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층에 사람 있어요" 셀트리온 주주, 합병에 웃을까
마이너스 60%의 악몽이 끝날까. 셀트리온 3형제를 지켜보는 주주들이 오랜만에 미소를 지었다. 셀트리온 3사 간 합병 이슈가 본격화되면서 코로나 이후 지속된 주가 하락세가 멈췄기 때문이다.
13일 셀트리온은 전일대비 3500원(2.30%) 상승한 15만6000원을 기록했다. 셀트리온제약은 7900원(9.89%) 뛴 8만7800원에 마감했고 셀트리온헬스케어도 2.31% 올랐다. 전날에 이어 이틀째 강세다.
이날 셀트리온은 한국거래소의 조회공시에 대한 답변으로 3사 간 합병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합병을 위한 주관사로는 미래에셋증권을 선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확한 합병 방식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셀트리온 투자자들은 간만의 호재에 마음이 설렌다. 많은 개인 투자자들이 셀트리온 그룹주가 최고 몸값을 자랑했던 2020년에 투자해 손실이 큰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날 셀트리온 종가(15만6000원)는 2020년 12월7일 장중 기록한 최고가(37만4621원, 수정주가) 대비 58% 떨어져 있는 상태다.
셀트리온 그룹주는 2020년 연말 코로나 팬데믹 이후 나타난 반등장에서 주가가 크게 뛰었다. 팬데믹으로 인해 마스크, 코로나 백신 등 제약바이오 산업 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큰 상황에 셀트리온이 자체 개발하는 코로나 치료제 개발 기대감까지 얹어진 결과였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인 셀트리온 3대장이 오르면서 그해 연말 증시도 뜨거웠다.
그러나 이후 주가는 내리막을 걸었다. 코로나19(COVID-19) 백신 개발에 이어 셀트리온의 치료제보다 훨씬 투약이 쉬운 경구용 치료제까지 등장하면서 셀트리온의 경쟁력에 의문을 갖는 이들이 생겼다. 최근에는 핵심 산업인 바이오시밀러도 경쟁이 치열해졌다.
3사 합병이 주가의 유일한 돌파구인 셈이다. 셀트리온 3사 합병 가능성은 2020년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다. 서정진 셀트리온 그룹 회장은 당시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셀트리온제약 등 주력 3사의 합병을 통해 지배구조 개선은 물론, 시가총액 50조원 규모의 글로벌 대형 제약사로 거듭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를 위해 개인 소유의 셀트리온헬스케어 주식 24.33%를 현물출자, 셀트리온헬스케어홀딩스를 설립하기도 했다.
서 회장이 셀트리온홀딩스 지분 97.2%를 보유하고, 셀트리온홀딩스가 셀트리온헬스케어와 셀트리온 지분을 각각 24.3%, 20% 보유하는 구조다. 셀트리온은 다시 셀트리온 제약 지분 54.8%를 가진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합병 작업이 본격화되면 합병계약서 작성, 이사회 결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등 통상 4~5개월이 걸리는 만큼 연말쯤에나 통합 셀트리온이 출범할 것으로 본다. 올해 셀트리온이 주주가치 제고 차원에서 자사주를 4차례, 총 2000억원 규모 매입한 탓에 바로 합병 절차를 밟긴 어렵고 내달부터 가능해진다.
셀트리온 3사 합병 방식으로는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그리고 셀트리온제약 3사를 한번에 합병하거나,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를 먼저 합병한 후 셀트리온제약을 별도 합병하는 방법 두 가지가 꼽힌다.
아직 기업 간 합병 비율이나 주식매수청구권 규모, 자금 조달 계획 등은 정해지지 않았다. 다만 주식매수청구권 대상인 기타주주 비율이 셀트리온의 경우 약 66%,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약 60%로 높다는 게 걸림돌이다. 셀트리온제약은 1대 주주가 셀트리온이고 기타주주 비율도 약 45%로 상대적으로 적다.
강하나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의 기타주주 비율이 높아 주식매수 청구가 부담이 될 수 있다"며 "주식매수청구 금액과 이에 대비한 자금 조달이 합병 성공의 열쇠"라고 언급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합병이 성공할 경우 이를 바탕으로 글로벌 제약회사로서의 입지가 탄탄해질 것을 기대하고 있다. 특히 신약개발과 인수합병(M&A) 기대감이 크다. 서 회장 진두지휘 하에 일사분란한 M&A를 통해 성장성을 확보하길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오리지널 신약회사로서의 기대감도 여전하다. 김태희 KB증권 연구원은 "유플라이마 (휴미라바이오시밀러)와 램시마SC의 미국 성과가 기대되고 최근 아일리아와 스텔라라 바이오시밀러의 미국 품목 허가 신청으로 내년에도 신제품 효과가 이어질 것"이라며 "연내 합병, 해외 업체 M&A, 신약 후보물질/플랫폼 도입 등 다양한 이벤트가 투자포인트"라고 짚었다.
김소연 기자 nicks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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