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1위→3위… 'K-바이오' 장기 경쟁력 하락, 이유는?
싱가포르, 아시아 맹주로 우뚝 서… 인력 확보에 강점
싸이티바의 인천 송도 바이오 소재 공장, 2025년 가동 목표
올해 대한민국의 제약·바이오 회복 지수 순위가 아시아 3위를 기록했다. 팬데믹(감염병 대유행)이 한창이던 2021년과 비교해 두 계단이나 내려왔다. 전 세계 22개국 순위에서는 같은 기간 7위에서 12위로 크게 내렸다. '인적 자원'과 '연구·개발(R&D) 생태계' 분야의 회복력 지수 약화가 순위 하락에 큰 영향을 미쳤다.
싸이티바(Cytiva)는 13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2023 글로벌 제약·바이오산업 회복 지수 간담회'를 개최하고 이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싸이티바는 다나허 그룹의 계열사로 바이오 소재·부품·장비를 취급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 등 국내 유수 기업을 고객사로 두고 있다.
싸이티바는 2021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의 리서치 기관 롱지튜드(Longitude)와 '글로벌 제약·바이오산업 회복 지수'(Global Biopharma Resilience Index) 보고서를 공동으로 발표했다. 올해 보고서는 2021년 첫 발표 이후 2년간 전 세계 제약·바이오 산업의 회복 지수가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담았다.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22개국 제약·바이오 기업의 임원과 보건·의료 정책 관계자 125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및 업계 전문가 심층 인터뷰를 토대로 만들어졌다.
산업의 회복 지수란 현재 역량과 미래 장기적인 경쟁력까지 포괄하는 개념이다. 산업의 위기가 닥쳤을 때 얼마나 잘 대처할 수 있는지(대응력), 경쟁력을 얼마나 유지할 수 있는지(유지력), 위기 이전으로 얼마나 빠르게 복구하는지(회복력) 등을 알아낼 수 있다.
올해 한국의 제약·바이오 회복 지수는 6.05(10 만점)로 22개국 중에서 12위를 기록했다. 2021년 7위와 비교하면 회복 지수 순위가 크게 내렸다. 1위는 6.98을 기록한 스위스다. 2021년 2위였지만 이번에 1위로 올라섰다. 반면 2년 전 1위였던 미국(6.96)은 올해 스위스에 정상의 자리를 내어주고 2위를 기록했다. 이어 △영국 6.79 △스웨덴 6.58 △싱가포르 6.41 순이었다.
아시아 국가에서는 싱가포르(6.41)의 바이오산업 회복 지수가 가장 높았다. 그다음으로는 일본(6.06)이었다. 한국은 아시아 국가 중 3위를 기록했다. 2021년에는 아시아 1위였지만 2년 만에 순위가 2단계나 내려왔다.
한국 순위 하락은 싱가포르, 스웨덴, 캐나다, 아일랜드의 상위권 진입에 영향을 받았다. 특히 싱가포르의 약진이 눈에 띈다. 22개국에서 싱가포르 순위는 5위로 2년 전과 비교해 7위나 상승했다.
대내적으로는 한국의 '인적 자원'과 'R&D 생태계' 회복 지수의 약화가 영향을 끼쳤다. 2021년 한국의 인적 자원 회복 지수는 6.36으로 9위였지만, 올해는 5.13을 기록했다. 22개국 중에서 16위였다. 2년이 지나서 제약·바이오 산업에서 인재를 확보하기가 더 어려워졌다는 뜻이다. R&D 생태계 회복 지수 순위도 같은 기간 4위(6.73)에서 15위(5.25)로 크게 하락했다. 설문 응답자들은 한국에서 R&D 파트너를 확보하거나 오픈 이노베이션을 이루기가 어려우며, 이를 조율할 컨트롤 타워가 없다고 지적했다.
제약·바이오 산업 역량 발전에서 싱가포르가 좋은 롤모델로 제시됐다. 최준호 싸이티바 코리아 대표는 "보통 의약품 제조·품질 관리(GMP) 인력 확보가 가장 어려운데 싱가포르는 외국인 근로자가 쉽게 일할 수 있도록 정착을 지원하고, 비자도 잘 돼 있어서 인재 확보에 어려움을 겪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최 대표는 "바이오산업은 처음 씨를 뿌리고, 실제 결과를 볼 때까지 많은 기간이 필요해 일관된 전략 아래에서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하는데 그런 점에 있어서 (우리나라가) 부족한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정부가 1조원 규모로 출범하겠다고 공언한 'K-바이오 백신 펀드'에는 "1조원은 웬만한 글로벌 제약사 1년 연구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비용이기에 정말 선택과 집중을 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최 대표는 싸이티바가 2021년 발표한 '621억원 규모 인천 송도 세포 배양 백(Bag) 생산시설 투자'와 관련해 "사업 계획을 변경해 올해 여름 다시 투자 신고를 하겠다"고 밝혔다.
최 대표는 "사업 계획을 구체화하고 시장의 상황도 면밀히 관찰하다 보니 세포 배양 백보다는 '필터레이션'(정제) 제품을 생산하는 게 좋겠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며 "원래 2024년 공장 가동이 목표였는데 2025년으로 1년 정도 지연됐고, 인플레이션 영향으로 투자 금액도 증액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창섭 기자 thrivingfire2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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