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답]한은 총재 "가계부채, 큰 불안 요소…미시·거시 정교한 대응 필요"

손승환 기자 2023. 7. 13.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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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마을금고 업권 아닌 개별기관 문제, 관리 가능"
"금통위원 6명 모두 최종금리 3.75% 여지 열어둬"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2023.7.13/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세종=뉴스1) 손승환 기자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 우리나라의 가계대출 증가세에 대해 "우리 경제의 큰 불안 요소"라며 "정교한 정책 대응이 필요한 사항"이라고 밝혔다.

이 총재는 13일 서울 중구 한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통화정책방향 회의 후 기자 간담회를 갖고 "금통위원들도 가계부채 증가세에 대해 많은 우려를 표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특히 이 총재는 "우리 가계부채는 부동산 시장과 밀접한 영향이 있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급격히 조절하려고 하면 의도치 않은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최근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새마을금고 문제 등이 그 예시"라면서 "단기적으로는 부동산 시장 연착륙을 위해 자금에 물꼬를 트는 미시적 대응이 필요하고 동시에 중장기적으로는 가계부채 비율을 줄여 나가는 거시적 대응도 균형 있게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최근의 가계대출 증가세가 급격한 수준까진 아니라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지난달 가계대출이 4조원 정도 늘어나 우려가 되지만 가계부채 감축에 반대로 가는 수준이냐면 지금까진 아니다"며 "지금 상태에서 과도하단 평가는 시기상조고, 많은 우려가 있기 때문에 (우려대로) 그렇게 되지 않게 정책을 추진할 것"이라고 피력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2023.7.13/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다음은 이 총재와 취재진의 일문일답.

-최근 가계부채가 급등했는데 이를 억제하기 위한 금융 당국의 정책이 나오지 않는 것 같다. 가계부채 증가가 대응이 필요할 정돈 아닌 것으로 보는지. ▶이번 금통위 회의에서도 여러 금통 위원들이 가계부채 증가세에 대해 많은 우려를 표했다. 사실 이 문제는 정답이 있는 것이 아니고 정교한 정책 대응이 필요한 사항이다. 우리나라에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지난 수십 년간 1997년 외환위기, 2003∼2005년 카드 사태, 코로나19 사태 이후 등 일부 시기를 제외하면 꾸준히 상승했다.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올해 103% 이상으로 돼 있다. 이 비율이 계속 늘어나면 우리 경제에 큰 불안 요소로 작용하기 때문에 이를 더 키울 수 없는 것은 너무나 뚜렷한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 가계부채는 부동산 시장과 밀접한 연관이 있기 때문에 이를 단기적으로 급격히 조정하려고 하면 의도치 않은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최근 부동산 PF 문제, 역전세난, 새마을금고 등이 그러한 예일 것이다. 지금은 단기적으로 부동산 시장 연착륙을 위한 자금 흐름 물꼬를 트는 미시적 대응이 필요한 동시에 중장기적으로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 줄여나가는 거시적 대응도 균형 있게 추진하는 접근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선 정책당국과 한은 간 공감대가 있다. 가계부채가 많이 늘어난다면 금리뿐 아니라 거시건정성 규제 강화 등 여러 정책 대응 옵션이 있고, 금통위원들도 모든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자금시장에 물꼬를 터줘야 한다고 했다. 시장에 원화 유동성을 충분히 공급하겠다는 뜻인가. ▶원화 유동성을 공급한단 뜻이 거시경제 전체적으로 공급할 것인지, 미시적으로 타깃해서 공급할 것인지는 굉장히 다른 문제다. 지금 상황에서 원화 유동성을 금융 경제 전체적으로 충분히 공급하겠단 건 아니다. 금리도 높은 상황이고, 물가도 더 낮춰야 하므로 전체 유동성은 흡수·조절해야 되는 상황이다.

다만 새마을금고 사태, 지난 증권사 사태처럼 일부 문제가 나타났을 때 물꼬를 터주고 더 큰 시스템 리스크로 번지지 않도록 유동성을 공급해 시장이 돌아갈 수 있게 해줘야 한다. 예를 들어 새마을금고 중앙회가 담보를 팔 수 있게 하고, 유동성을 지원하는 게 한은의 역할이다. 유동성은 공급하지만 미시적인 유동성과 거시적 유동성은 구별해서 봐주셨으면 한다.

-한은이 긴축을 이어가고 있지만, 정부의 규제 완화로 투기가 다시 과열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가계부채는 우려된다. 다만 만일 미시적인 정책을 안 해서 전세 자금이 안 돌아간다든지, 다른 더 큰 금융 불안정이 생겼으면 거기에 대응하지 않았다는 불평도 나올 것이다. 그래서 정책을 정교하게 양쪽을 잘 조화해 가면서 해야 한다.

정부의 역전세 제도 등이 가계부채를 늘리는 요인으로 작용한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이는 미시적으로 자금시장 물꼬를 터 줄 필요가 있어서 하는 정책이다. 이 자체가 거시 정책과 상충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레고랜드 사태, 역전세난, 새마을금고 사태까지 부동산 레버리지라는 똑같은 시나리오 하에서 주인공만 바뀌는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또 다른 주인공, 다른 약한 곳에서 문제가 나타날 가능성은 어떻게 보나. ▶과거에 부동산 레버리지가 워낙 컸기 때문에 조정하는 과정이 순탄히 조용하게 될 것으로 생각하진 않는다. 다만 예전과 달리 그동안 여러 규제가 작동하면서 한 섹터, 특정 증권, 상호저축, 새마을금고 등 한 섹터가 다 위기에 몰린 상황은 아니다. 새마을금고도 그 안에서 건전한 곳이 있고 익스포저 더 큰 곳이 있다. 그런 면에서 레버리지 자체는 많이 늘어났지만 특정 섹터에 집중돼 위기가 몰려 있는 그런 상황은 아니고 개별 기관 문제라 생각한다. 천천히 연착륙하는 과정에서 순서 있게 대처해 가면 충분히 관리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4연속 금리 동결로 연내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금통위원들은 향후 금리 인상이나 인하에 대해 어떤 입장을 밝혔나. ▶저희는 목표 물가 상승률인 2%로 충분히 수렴한다는 확신이 들 때 인하를 논의할 것이다. 연말이 될지, 언제가 될지 시기를 못 박는 포워드 가이던스는 바람직하지 않다.

금통위원들은 만장일치로 금리를 현 수준으로 유지하기로 하는 한편, 금통위원 6명 모두 당분간 3.75%까지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말했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대로 낮아졌지만 아직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를 몇 번 올릴지 불확실성이 크다. 이에 따라 외환시장 변화할지 봐야 한다.

두 번째는 우리 물가상승률이 예상대로 둔화하고 있지만 근원물가가 아직 목표 수준보다 높다는 것이다. 가계부채가 어떻게 움직일지 이런 불확실성도 고려해야 한다. 아직 금통위원 중 금리 인하를 논의한 분은 없었다.

-지하철 등 공공요금 인상이 물가 전망치에 반영됐나. ▶교통 요금뿐만 아니라 전기·가스 요금도 지금까지 인상된 것은 연초에 물가상승률을 예측할 때 어느 정도 포함시켜놨다. 그렇지만 향후 추가로 (요금이) 오른다면 조정이 필요한 상황이다.

- 하반기 경기 전망은 어떻게 보나. ▶중국의 불확실성이 커진 건 사실인 반면 미국이나, 우리나라 반도체 출하 등은 늘어나고 있다. 중국은 우리가 예상한 대로 성장률이 빠르게 오르지는 않는 것 같다. 미국과의 하이테크 섹터 협상을 어떻게 이루는지 등도 변수다. 좋아진 것도 있고 나빠진 것도 있어서 전반적으로는 5월에 했던 전망을 그대로 유지한다고 말씀드린다.

ss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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