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를 베어내도 다시 자란다지만···그 동안 탄소는 누가 먹나요
벌목으로 인해 전 세계에서 연간 42억t가량의 온실가스가 추가로 배출되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한국 산림청을 포함한 각국 정부의 벌목과 바이오매스 활용 정책이 기후위기를 가속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기후환경단체 기후솔루션은 지난 5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게재된 세계자원연구소(WRI)와 미국 프린스턴대학교의 ‘세계 목재 수확의 탄소 비용’ 논문을 인용해 벌목으로 인한 전 세계의 탄소배출이 연간 35억~42억t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13일 밝혔다. 기후솔루션은 이 논문이 2050년까지의 목재 수요 전망을 바탕으로 여러 벌채 시나리오를 비교·분석한 결과 벌목 등으로 산림을 활용하는 것보다 보전하는 것이 기후위기 대응에 더 효과적임을 확인했다고 소개했다.
연구진은 목재 수요를 줄이려는 노력이 없다면 벌목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량이 2050년에는 연간 약 50억t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는 한국에서 연간 배출되는 온실가스의 7배에 달한다. 연구진은 2010년부터 2050년 사이 전 세계의 목재 수요가 54%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 기간에 예상되는 벌목량은 미국 본토의 나무 전체를 베어내는 양에 맞먹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기후솔루션은 이 연구 결과가 ‘나무를 베어내도 숲은 새로 자라고, 다시 탄소를 포집한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벌목과 목재 활용을 확대해온 세계 여러 나라의 산림 정책을 정면으로 반박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한국 산림청은 지난 10일 발표한 ‘제3차 탄소흡수원 증진 종합계획’에 ‘목재 및 산림 바이오매스 이용 활성화’를 추진전략으로 포함했다. 산림청은 고령화된 숲의 나무를 벌목해 목재 상품과 바이오매스로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바이오매스 발전을 확대하면 2027년에는 온실가스 104만t을 감축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주장했다.
기후솔루션은 신림청의 바이오매스 활성화를 위한 벌목 확대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늘려 기후위기를 가속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연구를 수행한 티모시 서칭어 프린스턴대 교수는 “목재 수확을 줄이면 숲이 노령화돼 대기 중 탄소 흡수량이 줄어들긴 하지만 대기로부터 탄소를 격리하는 효과는 지속될 것”이라며 “수십년간 산림이 생장·유지되는 것은 폭염, 수위 상승, 산불 등 기후변화로 인한 즉각적인 피해를 제한하는 동시에 온난화를 억제하기 위한 해법들을 실현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후솔루션 송한새 연구원은 “그동안 정부는 숲이 풍성해질수록 탄소 흡수 속도가 떨어진다는 이유로 ‘산림경영’의 필요성을 주장하면서 바이오매스용 벌목을 확대해 왔다”며 “나무를 땔감으로 쓰는 바이오매스는 명백히 탄소 감축이 아닌 배출로, 그 결과는 기후위기와 산림파괴로 이어진다”고 주장했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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