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즐기는 우리들의 여름 블루스

칼럼니스트 김재원 2023. 7. 13.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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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지사람 제주살이 이야기] 82. 다시, 제주 여름에 빠지다.

코로나 이후 일상 회복 속 3년여 만에 맞이한 올여름, 제주에서 즐기기 좋은 명소를 소개하고 다시 제주 여름에 빠져보는 시간을 가져볼까 합니다. 제주에서 즐기는 우리들의 여름 블루스 바로 시작해볼까요? 

제주 바다는 바다마다 분위기가 달라 취향에 맞는 바다를 발견할 수 있는 기쁨이 있죠. 함덕, 김녕, 월정, 세화 등 동쪽 바다가 자유로움이 넘치는 보헤미안 스타일이라면 곽지, 협재, 금능, 판포 등 서쪽 바다는 보기만 해도 명랑하고 유쾌합니다. 그중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는 바다가 협재해수욕장인데요. 

비양도를 품고 있는 협재해수욕장. ⓒ김재원

비양도를 품고 있는 협재해수욕장은 금능해수욕장과 붙어있는데, 경사가 완만하고 수심이 얕아 썰물 때면 은빛 모래밭이 신비한 융단처럼 바다를 향해 달려갑니다.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해서일까요? 가족 여행객들에부터 힙한 스타일의 MZ세대 여행객들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협재해변을 두고 조화롭게 어울립니다.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서 김우빈과 한지민의 풋풋한 사랑 무대도 이 근처인데요. 

용머리 해안과 사계 해변. ⓒ김재원

유네스코로부터 세계 지질공원으로 인증된 제주의 독특한 지형을 담은 인생 샷을 원한다면 꼭 기억해야 할 곳이 있습니다. 용머리해안 일대와 사계 포구에 이르는 설쿰바당은 갈색 모래와 검은색 모래가 단단하게 굳어진 갈색 모래와 검은색 모래 바위 사이로 숭숭 뚫린 구멍이 이국적인 곳인데요. 

황우지 해안. ⓒ김재원

암석이 둥근 형태로 둘러져 있고 암석 아래쪽으로 바닷물이 계속 순환되면서 만들어진 황우지 해안도 에메랄드빛 바다를 품고 있고요. 마치 닭이 흙을 파헤치고 그 안에 들어앉은 모습을 닮았다 하여 이름이 붙여진 닭머르 해안 길 역시 아름다운 해안선과 함께 저녁노을을 담을 수 있는 최고 스폿으로 꼽힙니다. 

닭머르 해안길. ⓒ김재원

장수를 기원하던 옛사람들이 겨울밤 서귀포에 떠오른 노인성을 보기 위해 애썼다면, 여름에는 폭포수를 맞기 위해 줄을 섰습니다. 300미터가량 떨어진 정방폭포보다 규모는 작지만 물이 바다로 바로 떨어져 흘러드는 신기한 모습의 소정방폭포.

소정방폭포. ⓒ제주관광공사

폭포 높이가 7미터 정도로 낮지만, 백중날(음력 7월 15일)이 폭포에서 떨어지는 물을 맞으면 일 년 내내 건강하다는 속설이 있어 물맞이 장소로 사랑받는 곳인데요. 이 물을 맞으면 신경통에 효험이 있다고 하는데, 물이 차가워 오랫동안 물을 맞을 수 없는 게 안타까울 뿐이죠. 제주 올레 6코스 중간에 있습니다. 

논짓물. ⓒ제주관광공사

한여름 뼛속까지 스며드는 짜릿한 시원함을 느낄 수 있는 또 다른 곳도 가볼까요. 한라산에 떨어진 빗방울은 대부분 땅속으로 스며들어, 땅속을 오랜 시간 인내하면서 흘러, 마침내는 태초의 물처럼 깨끗하고 정화된 상태로 다시 세상에 나옵니다. 이렇게 한라산에 스며든 비가 대수층을 흘러 바닷가 마을에서 솟아오르는 것은 용천수라고 하는데요. 지하에 오래 머물렀던 물이라 얼음처럼 시원한데, 이를 활용해 목욕탕이나 여름 물놀이 장소로 만든 곳들이 있습니다. 그중 논짓물, 삼양 샛다리물, 도두 오래물 등이 유명합니다. 

신창풍차해안도로. ⓒ제주관광공사

바닷속으로 난 풍차길 따라 제주를 달려보는 것도 제주 여름을 즐길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입니다. '신창풍차해안도로'는 언제 어디서든 멋있는 석양을 볼 수 있는 곳이죠. 정자, 풍력발전기, 등대, 돌들이 석양의 압도적 힘 앞에서도 올곧게 자신들의 형태와 질감을 유지하고요. 거기에 석양까지 받아 고유한 질감은 신비한 아우라까지 띱니다.

그 사이를 걸어 들어가는 사람은 누구나 풍경의 일부가 됩니다. 바닷가를 따라 줄지어 있는 풍력발전기를 지나는 드라이브 코스도 이국적이지만, 그 끝에 펼쳐지는 차귀도의 풍경은 예술에 가깝습니다. 맑고 대기가 깨끗한 날엔 차귀도와 수월봉의 낙조를 담기 위해 사방에서 몰려온 사진작가들과 여행객들로 붐비는 이유가 그것 때문이죠. 

제주식 물회. ⓒ김재원

이제 허기진 배를 채울 시간입니다. 어부들이 고된 노동 도중 잠시 짬을 내어, 갓 잡은 물고기에 장과 밥을 넣고 물에 말아 술술 넘기던 간편식이 물회입니다. 그래서 물회는 어부들이 잠시 숨 돌리며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는 건강한 패스트푸드이자 어부들의 영혼까지 어루만져 주는 소울푸드인데요. 

출발이 이러니 어찌 물회가 맛있지 않을 수 있을까요. 여름 제주 바다에서 건져낸 신선한 원물에 각종 야채와 시원한 양념 육수가 하나로 모인 물회는 여행객들이 메고 온 여러 고민까지도 한 방에 씻어버릴 수 있는 진정한 소울푸드입니다. 

코로나 엔데믹 선언 후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다시 맞이한 여름, 이번 칼럼에서는 제주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알짜배기 여름 여행지들을 소개했는데요. 다시 제주 여름에 푹 빠지는 여름 휴가 되시길 바랍니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칼럼니스트 김재원은 작가이자 자유기고가다. 대학시절 세계 100여 국을 배낭여행하며 세상을 향한 시선을 넓히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작가의 꿈을 키웠다. 삶의 대부분을 보낸 도시 생활을 마감하고, 제주에 사는 '이주민'이 되었다. 지금은 제주의 아름다움을 제주인의 시선으로 알리기 위해 글을 쓰고 사진을 찍으며 에세이 집필과 제주여행에 대한 콘텐츠를 생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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