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전 500일에 힘받는 한반도식 '동결 분쟁' 전망…젤렌스키는 '일축'
"러, 영역 확장하기 위해 동결 분쟁 이용"
(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이른바 '동결 분쟁'(frozen conflict)으로 바꾸는 어떠한 평화 제안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점을 재차 확인했다.
최근 곳곳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이 동결 분쟁으로 귀결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에 대한 거부 의사를 분명히 드러낸 것이다.
12일(현지시간) 젤렌스키 대통령은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 "우리는 우리 땅을 되찾고, 우리 영토의 안보를 회복하기를 원한다"며 "그것이 승리이고, 동결 분쟁은 승리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동결 분쟁은 무장 충돌 상태는 종료됐지만, 분쟁이 공식적으로 종료되지는 않은 상황을 가리킨다. 한국전쟁 이후 한반도와 지중해의 키프로스가 대표적인 예다.
키프로스는 유럽 유일의 분단국으로, 그리스계와 튀르키예계 간 분쟁이 30년 넘게 이어진 끝에 양분됐다. 한국이 헌법상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듯, 튀르키예계로 구성된 북키프로스는 튀르키예만이 정식 국가로 인정하고 있다.
다만 동결 분쟁이라는 용어가 국제정치에서 폭넓게 사용되며 전문가들에 따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세르비아-코소보, 카슈미르를 둘러싼 인도-중국 분쟁 등 무력이 동원된 충돌도 동결 분쟁으로 보기도 한다.
앞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달 21일에도 BBC와의 인터뷰에서 “반격이 얼마나 진전되든 간에 우리는 동결 분쟁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것(동결 분쟁)은 결국 전쟁이고 우크라이나에 가망 없는 일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일주일 뒤인 28일 우크라이나 제헌절 국회 연설에서 "우크라이나는 동결 분쟁에 대한 어떤 변종에도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러시아도 전쟁이 동결 분쟁으로 귀결되는 시나리오를 탐탁지 않아 하고 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러시아는 특수군사작전(전쟁)을 완수할 가능성만 고려하고 있다"며 "평화안을 받아들일 만한 전제 조건이 하나도 충족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는 점령지 반환, 러시아의 전쟁 배상금 지급, 전쟁범죄 처벌 등을 평화협상 조건으로 내걸었고, 러시아는 돈바스 해방과 우크라이나 영토의 탈나치화 및 비무장화를 전쟁 목표로 삼고 있다.
이처럼 양측 모두 동결 분쟁에 반발심을 보이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전쟁이 장기화하며 휴전 형태의 동결 분쟁 양상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지난 5월 "미국 관리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수년, 아마도 수십 년 동안 지속되는 동결 분쟁으로 바뀌고 한반도, 남아시아와 비슷한 장기간의 대결 대열에 합류할 가능성이 커지는 것에 대비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특히 국제사회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동결 분쟁으로 굳혀질 경우 러시아에 유리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러시아가 오랫동안 러시아 국경 너머로 영역을 확장하기 위해 동결 분쟁을 이용해 왔다는 것.
프랑스24는 "러시아는 지난 30년 동안 몰도바의 트란스니스트리아 지역에 있는 친(親)러시아 정권을 지지했고, 2008년 조지아의 남오세티야와 압하지야에 있는 분리주의 정부를 지원하기 위해 조지아 침공을 강행했다"며 "그리고 6년 뒤 우크라이나로부터 크림반도를 점령하고, 돈바스에서 친러시아 분리주의자들의 반란을 지원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 군사 안보 전문가인 니콜라 파솔라는 프랑스24에 "러시아는 이른바 '가까운 해외'에 역사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자격이 있다고 여기고 다른 사람이 이를 침해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유럽 기독교 매체인 CNE뉴스 역시 러시아가 동결 분쟁을 통해 효과적으로 영토를 관리해 왔다고 지적했다.
매체는 "지역 반란군에게 자금을 지원하거나 그곳에 군인을 배치하고, 분쟁이 발생한 국가(우크라이나, 몰도바, 조지아)가 더 이상 영토를 완전히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면 충돌 지역에서 직간접적으로 상당한 군사력을 확보할 수 있다"며 "본국은 전면전을 시작하거나 패배를 선언하지 않고는 거의 대응할 수 없다. 이것이 동결 분쟁의 비결"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동결' 분쟁은 언제든 다시 녹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매체는 "우크라이나 역시 2014년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점령하기 전까지는 동결 분쟁 지역이었다"며 "인도와 파키스탄의 경우에도 거대한 핵전쟁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yeseu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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