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 칼럼] 통신요금은 왜 안 내려가나
“통신요금 부담을 경감해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올해 2월 15일 통신시장 과점 해소를 위한 특단의 대책을 주문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후 5개월여 만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통신시장 경쟁촉진 방안’을 내놨다. 통신시장 내 경쟁을 유도해 통신비를 낮추겠다는 게 핵심이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통신 이권 카르텔’을 깨는 것도, 통신요금 청구서를 낮추기도 어려워 보인다. 고물가 시대에 허리가 휘는 서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대책으론 부족했다는 평가다.
지난 6일 통신시장 경쟁촉진 방안 브리핑에서 “(5G) 최저요금제 인하가 오늘 발표에 빠져서 어떻게 될지 궁금하다”라는 질문이 나왔다. 소비자가 원한 것은 ‘자신의 통신요금이 얼마나 싸지냐’인데, 정작 그 내용의 구체적인 안이 빠졌다는 지적이다.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은 이에 대해 “신경 써서 바라보고 있는 부분 중 하나이고, 앞으로 통신사와 적극적으로 협의해 4만원대(현재 통신 3사의 5G 최저요금제 수준) 요금제뿐 아니라 그 아래에서도 중간요금제가 나오든지 하는 형태로 협의해 나갈 예정”이라고 답했다. 정부의 압박으로 통신 3사가 지난 4월 5G 중간요금제를 내놨지만, 여전히 비싸다는 지적에 정부는 얼마나 낮출 수 있을지 답하지 못했다.
정부가 꺼낸 카드는 10년 넘게 실패한 제4 통신사 유치다. 하지만, 이것으로 통신 이권 카르텔을 깨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에서 당장 효과를 볼 수 있는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과기정통부는 이번엔 다르다며 제4 통신사 유치를 위한 당근책을 내놨지만, 신규 사업자가 제4 통신사로 안착하기 위해선 수년간 조단위 투자가 필요하다.
국내 통신시장은 이미 포화됐다. 신규 사업자는 통신 3사보다는 요금을 낮추면서 알뜰폰보다는 비싼 요금제를 내놔야 하는데, 이 경우 수익성 확보가 쉽지 않다. 이를 감당할 기업은 많지 않다. 정부가 2010년부터 7차례에 걸쳐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우리나라 인구가 5155만명인데,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제4 통신사가 해법인지도 고민해 볼 시점이다. 2000년대 이전 SK텔레콤, KTF, 신세기통신, 한솔엔닷컴, LG텔레콤이 통신시장에서 경쟁했을 당시 후발 사업자는 적자를 내다가 흡수합병됐다. 들어오지 않는 제4 통신사만 바라보면서 통신요금이 떨어지기를 바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만 폐지하더라도 통신사간 경쟁은 어느 정도 활성화될 수 있다. 하지만 정부는 단통법 폐지 대신 개정을 택했다. 단통법 도입 당시 통신 3사가 보조금 경쟁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이는 대신 이를 요금에 투입해 통신비가 낮아질 것이라 기대했지만, 결과는 달랐다. 통신사들이 다같이 돈을 안 쓰면서 소비자가 단말기를 더 비싸게 사야 하는 현실을 지난 10년간 경험했다.
과기정통부는 대리점이나 판매점이 이동통신 사업자가 공시한 지원금의 15% 내에서 추가지원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한 것을 30%로 확대하도록 했다. 단통법 도입 당시와 달리 현재 단말기 시장은 삼성전자와 애플 양강 구도라 제조사의 공시지원금은 제한적이다. 여기에 공시지원금을 기준으로 올리는 추가지원금 한도를 높인다고 해도 휴대폰 가격에 비하면 크지 않다. 공시지원금은 낮아지고 추가지원금만 오르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1인 가구를 포함한 가구당 월평균 통신비가 올해 1분기 13만원을 기록했다. 반면 통신 3사의 영업이익은 2021년에 이어 2년 연속 4조원을 넘겼다. 국민들이 정부에 기대한 것은 통신시장의 경쟁을 촉진하겠다는 의지나 조삼모사식 단통법 개정안이 아니다. 당장 국민들의 통신요금 고지서에 찍힌 숫자가 바뀔 수 있는 그런 획기적인 안이다.
[안상희 통신인터넷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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