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금감원 '가계부채 평가' 온도차.. 이창용 "우려스럽다" 이복현 "관리가능한 수준"
가계부채 누증 '우려하는' 한은 금통위
"금리·거시건전성 규제 강화 등 다양한 옵션 열어둬야"
'관리 가능하다'는 금감원
이복현 "銀 신용대출은 감소세, 관리 가능한 범위"
'정책 엇박자 논란'은 일축 "가계부채 축소 공감대"
이 총재는 이날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동결 결정 후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부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지난달 주택담보대출이 7조원 증가하는 등 최근 3개월 연속 가계대출이 증가한 데 대해 "우려스러운 게 사실"이라며 지속적 디레버리징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날 금통위 회의에서도 여러 위원들이 가계부채 증가세에 대해 우려를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총재는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이 줄어서 가계대출이 4조원 정도 늘었다"라며 "앞으로 가계부채가 더 늘어나게 되면 문제가 된다. 새로운 정보가 나왔기 때문에 정부와 협의를 통해 가계부채를 조정하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가계부채가 크게 늘어나면 금리 뿐 아니라 거시건전성 규제 강화 등 대응할 수 있는 옵션이 있다"면서 "금통위원들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담보인정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거시건전성 규제를 강화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은행은 지난 4월 '가계신용 누증 리스크 분석 및 정책적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가계신용 규모가 GDP 대비 80%를 초과하는 경우 성장흐름과 경기침체 발생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증대된다"며 금융불안을 초래하지 않는 선에서 '중장기적 디레버리징'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반면 금감원에서는 가계대출 증가세가 걱정할 수준이 아니라고 평가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이날 서울 영등포구 한화생명 본사에서 열린 '상생금융 확산 및 취약계층 지원' 행사 참석 후 기자들과 만나 가계 대출잔액 총액이 역대 최대를 갈아치우고 있는 상황에 대해 "걱정할 수준은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이 원장은 "은행 주택담보대출은 증가했지만 비은행 주담대나 은행 신용대출은 감소세에 있다. (금감원) 예측 결과 연내에는 GDP 성장률보다 가계대출 증가율이 훨씬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변동금리 위주의) 악성 가계대출 비중도 줄어들고 있는만큼 가계대출이 관리 가능한 범위 내에 있고 추세도 나쁘지 않다"고 강조했다.
가계대출 증가분을 살펴보면 변동금리 대출이 고정금리로 바뀌면서 발생한 일부 증가분과 생활안정자금 등이 포함됐기 때문에 '문제될 것 없다'는 입장이다. 물가를 과도하게 자극하거나 소비를 촉진할 대출이 아니라는 것이다.
중앙은행과 감독당국이 미묘하게 다른 평가를 내놓았지만 '정책 엇박자 논란'은 일축했다.
이 총재는 "제가 매주 F4 회의(거시경제·금융현안회의)를 하고 있다. 금융시장 상황에 대해 미시적 대응이 필요하지만 거시적으로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을 줄이는 데는 정책당국과 한국은행이 큰 공감대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3.50%로 유지하는 등 긴축기조를 이어가는 가운데, 정부의 부동산 대출 규제 완화로 통화정책의 영향력이 약해졌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아주 잘못된 생각"이라고 반박했다.
이 총재는 "가계부채가 우려되지만, 만약 미시정책을 하지 않아서 전세자금이 돌아가지 않는 등 다른 금융불안이 생겼을 땐 거기에 대응하지 않았다고 비판할 것"이라며 "한 면만 보면 그렇게 보이지만 양쪽(거시와 미시정책)을 어떻게 조화하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전세보증금 미반환 상황에 한해 정부가 DSR 규제를 완화하는 데 대해서는 "미시적인 정책으로 자금시장의 물꼬를 틀 필요가 있어서 하는 것이고, 거시정책과 상충되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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