 한 건 지난 5월 일본 히로시마(廣島)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계기 회담 이후 약 2개월 만이며, 작년 5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7번째다.
n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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