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초 이하 만지면 성추행 아니다?'...이탈리아 법원 판결 논란

장영준 기자 2023. 7. 13.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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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법원에 항의하는 의미로 소셜미디어(SNS)에 자기 몸을 만지며 10초를 세는 영상이 올라오고 있다. 〈사진=인스타그램 갈무리〉

이탈리아에서 이성의 몸을 10초 이하로 더듬으면 성추행이 아니라는 판결이 나와 현지에서 큰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12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 등에 따르면 최근 이탈리아 법원은 10대 여학생을 성추행한 혐의를 받는 로마의 한 고등학교 관리 직원 안토니오 아볼라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66세 아볼라는 지난해 4월 학교 계단을 오르던 17세 여학생의 바지를 내리고 엉덩이를 만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당시 여학생이 놀라 뒤돌아보자 아볼라는 "얘야, 내가 장난치는 거 알잖아"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로마 검찰은 아볼라에게 징역 3년 6개월을 구형했습니다.

법정에 선 아볼라는 동의 없이 학생의 몸을 더듬은 것을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성적 의도가 없는 장난이었다'며 혐의를 부인했습니다.

재판부는 아볼라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학생의 몸을 더듬은 것이 10초가 안 되기 때문에 범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라는 게 무죄 판단의 이유였습니다. 또 아볼라의 행동에 대해 "여학생을 더듬은 것은 욕정 없이 한 어색한 행동"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탈리아 배우 파울로 카밀리가 법원에 항의하는 의미로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자기 몸을 만지며 10초를 세는 영상을 게재했다.〈사진=파올로 카밀리 SNS 캡처〉

이 소식이 알려지자 소셜미디어(SNS)에선 '10초(10secondi)', '짧게 더듬기(palcata breve)' 등의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을 올라왔습니다. 사법 당국의 판결에 항의하는 의미입니다. 또 아무 말 없이 카메라를 바라보며 자기 몸을 10초 동안 만지는 영상도 잇달아 올라올고 있습니다.

2940여만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인플루언서 프란체스코 치코네티는 "10초가 긴 시간인지 아닌지를 누가 결정하나"라며 "5초나 10초는 말할 것도 없고 단 1초도 다른 사람의 몸을 만질 권리는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판사가 문제의 남성에게 무죄를 선고한 것은 이탈리아에서 성추행이 일상적으로 벌어지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고 비판했습니다.

피해 학생은 현지 매체 코리에라 델라 세라와의 인터뷰에서 "판사는 그의 행동을 장난이라고 봤지만, 나는 그것을 장난으로 보지 않는다"며 "노인이 10대와 장난치려 하는 행동이 아니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짧은 시간 동안 나는 그가 내 몸을 만지는 걸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며 "학교에 이어 사법부에 또다시 배신당한 느낌이다. 이것은 정의가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피해 학생은 "성추행 피해자들은 성범죄 피해를 신고해 봤자 소용없다고 생각할 것"이라면서도 "침묵은 범죄자를 보호하는 것이기에 반드시 신고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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