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노조 총파업…2년 전 ‘노정합의’ 나서던 정부, 이번엔 “정치파업” 비난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이 13일 전국 145개 사업장(의료기관)에서 총파업에 돌입하자 정부는 강경한 대응을 천명했다. 2년 전 인 2021년 9월 보건의료노조가 지금과 비슷한 요구안을 내걸고 파업을 예고하자 ‘밤샘 협상’을 벌여 ‘9·2 노·정합의’를 맺었을 때와 딴판이다. 윤석열 정부의 ‘노조 때리기’ 기조가 이번 파업 대응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2021년 ‘9·2 노·정합의’ 내용 읽기
현재 정부는 “노조의 정책적 요구에 공감하고 이행해나가고 있는데도 파업을 하는 건 정당하지 않다”며 노조와 대화 시도조차 하지 않고 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13일 YTN에 출연해 “필요하다면 업무복귀 명령을 검토하겠다”고도 말했다.
정부는 민주노총 산별노조인 보건의료노조가 민주노총의 대정부 총파업 투쟁과 같은 시기에 “정치파업”에 나섰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지난 10일 긴급상황점검회의에서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외면한 채 민주노총의 정치파업에 동참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정부가 “국민을 겁박하는 파업”(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 등 보건의료노조에 대해 강경 발언을 이어나가는 데는 2년 전과 달라진 의료현장 안팎의 여론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유행 시기엔 비상시국인 데다, 코로나19로 고생하는 간호사 등 보건의료인력에 대한 국민적 지지가 높았으나 현재는 상황이 다소 달라졌다.
가장 큰 차이는 정권이 바뀌었다. 윤석열 정부 들어 노·정관계는 악화하고 있다.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13일 오후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집회에서 “노동조합을 무력화시키는 정권에서 투쟁하고 있다”며 “환자를 살리기 위한 투쟁을 정치파업이라고 한다면 이런 정치파업은 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정부는 또한 “정책을 이유로 파업을 하는 것이 과연 정당한 파업인지 의문”(박민수 차관)이라며 노조의 파업권이 사측과 교섭할 사안만 보장돼야 한다는 의견도 내비쳤다. 그러나 국제노동기구(ILO) 결사의자유위원회 판정례집(2018년)은 파업권을 노사분규에 한정하지 않고 “노동자 및 그 단체는 필요하면 그 구성원의 이익에 영향을 미치는 경제·사회적 문제에 관한 불만을 더욱 넓은 맥락에서 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이날 ‘정부가 노·정 대화에 나설 가능성 있느냐’는 질문에 “복지부는 관련 정책 대화는 노조 측과 계속해오고 있다”면서도 “다만 노동법상 노동쟁의의 협상 대상은 정부가 아니다”라고 답했다.
김향미 기자 sokhm@kyunghyang.com, 민서영 기자 min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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