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한 교수의 정보의료·디지털 사피엔스]CCTV 감시망에서 탈옥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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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옵티콘(Panopticon)은 영국의 공리주의 철학자 제러미 벤덤이 제안한 '원형감옥'이다.
불행히도 엘리베이터와 수술실 CCTV를 넘어 자동차 블랙박스와 자율주행 카메라까지 늘어만 가는 감시 카메라들이 우리의 일상생활 공간을 '디지털 판옵티콘'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엘리베이터, 사업장, 수술방 등 모든 공공장소 CCTV가 '블라인돕티콘'이 되는 날이 우리 모두 '디지털 원형감옥'에서 벗어나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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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옵티콘(Panopticon)은 영국의 공리주의 철학자 제러미 벤덤이 제안한 '원형감옥'이다. 수감된 죄수들의 모든 행동을 온전히 감시하는 조금도 숨을 곳 없는 '원형감옥'이다. 불행히도 엘리베이터와 수술실 CCTV를 넘어 자동차 블랙박스와 자율주행 카메라까지 늘어만 가는 감시 카메라들이 우리의 일상생활 공간을 '디지털 판옵티콘'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중국의 하늘그물, 톈왕(天網, 천망)은 2000만대도 넘는 감시 카메라와 얼굴인식 기술과 인공위성 위치추적기(GPS)로 범죄자를 추적한다. 톈왕은 중국 공안의 '아이언맨의 자비스' 스크린을 통해 거리를 지나는 모든 사람을 실시간 식별, 감시한다. 중국정부는 사람마다 신용점수를 매겨 통제하는 '사회신용 시스템'도 개발 중이라 한다. 국가 전체를 판옵티콘에 가두려는 시도에 다름아니다. 중국은 이미 만리장성 방화벽 '황금방패(金盾)'로 구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 유튜브 등의 주요 해외 사이트도 차단했다.
한국도 공공장소 설치 CCTV가 2019년 100만대를 넘었고 지금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 2022년 8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의료법 개정안에 따라 올해 9월부터 모든 의료기관의 수술장에 CCTV가 의무화되어 현장 혼란이 크다. 2024년부터 노인 돌봄 시설인 요양원에도 CCTV 설치도 의무화된다. 나아가 건설현장 등 작업장 CCTV 설치에 대한 논의도 진행중이어서 개인정보침해와 정보인권의 큰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해결방안은 없을까?
시놉티콘(Synopticon)은 판옵티콘의 반대 개념으로 감시자에 대한 역감시다. 19세기 전체주의의 확산에 대응해 다수의 시민이 소수의 권력자를 감시하는 언론의 출현과 20세기의 인터넷, 21세기의 스마트폰이 시놉티콘의 역할을 강화했다. 하지만 끝없이 늘어가는 CCTV는 '치안강화'와 '분쟁해결'을 명분으로 현대의 시놉티콘도 접근하기 힘든 전주민 감시능력 강화를 꾀하고 있다.
'블라인돕티콘(Blindopticon)'을 제안한다. '사람만' 볼 수 '없는' 암맹 카메라다. 카메라가 아무것도 볼 수 없게 하자는 뜻은 아니다. 모든 장면을 다 촬영하되, 모든 사람의 형체와 동작은 카메라 내부에 장착된 엣지컴퓨팅 프로세서와 AI 영상처리로 다 제거되어 사람은 그림자와 윤곽선으로 실시간 처리된다. 사람의 동작은 볼 수 있되, 사람을 식별할 수 있는 모든 정보는 원천 제거된다. 본디 사람은 사람을 서로 바라보고 인식할 권리가 있지만, '기계는 사람을 보거나 인식할 권리가 없다'는 뜻이다. 사람이 사람의 손에 든 카메라로 촬영하는 것은 사람의 행위이므로 허용되지만, 사람과 분리된 CCTV는 기계 덩어리일 뿐이다.
“기계는 사람을 촬영할 권리가 없다.” 여전히 모든 장면이 촬영되지만 완전히 익명화된다. 영장 청구가 있거나 당사자간 합의가 이뤄진다면 암호화된 동영상을 복원해 적법한 검증은 가능하다. 클라우드 영상처리는 금지다. 카메라 내부 엣지 뉴럴 프로세서로 처리해야 한다. 반도체와 AI 발전으로 곧 전국 모든 CCTV 적용이 가능하다. 엘리베이터, 사업장, 수술방 등 모든 공공장소 CCTV가 '블라인돕티콘'이 되는 날이 우리 모두 '디지털 원형감옥'에서 벗어나는 날이다. 치안기능은 유지되고 사회갈등은 줄어든다.
김주한 서울대 의대 정보의학 교수·정신과전문의 juhan@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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