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니엘 시저, 삶은 '멜랑콜리' 파랑…"저항심 노래하죠"

이재훈 기자 2023. 7. 13.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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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만에 새 앨범 '네버 이너프' 발매
15일 음악축제 '해브 어 나이스 트립' 헤드라이너…5년 만에 내한
[서울=뉴시스] 다니엘 시저. 2023.07.13. (사진 = Cassanova Cabrera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재훈 문예빈 인턴 기자 = '네버 이너프(Never Enough)…'

캐나다 R&B 싱어송라이터 다니엘 시저(28·Daniel Caesar)는 남프랑스 여행 중 어느 선박에서 "충분하지 않다"고 끊임없이 되뇌었다. 인생에서는 충분하지 않은 것이 많고, 자신은 만족할 줄 모르는 야망을 갖고 있으니, 스스로에게 만족할 수 없다는 시저 식의 삼단논법.

팬데믹 기간을 통과하면서 4년 만에 발매한 앨범인 정규 3집 '네버 이너프'에 대해 시저는 "저항심에 대한 앨범"이라고 설명했다.

13일 서교동에서 국내 기자들과 만난 그는 삶은 언제나 밀고 당기는 힘이 작용하는 '순환의 과정'처럼 느껴진다고 털어놨다. "어떠한 것을 추구할수록 또 추구하는 것에 가까워질수록 '많은 에너지'가 소비되고 결국 자신이 추구하는 건 내면에 있다는 걸 깨닫게 됐다"고 했다.

결국 이 모든 것이 '슬픔의 원인'이라는 걸 자각했다는 게 시저가 지난 4년을 보낸 방법이다. "제가 모든 슬픔을 느끼게 되는 이유가 결국엔 제가 모든 것들을 '잘못된 곳에서 찾고 있기 때문인 게 아닐까'라는 생각도 했어요. 그런데 또 이런 생각을 하는 모든 과정이 재밌기도 하고 흥미롭기도 해요. 하하."

이런 시저의 생각과 마음은 앨범 수록곡들이 대변한다. 쾌활함과 연약함을 동시에 갖고 있는 인간 관계의 불안정성을 노래한 '두 유 라이크 미', 건강하지 못한 사랑으로부터 벗어나게 해달라고 노래하는 '렛 미 고' 등이 그렇다. 다음은 노래처럼 대화하는 시저와 나눈 일문일답. 그는 오는 15일 경기 일산 킨텍스 제2전시장에서 펼쳐지는 '해브 어 나이스 트립(HAVE A NICE TRIP) 2023'을 통해 5년 만에 국내 무대에 오른다.

-2019년 정규 2집 '케이스 스터디(Case Study) 01' 발매 이후 4년의 시간 동안 여러 변화를 담아냈을 텐데, 본인에게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이제는 조금 더 어려운 결정을 할 수 있어요. 많은 것들을 위해 희생을 해야 하기 때문에 좀 더 목표를 이루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그 사이에 현명해지기도 했고, 그동안 저질렀던 많은 실수에 대해 배우기도 했고, 이제 조금 더 제 내면 속 조급함이나 고통에 대해 이해를 하고 그것을 해결하는 방식을 배웠습니다. 마음 속 안정을 찾아가는 과정에 있어요."

[서울=뉴시스] 다니엘 시저. 2023.07.13. (사진 = Cassanova Cabrera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이번 앨범과 이전 음반들의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훨씬 더 주도적으로 제가 직접적으로 관여를 하면서 리더로서 역할을 할 수 있었어요. 이전까지는 팀의 멘토가 돼 여러가지 음악적인 가르침을 줬다면 이번에는 제가 운전석에 앉아서 주도적으로 운전해가는 느낌이었죠. 이번에 앨범 작업을 새로운 팀과 작업했는데, 지금까지 쌓인 경험을 기반으로 앞으로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는 느낌으로 작업했습니다."

-이번 앨범에선 코드 진행(chord progression)이 보편적인 R&B 음악과는 다르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었어요. 이런 음악을 만들며 청자들이 낯설게 느낄 것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나요?

"물론 걱정이 됐죠. 청자들이 이 음악을 들었을 때 너무 낯설게 받아들이지 않길 바라긴 했지만, 또 이런 새로움을 위해서 제 음악을 들으러 오는 것 역시 알고 있습니다. 저는 언제나 R&B 정의를 바꾸고 싶기도 했어요. 사실 R&B를 들으면서 처음 음악을 시작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디안젤로의 '부두(Voodoo)'(디안젤로는 네오 솔(Neo Soul)의 대부로 '부두'는 솔(Soul)계 걸작 음반으로 통한다)를 들으며 제 삶이 굉장히 바뀌었다고 느끼기도 했어요. 이 음악에서 영감을 얻어 데뷔 EP를 제작하기도 했었죠. 두려움을 활용해서 용기를 얻고 거기에 의지하면서 태도를 바꾸어나가고 있습니다."

-다니엘 시저식의 R&B는 무엇인가요?

"우선 기타가 들어간 요소가 굉장히 많아요. 두 번째는 멜랑콜리, 세 번째는 굉장히 심플하고 직설적인 요소들을 넣으려고 해요. 또 굉장히 많은 비유와 은유가 들어가죠. 다만 비유와 은유를 좋아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감정을 단순하게 전달하기도 해요. 마지막으로는 흥미로운 베이스라인이 중요하죠."

-피처링으로 참여한 저스틴 비버의 '피치스(Peaches)'엔 본인의 스타일이 어떻게 묻어났나요?

[서울=뉴시스] 다니엘 시저. 2023.07.13. (사진 = Vladimir Kaminetsky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백그라운드 보컬이라든지 곡에 있는 하모니에 여러가지 겹을 쌓는 걸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거기에 저의 스타일이 많이 들어갔다고 생각해요. 그 곡이 발매된 이후 거리에서 사람들이 절 좀 더 알아보기도 하고 라디오에 그렇게 제 목소리가 많이 나온 걸 처음 들었어요. 그렇게 자주 들을 줄 몰랐어요."

-전체적으로 앨범이 블루지한 느낌이에요. 실물 음반 자체도 파란색이죠. 평소 자신의 음악 색깔이 파랑이라고 생각하는지요.

"제 음악 색은 확실히 '파랑'이에요. 그 가운데에 살짝 초록, 그보다 정말 조금의 노란색이 섞여있는 파란색이에요. (파란색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파란색이 전체적으로 희망이 아주 살짝 보이는 '멜랑콜리'한 색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그게 저에게는 삶을 상징하는 색이라고 생각해요."

-앨범 트랙 중 '빈스 반 고흐(Vince Van Gogh)'는 다른 수록곡들과 이질적이고 사이키델릭한 요소가 포함돼 있는 거 같아요.

"해당 트랙은 제가 지금까지 이룬 업적을 자랑하는 듯한 곡이에요. (생전 자신의 그림에 대해 인정을 받지 못한) 반 고흐의 삶과는 달리 제가 하는 음악에 대한 인정을 제가 살아가는 동안 받을 거라는 걸 자랑을 하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사이키델릭한 느낌을 준 이유는 대중적으로 알려지고 인정 받는 것에 대한 아이러니함을 녹여냈기 때문이고, 제가 정말 듣고 싶어할 만한 곡을 만들었기 때문이기도 해요."

-이전 내한에서 한국 팬을 만났던 인상이 궁금합니다.

"한국을 생각하면 첫 번째 공연이 많이 기억에 남아요. 무대에 서기 전 백스테이지에서 관객들이 너무 조용했어요. 신기한 마음에 펜을 떨어뜨려봤는데, 그 펜 떨어지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고요했죠. 저에 대한 존중심이 있다고 느낀 부분이죠. 또 처음 한국 방문했을 때 팬들과 함께 고기를 먹으러 나갔는데 그때 소주를 정말 너무 많이 마셨어요. 집에 어떻게 해서 들어가긴 했지만 길이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많이 마셨던 게 떠올라요. 재밌었어요. 하하.

[서울=뉴시스] 다니엘 시저. 2023.07.13. (사진 = Vladimir Kaminetsky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한국 뮤지션의 음악, 음악 시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사실 한국 음악 시장에 대해 엄청 잘 알고 있진 않아요. 처음 한국을 방문했을 때 가수 딘(DEAN)과 그 친구들을 만나서 스튜디오를 방문했었던 기억이 나요. 딘과는 그때부터 친하게 지내고 있어요. 또 블랙핑크 제니 역시도 LA를 자주 방문하기 때문에 그때마다 만나며 잘 지내고 있어요. 좋은 친구라고 생각해요. K팝 신(Scene) 자체는 세계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현상이에요. 예전 비틀스가 생각날 정도로 거대한 팬덤을 거느리고 있는 유일무이한 현상이라고 생각해요."

-체스판을 가지고 다닐 정도로 체스를 즐긴다고 들었어요.

"제가 체스를 좋아하는 이유는 체스가 '완전한 게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체스는 예술과는 달리 확실한 승자와 패자, 아니면 확실한 무승부가 있죠. 음악은 너무나 주관적인 부분이 있어요. 특히 음악과 상업적인 것이 연결됐을 때요. 판매가 많이 됐다고 해서 좋은 음악인가 아니면 판매가 저조하다고 해서 정말 안 좋은 음악인가. 그런 것들은 너무 주관적인데 신경을 쓰기 시작하면 기분이 상할 수도 있죠. 반면 체스는 확실함이 좋아요. 64칸에서 승자, 패자가 결정되는 과정 자체가 하나의 예술로 느껴지기도 해요. 전 휴대폰으로도 체스를 해요."

마지막으로 한국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진부한 말일 수 있지만 무슨 일이 있어도 자기 자신이 원하는 대로 자기 자신대로 살았으면 합니다. 절대로 세상이 자기 자신을 변할 수 있게 두지 말길 바라요."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myb@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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