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비로 병실서 호캉스 보내라"는 한의원…도넘은 문자 마케팅 '눈살'

한의원, 상급병실 이용 제한하니…일반병실 ‘호텔급 병실’로 둔갑해 마케팅

문제가 된 한의원의 병실/사진제공=독자제공

(서울=뉴스1) 박재찬 기자 = 한의원의 일반병실이 ‘호텔급 병실’로 둔갑했다. 소규모 의원급에서 일명 '나이롱 환자'를 유치해 고액의 병실료를 청구하는 도적적 해이가 심각해지자 지난해 국토교통부가 의원급 의료기관의 상급병실 이용에 제동을 걸자, 일부 한의원에서 ‘한의원 바캉스’, ‘실손보험 호캉스’ 등의 마케팅에 나선 것이다.

1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서울 마포구의 한 한의원에서 하루 입원비 30만~40만원의 ‘호텔급 병실’을 공짜로 이용할 수 있다며 ‘건강보험 호캉스’를 권유하는 마케팅에 나선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이 한의원은 ‘건강보험 호캉스 방법을 알려주겠다’며 문자메시지를 일부 고객에게 전송했다. 문자메시지에는 ‘1, 2인실로 구성된 상급병실을 일반병실료로 이용할 수 있고, 하루 입원 및 치료비용인 6만원은 실손보험으로 돌려받을 수 있다’며 휴일 또는 휴가를 이용한 ‘한의원 호캉스’를 권유하는 내용이다.

실제 이 한의원은 ‘의원급에 상급병실이 인정되지 않으면서 환자들은 오히려 사실상 호텔 같은 1인실 상급병실을 다인실 비용으로 이용할 수 있어 잘된 일’이라며 ‘1일 30만~50만원의 상급병실을 이용료 전혀 없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고 홍보했다.

병실을 무료로 이용한다는 것은 실손보험의 입원비가 보장하는 것이라 문자에 언급된 '건강보험 호캉스'는 사실상 ‘실손보험 호캉스’다.

한의원의 일반병실이 ‘호텔급 병실’로 둔갑한 배경은 지난해 11월 국토교통부가 자동차보험금 누수를 방지하기 위해 ‘자동차보험 진료수가 기준 개선안’을 시행하면서, 의원급 의료기관의 상급병실 이용이 제한됐기 때문이다. 의원급 의료기관은 주로 외래환자를 상대하는 의원, 한의원, 치과의원 등이다.

상급병실은 병원급 기준 1인실, 의원급 기준 1~3인실이고, 입원료는 3만원에서 40만원까지 병원별로 차이가 크다. 교통사고 입원치료는 일반병실 사용이 원칙이지만, 그동안 전염병 등의 ‘치료 목적이 있는 경우’나 ‘일반병실이 없어 부득이한 경우’(7일 이내)에는 예외적으로 상급병실을 이용할 수 있었다. 이에 일부 의원에서는 예외 규정을 악용해 허위·과다 입원 환자(나이롱 환자)를 무분별하게 상급병실에 들여왔다.

하지만 지난해 자동차보험 진료수가 기준 개선안 시행으로 올해부터 한의원들은 기존의 상급병실을 일반병실로 사용할 수밖에 없게 됐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일부 한의원에서 ‘한의원 바캉스’, ‘건강보험 호캉스’ 등의 마케팅까지 하며 환자 모으기에 나선 것.

해당 의원은 “메시지에 오해의 소지가 있었다”며 “내용과 관련된 게시물은 삭제했다”고 밝혔다.

한편, 한의원은 보험금 누수의 온상으로 지목되고 있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 2019년부터 올해 초까지 4년간 보험사가 의료법 위반 병원을 보건당국에 신고한 병원 중 한의원을 포함한 한방병원이 29.4%로 가장 많았고, 안과 8.5%, 성형외과·피부과, 치과가 각각 8.1%, 6.8% 등으로 뒤를 이었다.

또 최근에는 일명 ‘한방세트’가 과잉진료 논란의 중심이 되기도 했다. 한방세트는 침술이나 뜸, 부항, 한방물리, 첩약, 약침, 추나, 온·냉경락 등 한방지료 중 다수의 처치(6가지 이상)가 하루 내원 환자에 동시에 시행되는 것을 의미한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자동차보험에서 한방세트 진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2016년 36.6%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에는 54.8%까지 급증했다. 지난해 한방세트 진료비는 8000억원으로 지난 2016년 2027억원 대비 무려 4배나 늘었다.

jcppar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