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한국 등과 인·태지역 안보 강화”…나토, 외연 확장에도 균열 노출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맞서 서방의 단결력을 확인하기 위해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가 12일(현지시간) 마무리됐다.
러시아와 지척에 있는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 이틀간 개최된 이번 정상회의에서 나토는 스웨덴의 가입을 이끌어냄으로써 군사동맹으로서의 정체성을 한층 강화했다. 또 유럽을 넘어 인도·태평양 지역으로까지 영향력을 확대해 나가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그러나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구체적으로 이뤄낸 성과는 없다.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둘러싸고 회원국 간 이견을 드러냈고, 현재 진행 중인 전쟁의 해법을 제시하는 데도 실패했다. 오히려 그 어느때보다 신 냉전적인 사고를 드러내며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를 예고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빌뉴스 대학에서 한 연설에서 “블라디미르 푸틴은 여전히 미국과 동맹들 간의 단결이 깨질 수 있다는 잘못된 도박을 하고 있다”고 푸틴 대통령을 직격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하지만) 미국, 나토, 유럽 파트너와 인도·태평양은 일어섰다”며 “미국은 우크라이나 방위를 위해 50개가 넘는 나라들의 연대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미국은 구소련의 발트해 국가 점령을 결코 인정한 적이 없다”고도 말해 관중의 환호를 받았다. 뉴욕타임스(NYT)는 바이든 대통령이 구소련 치하 유럽의 자유를 위한 투쟁을 강조하면서 전쟁 발발 이후 가장 직접적으로 현 세계 질서를 냉전에 비유했다고 전했다.
나토는 이번 정상회의 개막 하루 전 튀르키예의 반대로 교착에 빠져있던 스웨덴의 나토 가입 문제가 정극적 타결되면서 핀란드, 스웨덴을 아우르는 발트해로 외연을 확장하는 데 성공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나토 정상회의에 초청된 한국·일본·호주·뉴질랜드 등 핵심 동맹국을 거론하면서 “대서양(유럽)과 태평양 민주주의 국가 간 연결을 심화하겠다”고 강조했다. 민주주의 진영 간 연대를 강화해 러시아, 중국 등을 견제하겠다는 발언으로 풀이된다.
나토는 이번 정상회의에서 냉전 이후 처음으로 러시아 등과 관련한 유사시 병력 30만명을 전개할 수 있도록 한 집단방위계획 수립에 합의했고, 방위비 지출을 국내총생산(GDP) 대비 ‘최소 2% 이상’으로 하도록 지침도 개정했다.
그러나 나토는 교착 상태에 빠진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는데 실패했다. 미국 싱크탱크인 유럽정책분석센터(CEPA)의 캐서린 세닥은 이번 정상회의에 대해 “러시아가 나토 확장을 막기 위해 분쟁을 계속 일으킬 동기를 부여한다”며 “러시아에 무한한 타임라인을 제공하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NYT도 나토 지도자들이 이번 정상회의에서 러시아와 협상하는 방안을 한 차례도 언급하지 않았다는 데 주목했다. 이는 우크라이나는 협상에 나서기 전 더 많은 영토를 탈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러시아는 영토를 되돌려줄 의향이 없다는 것을 나토가 암묵적으로 인정한 결과라고 NYT는 분석했다.
우크라이나에 나토 가입 문제에 대한 확답을 주지도 못했다. 이번 회의 최대 쟁점이었던 우크라이나 가입 문제는 회원국 간 이견이 공개적으로 노출되면서 구체적인 시간표 제시 없이 우크라이나의 ‘조건부신속 가입’을 지지한다는 선에서 일단락됐다.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우크라이나 가입과 관련 ‘가장 낮은 수준의 공통분모를 지닌 메시지’가 도출됐다고 전했다.
대신 미국을 포함한 주요 7개국(G7)은 우크라이나에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군사·경제지원을 약속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정상회의 결과에 대해 ‘안보 승리’라고 환영하면서도 “우리가 나토 가입 초청을 받았더라면 최상의 결과였을 것”이라며 불만을 드러냈다.
워싱턴 | 김유진 특파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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