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가?" 아빠 육아휴직자 수 재계 톱3 부상...'군대식 문화 균열'[FN 모빌리티]

지난해 남성 육아휴직자 285명
기아까지 합치면 400명 안팎될 듯
정의선 체제 들어 기업문화 혁신 추진
MZ세대 직원 수 증가에 따른 세태 변화도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뉴스1

[파이낸셜뉴스] 과거 '군대식 문화'로 통했던 현대자동차에서 남성 육아휴직자, 소위 '라떼파파'(한손엔 라떼, 다른 한손으로는 유모차를 끄는 남성)가 급증하면서, 아빠 육아휴직자 수가 재계 톱3를 달리고 있다. 이달 중순 창사이래 첫 여성 생산직 채용으로 화제를 모은 가운데, 지난 2018년 3%대에 불과했던 여성 임원 비율도 지난해 10%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차 기업에서 모빌리티 기업으로 전환을 선언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기업문화 혁신 작업이 속도를 내면서 현대차의 보수적 기업문화에 균열이 가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3일 현대차의 2023 지속가능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남성 육아휴직자 수는 285명으로 여성 육아휴직(234명)을 넘어서며 300명에 육박했다. 자동차 회사 특성상 남성(국내 약 6만8000명)이 여성(4600명)에 비해 절대적으로 많다는 점을 감안해도, 국내 2~3위 수준이다. 이에 1년 앞선 2021년 LG전자의 남성 육아휴직자는 221명(전체 남성직원 5만8500여명)이었다.

지난 4월 1일 경북 경주시 보문단지 일원에서 열린 제30회 경주벚꽃마라톤 대회에 참가한 아빠가 유모차와 함께 달리고 있다. 뉴스1

기아의 올해 지속가능보고서가 아직 발표되지는 않았으나, 지난 2021년 93명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현대차와 기아, 양사 합산 남성 육아휴직자 수는 연간 약 400명이 넘은 것으로 추산된다.

현대차의 남성육아휴직은 2018년 93명, 2019년 138명, 2020년 171명, 2021년 188명, 2022년 285명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육아휴직자에게도 연말 성과급을 지급하기로 결정한 뒤부터 남성 육아휴직 신청자가 급격히 증가했다고 현대차 측은 설명했다. 현대차는 남성의 경우도 자녀 1명당 육아휴직 2년을 보장하는데, 대개는 1회 6개월~1년간, 육아휴직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의선 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서기 시작한 2018년께부터, 유연근무제, 복장 자율화 등과 함께 점차 수평적 문화가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올초 남양연구소에서 신년회를 연 정 회장은 "나이가 50이 넘었지만, MZ세대 같은 때가 있었다"며 "우리가 어렸던 시대에는 쉽게 이야기하지 못하고 경청만 해야 하는 시대였는데 지금은 세상이 바뀌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여성임원도 꾸준히 증가세다. 지난 2018년 16명(3.6%)에서 지난해에는 46명(9.8%)으로 크게 늘었다. 국내외 총 여성 관리자수는 지난해 처음으로 2000명을 넘어서기도 했다. 한편, 남성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생산직·영업직이 매년 감소하면서, 노조가입률은 2020년 68.1%에서 지난해 63.1%로 감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