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대 만학도, 호남대에 1500만원 장학금…"후배들에게 노트 한권이라도"

서충섭 기자 2023. 7. 13.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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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중반의 나이에 호남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 입학해 석사학위까지 취득한 70대 만학도가 졸업 14년만에 모교를 찾아 후배들을 위한 장학금을 내놨다.

13일 호남대에 따르면 여영순 호남대 동문(76·여)이 박상철 호남대 총장에게 장학금 1500만원을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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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거주 76세 여영순씨 "못배운 한 호남대 덕에 풀어"
50대 중반의 나이에 호남대학교에 입학했던 여영순씨(76·가운데)가 모교에 1500만원의 장학금을 기탁했다.(호남대 제공)2023.7.13./뉴스1

(광주=뉴스1) 서충섭 기자 = 50대 중반의 나이에 호남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 입학해 석사학위까지 취득한 70대 만학도가 졸업 14년만에 모교를 찾아 후배들을 위한 장학금을 내놨다.

13일 호남대에 따르면 여영순 호남대 동문(76·여)이 박상철 호남대 총장에게 장학금 1500만원을 전달했다. 전달식에는 세무사로 활동하는 여씨의 장남이 동석했다.

여씨는 "대학시절 받았던 장학금이 너무 고마워서 뒤늦게나마 후배들에 노트 한권씩 선물하고픈 마음으로 장학금을 전달하게 됐다"며 "어린 학생들에게 공부만큼은 뒤지고 싶지 않아 강의실 맨 앞자리에 앉아 수업을 들었다. 노트를 달달 외워가며 공부했던 그때가 정말 행복했다"고 회고했다.

경기도 성남에 거주하는 여씨는 남아선호 사상이 강했던 가풍 탓에 초등학교만 졸업했다. 9남매의 장남과 결혼해 시동생들 뒷바라지를 하는가 하면 4남매를 낳아 키우느라 대학 진학은 엄두도 못냈다,

결국 아이들을 성장시킨 후 55살의 나이에 중·고등학교 검정고시를 거쳐 56세에 2003학번 신입생으로 국어국문학과에 입학, 석사학위까지 취득했다.

2년 전 남편과 사별한 여씨는 판사였던 둘째 딸도 떠나보내는 아픔을 딛고 다시 삶의 의지를 얻고자 장학금을 기탁했다. 이에 여씨 자녀들도 어머니의 뜻에 따라 장학금을 함께 보태며 응원했다.

여씨는 "수필과 시를 쓰고 싶어 국어국문학과를 선택했던 만학도를 각별히 아껴주신 고 국효문 교수님 덕분에 나와 자녀들의 글을 모아 '일출을 바라보며'라는 수필집도 낼 수 있었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박상철 호남대 총장은 "소중한 장학금을 경제적으로 어려운 후배들에 전달해 그 뜻이 깊이 전달되도록 하겠다"고 화답했다.

zorba8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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