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물에 휩쓸렸는데…" 현장 상황도 파악 못한 지자체

부산CBS 정혜린 기자 2023. 7. 13. 16:4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지난 11일 기습 폭우로 부산 학장천에서 60대 여성 실종
하천 수위 등 자체적인 상황 파악 시스템 없어…부산시가 만든 통합정보시스템 존재도 몰라
자체적으로 재난 상황 파악하는 체계 부재
사상구청 "예비 특보 없는 급작스러운 상황…선제 조치 불가능했다"
지난 11일 갑작스러운 폭우로 60대 여성이 실종된 부산 사상구 학장천의 사고 당시 모습. 학장천 수위는 비가 내린 지 30분도 채 되지 않아 1.5m까지 상승했다. 부산 사상구 제공


부산에 쏟아진 기습 폭우로 하천 급류에 휩쓸린 60대 여성에 대한 수색이 사흘째 이어지고 있다. 해당 지자체는 하천 출입을 제대로 통제하지 않은 데다, 사고가 발생하고 나서야 뒤늦게 상황을 인지하는 등 재난 대비와 사고 대응이 총체적으로 부실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폭우 쏟아지는데…구청은 사고 발생 후에야 현장 상황 파악

 
지난 11일 오후 사상구 학장천에서 급류에 휩쓸린 60대 여성 2명 중 한 명이 소방대원에 구조되고 있다. 부산소방재난본부 제공

부산에 쏟아진 기록적인 폭우로 사상구 학장천에서 A(60대·여)씨가 급류에 휩쓸렸다는 신고가 접수된 건 지난 11일 오후 3시 30분쯤이다. 함께 있던 지인 한 명은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구조대에 의해 구조됐지만, A씨는 결국 실종되고 말았다. 소방당국과 경찰 등은 신고 직후 사흘째 수색 중이지만 A씨의 행방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번 사고와 관련해 주민 안전을 보호해야 할 사상구청의 재난 대응이 안일했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사상구청은 지난주 부산지역에 많은 비가 내릴 가능성이 제기되자 7일 오후부터 학장천 출입을 통제했다고 밝혔다. '태풍·호우 시 출입금지'를 알리는 팻말과 함께 산책로 입구에 쇠사슬을 치는 등 조치를 취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학장천 통제 조치 이후에도 하천 접근을 막는 별도의 관리 인력은 없었고, 통제 사실을 알리는 안전 안내 문자나 경고 방송도 없었다. 우려와 달리 주말에 큰 비가 내리지 않아 하천 수위가 평소 수준을 유지하자, 일부 주민이 산책로와 운동 시설을 자유롭게 이용했다.

사고 당일인 11일 오후 3시를 전후해 부산 대부분 지역에 폭우가 내리기 시작한 뒤에도 하천 수위를 확인하거나 관리 인력을 배치하는 등 선제적인 조치는 없었던 것으로 확인했다. 쏟아지는 폭우에도 하천 안전 관리에 손을 놓고 있다가, 결국 실종 사고가 난 뒤에야 소방에 접수된 신고 내역을 통해 상황을 뒤늦게 파악했다.

구청은 당시 상황에 대해 '기상청의 특보 발령이 늦었다'고 해명했다.

사상구 관계자는 "기상청의 기상특보를 참고해 조치를 취하는데 호우주의보가 다소 늦게 내려졌고, 구청으로 전달 온 건 몇 분이 더 지나서"라며 "당시 비가 오는 상황은 인지하고 있었지만 기상예보와는 안 맞는 상황이 있었다"고 말했다.

자체 재난상황 파악 체계 없어…대응 늦을 수밖에

사고가 발생한 11일 오후 학장천의 수위는 비가 오기 시작한 오후 3시 이후 수직상승했고, 0.18m였던 수위는 1시간 15분 여만에 2.19m까지 상승했다. 도시침수 통합정보시스템 제공

하지만, 구청이 자체적인 상황 파악 체계를 갖추지 않아 대응이 한 발 늦을 수밖에 없었던 점은 문제로 지적된다.

사상구 재난 안전 상황실에는 수위·우량시스템이 설치돼 있지만, 이는 지역 내 배수펌프장 작동 여부 정도만 파악이 가능할 뿐, 하천 수위를 즉각적으로 관측할 수 있는 자체 시스템은 전혀 갖추지 않고 있다.

지난 5월 부산시가 구축한 '도시침수 통합정보시스템'도 활용하지 않았다. 시는 통합정보시스템을 통해 부산지역 침수 위험 상황과 하천 수위 등 재난·재해 정보를 실시간으로 시민에 공개하고 있다. 그러나 사상구청은 해당 시스템의 존재조차 몰랐으며, 이를 통해 하천 수위를 확인한 적도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 해당 시스템에는 폭우 당시 학장천의 수위 변화가 비교적 정교하게 기록돼 있었다. 통합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사고 당일 비가 집중적으로 내린 오후 3시부터 학장천 수위가 수직 상승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 사상구가 소방 신고 내용을 통해 상황 파악에 나섰을 때는 이미 수심이 1.44m에 달했고, 물살도 거세진 뒤였다는 점도 확인됐다.

이 때문에 사상구청이 많은 비가 내릴 당시 하천 수위만 제대로 파악했더라도 하천 출입 통제 등 안전 조치를 내려 사고를 막을 수도 있었을 거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실제 사상구청이 '저지대 및 하천 침수 위험'을 알리는 안전 안내 문자를 주민들에게 처음 보낸 시각은 학장천 수심이 이미 2m를 훌쩍 넘어선 오후 4시 15분으로 확인됐다.

이런 비판에 대해 사상구청 관계자는 "예비특보에 따라 선제 조치를 하는데 이날은 갑작스러운 폭우로 예비특보 없이 바로 주의보가 발효돼 그럴만한 상황이 아니었다"며 "사상구에서는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대응을 했다고 생각한다. (위험 경보가 가능한) 하천 수위 계측기는 추후 설치를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CBS노컷뉴스는 여러분의 제보로 함께 세상을 바꿉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 이메일 :jebo@cbs.co.kr
  • 카카오톡 :@노컷뉴스
  • 사이트 :https://url.kr/b71afn

부산CBS 정혜린 기자 rinporter@cbs.co.kr

▶ 기자와 카톡 채팅하기▶ 노컷뉴스 영상 구독하기

Copyright © 노컷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