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신용등급 엇갈린 희비···자동차 뜨고 석유화학 지고
대중 비중 높은 디스플레이·철강은 줄줄이 하락
세계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둔화에도 올해 상반기 자동차를 비롯해 2차전지·태양광 업종 기업들의 신용등급은 상승했다. 반면, 대중국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석유화학이나 철강 업종 기업들의 신용등급이 줄줄이 하락했다.
13일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자동차·자동차부품의 신용등급·등급 전망이 상향 조정됐다. 완성차 업체에서는 반도체 공급난 완화에 따른 완성차 판매실적 회복으로 기아 신용등급이 AA에서 AA+로 한 단계 올라섰다.
전방산업 업황 호조에 따른 실적 회복으로 자동차 부품사인 하이호휠, 경창산업, 와이엠, 모베이스전자 신용 등급 전망도 높아졌다. 한국신용평가도 기아와 부품업체 모트렉스, 태양금속공업의 신용등급과 전망을 각각 높였다. 신용등급 전망이란 일정 기간 재무 상태 등을 살펴보면서 등급의 상향·하향 조정을 검토하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과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 수요로 2차전지 업종 중 에코프로비엠 신용등급도 BBB+에서 A+로 상향조정됐다. 신재생에너지 전환 수요와 미국 등 글로벌 주요국이 탈중국에 나서면서 그에 따른 수혜를 누린 태양광 업체 OCI홀딩스도 A에서 A+로 신용등급이 올라갔다.
이외에도 코로나 19 기간 중 해상 물동량이 늘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액화천연가스(LNG) 수요 증가로 한화오션의 신용등급 전망은 안정적에서 긍정적으로 상향됐다. 전쟁 영향으로 각국이 군비를 경쟁적으로 늘리면서 방위산업체인 현대로템 신용등급 전망도 상향됐다.
반면, 중국 비중이 높은 업종들은 신용등급이 떨어졌다. 중국 내 공급 증가와 세계 경기둔화로 인한 수요 위축 등이 겹치면서 범용 석유화학 제품 비중이 높은 롯데케미칼과 효성화학이 영향권에 들었다. 한국신용평가도 이들 기업의 신용등급을 각각 한 단계 하향 조정했다. 한국기업평가는 롯데케미칼 신용등급을 한 단계 낮췄다.
디스플레이 업종도 타격을 입었다. 중국 경쟁업체의 시장진입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경기둔화에 따른 제품 수요 축소로 LG디스플레이 신용등급이 A+에서 A로 떨어졌다. 중국 등 주요 철강 소비국의 경기둔화 영향으로 철강 제품의 가격·판매량이 동반 하락하면서 현대비앤지스틸과 동국산업 등급 전망은 낮아졌다.
올해 하반기에도 산업별 희비는 엇갈릴 전망이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비롯한 핵심산업 육성 정책에 따른 정책적 지원의 반사효과를 누린 2차전지, 자동차, 태양광 기업들의 전망이 밝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각국 정부의 군비 확장과 글로벌 LNG 수요 증가 등에 방위산업, 조선업종도 상대적으로 긍정적이다.
반면, 석유화학·철강은 회복세가 제한적일 가능성이 거론된다. 한기평 관계자는 “중국의 경기회복 속도가 기대에 못 미치고 선진국 경기둔화 현상도 단기간 내 해소되지 않아 석유화학 실적 개선 폭이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철강도 수요부진과 중국의 낮은 설비가동률로 수익성이 크게 개선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대부분이다. 분양 경기 불확실성이 이어지는 데다 운전자금 부담 증가 영향으로 건설사의 수익성 전망도 어두울 것으로 보인다.
박상영 기자 s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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