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 이사회 의장이 바라본 피프티피프티 사태 “멤버들, 거액 배상해야”

그룹 '피프티 피프티'. /어트랙트 제공

‘중소돌의 기적’으로 불렸으나 최근 소속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아이돌그룹 피프티피프티에 대해 SM엔터테인먼트 이사회 의장 김규식 변호사는 “멤버들이 잘못 계산했다”고 진단했다. 김 변호사는 포트폴리오 매니저이자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으로, 지난 4월 SM엔터테인먼트 이사회 의장에 선임됐다.

김 변호사는 지난 8일 페이스북에 ‘피프티피프티 사태 단상’이라는 제목으로 장문의 글을 올렸다. 그는 ‘멤버 탈취 외부 세력’으로 지목된 음악 프로듀서 안성일씨와 멤버들이 계약을 부당하게 파기하더라도 별 타격을 받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 것 같다며 “완전 오산”이라고 했다. 2011년 공정거래위원회가 만든 표준전속계약서에 따르면 소속 연예인이 계약을 위반했을 경우 직전 2년 동안의 월간 평균 매출액에 잔여 전속기간 개월 수를 곱한 금액을 위약벌로 소속사에 지급해야 한다. 데뷔한 지 얼마 되지 않은 피프티피프티의 경우 매출액이 적어 위약벌 액수도 적을 수밖에 없다. 위약벌 액수를 줄이기 위해 소속사와의 소송을 준비했던 멤버들이 건강상의 이유를 핑계로 갑자기 활동을 중단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김 변호사는 “위약벌 이외에 손해배상액은 별도로 지급해야 한다”며 “그동안 피프티피프티 멤버들에게 들어간 아파트 임대료, 댄스‧보컬 레슨비, 음반제작비, 차량‧의류‧식대 지원비 등 80억 상당의 투자금이 대부분 손해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이 금액을 안씨와 멤버들이 배상해야 한다는 게 김 변호사의 설명이다.

김 변호사는 “안성일과 멤버들은 전속계약 파기에 자신들의 귀책사유는 없다고 주장하고 있고, 만일 귀책사유가 없다면 손해배상이나 위약벌도 없다고 생각했을 것”이라며 “현재까지 알려진 사정으로는 도저히 귀책사유를 부인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어 “결국 위약벌은 몰라도 거액의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멤버들은 곧 정신 차리고 돌아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 변호사는 또 이번 피프티피프티 소송을 계기로 위약벌 조항이 수정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위약벌은 대체로 투자금의 몇 배로 규정되는데, 공정위가 아티스트에게 유리하도록 평균 매출액을 기준으로 만든 것 같다”며 “하지만 이번 사태로 위약벌 조항이 일반적인 관례를 따르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렇다고 아티스트들에게 지금보다 더 불리해지지는 않지만, 이런 식의 말도 안되는 배신 유형의 계약파기 사례는 앞으로 대폭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해 11월 데뷔한 피프티피프티는 곡 ‘큐피드’가 인기를 얻으면서 미국 빌보드와 영국 오피셜 차트 상위권에 진입하는 성과를 거뒀다. 중소 기획사 소속 아이돌 그룹으로는 이례적인 성공에 ‘중소돌의 기적’으로 불렸다.

승승장구할 일만 남은 것처럼 보였던 피프티피프티 멤버 4명은 지난달 19일 소속사 어트랙트를 상대로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이들은 소속사가 충실한 정산자료 제공 의무와 신체적‧정신적 건강 관리 의무를 위반했고, 연예 활동의 인적‧물적 자원을 보유하거나 지원하는 능력이 부족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어트랙트 전홍준 대표는 안씨가 멤버들을 빼돌리려고 200억원 규모의 계약을 몰래 추진했다고 반박했다. 안씨를 사기‧업무상 배임 혐의 등으로 고소하기도 했다. 어트랙트 측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4월까지 음반·음원 수익이 0원으로 기재된 건 외주업체의 실수 때문”이라며 “기한 내에 바로잡아 제출했기 때문에 정산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주장은 의미 없다”고 했다. 아울러 “어트랙트의 능력에 계속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데, 대표이사는 80억원이나 되는 돈을 투자했다”며 “이를 도외시하고 능력이 없다는 주장은 과하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이달 26일까지 양측의 자료를 검토해 이르면 이달 말 결론을 내릴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