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넘은 ‘전기 알박기’에…수도권 건설사업장 유례없는 전력난
수도권 전력난 심화
수도권 전력 공급 불가로
개발사업 인허가 발목
13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부동사 디벨로퍼 A사는 최근 수도권 내 개발을 위한 건축허가접수 이후 한국전력공사에 전기 공급을 신청했지만 불가 통보를 받았다. A사는 전기 사용 신청 용량을 최소한 줄여 재접수했지만, 전기 공급을 받을 가능성이 낮은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A사 관계자는 “전기 부족으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에 대한 ‘건축허가’가 나오지 않을 경우 착공에 들어갈 수 없어 브릿지대출 및 PF 이자부담이 가중된다”면서 “지금까지 전기 공급을 못받아 인허가상 문제가 발생한 사례는 한 번도 본적도 들은적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이자부담에 개발사업 자체를 접을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관련 업계는 수도권 내 건설사업장의 전력난의 원인으로 수도권에 집중된 데이터센터를 지목한다.
통상 데이터센터 가동에는 대규모 전력이 소모된다. 산업통상자원부 자료를 보면 지난 4월 기준 국내 데이터센터 입지의 60%, 전력수요의 70%가 수도권에 몰려있다.
중부권, 호남권, 영남권 등은 전력자급률이 100%를 넘는 데 비해, 경기도 전력자급률은 58% 수준에 불과하다. 서울의 전력자급률은 10%를 간신히 넘겼다.
문제는 이같은 수도권 전력난이 갈수록 상황이 심각해질 것이라는 점이다. 산업부 집계에 따르면 IT업계는 2029년까지 국내 732개 데이터센터를 추가로 지을 계획인데, 이 중 82% 수준인 601곳이 수도권 입지를 희망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지방 분산을 위해 비수도권 데이터센터 전기요금 할인 등 지원을 강화키로 하고, 전기판매사업자인 한국전력은 데이터센터에 전력 공급을 거부할 수 있게 했다.
최근 수도권 내 데이터센터들의 전기사용 신청이 폭증하면서 민간 사업지에 공급할 전기가 바닥을 드러낸 것 아니냐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한국전력은 지난 몇 년 동안 수도권에 전기 사용 신청이 몰려 공급 계획이 순차적으로 잡힌 상황에서 마땅한 대안이 없다는 입장이다.
한전 측은 “현재 데이터센터들의 전기사용 신청 접수가 폭증하고 있다”며 “(전기 추가 공급을 위한) 설비 보강은 향후 장기 계획에 반영해 순차적으로 진행해야 하는데 임시로 선로를 끌어 공급하는 방안 등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소위 ‘전기 알박기’ 행태도 전력난을 악화시키는 원인으로 지목된다. 개발업계에서 데이터센터 건설을 위한 전기 사용을 신청해 공급을 확정받은 뒤 ‘전기 프리미엄’을 얹어 사업권을 넘기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변전소 용량이 부족해질수록, 전력을 확보한 토지주가 ‘갑’이 되고 있는 현실이 이를 더욱 조장하고 있다. 이에 향후 민간 개발 사업자들이 공급 받을 전기가 부족해지는 상황이 더욱 가속화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건축법상 건축허가를 받은 날로부터 2년 또는 착공 연기 기한 내 공사에 착수하지 않으면 건축허가 취소 처분이 내려진다. ‘2년 안에만 착공하면 된다’고 판단하고, 해당 기간에 전기 알박기 웃돈을 얹어 팔고 나가려는 업체가 나오는 이유다.
매각 프리미엄을 노리고 허가를 받아 사업자가 변경되는 전기 알박기를 사전에 파악하거나 제동을 거는 것 또한 불가능한 현실이다. 한전은 사업자가 바뀌더라도 예정 시기에 해당 사업장에 전기 공급을 해야하기 때문이다.
건설업계는 ‘전기 알박기’를 위한 토지 매입을 사전에 파악하고 대응할 방안이 하루속히 마련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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