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키호테' 박대연 회장의 슈퍼앱 올인…위기의 티맥스그룹
스카이레이크에 콜옵션 행사 못하면 티맥스티베로도 넘겨야
캑터스PE 등과 티맥스에이앤씨 1조원대 자금 조달 논의 중
"3년 내 슈퍼앱 성공 못하면 그룹 전체가 PEF로 넘어갈 수도"
'한국의 오라클'로 불리는 티맥스그룹이 자금난에 휘청거리고 있다. 박대연 티맥스그룹 회장의 야심작 '슈퍼앱' 개발에 천문학적인 자금을 쏟아부은 게 화근이다. 지난해 초 스카이레이크에쿼티파트너스에 매각한 핵심 계열사 티맥스소프트를 되사오는 콜옵션을 행사할 수 있는 시점이 다가오면서 박 회장의 마음은 조급해지고 있다. 콜옵션을 행사하지 못하면 그룹의 미래 성장 동력인 티맥스티베로까지 내줘야할 위기다. '돈키호테' 박 회장의 도전이 티맥스그룹을 어떤 결말로 이끌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8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콜옵션 행사 시점
12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박 회장은 최근 티맥스에이앤씨를 통해 1조원대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물밑에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박 회장의 발등에 불이 떨어진 건 티맥스소프트 콜옵션 행사 시점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박 회장은 지난해 초 자신과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티맥스소프트 지분 총 60.9%를 스카이레이크에 약 5600억원에 팔았다. 티맥스소프트의 기업공개(IPO) 계획이 무산되고, 투자자들의 자금 회수 압박이 더해지면서 지분을 넘겼다.
박 회장과 스카이레이크는 이 계약에서 각각 콜옵션과 풋옵션을 맺었다. 콜·풋옵션은 M&A 계약이 체결된 뒤 2년 후 행사가 가능하다. 이 행사 시점이 내년 3월 1일이다. 콜옵션 행사 시점이 8개월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박 회장은 자금 마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박 회장이 반드시 콜옵션을 행사해야 하는 이유는 이 계약에 숨겨진 조건 때문이다. 스카이레이크는 계약서에 박 회장이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으면 티맥스그룹의 데이터베이스 전문 기업 티맥스티베로를 넘겨받을 수 있는 조항을 넣었다.
계약 당시 박 회장은 2년 내 충분히 자금을 마련해 티맥스소프트를 되사올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이 조건을 받아들인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티맥스그룹의 자금 사정은 나아지지 않았다. 이에 더해 스카이레이크 측에 지나치게 유리한 조건이라는 얘기를 들은 박 회장은 사내외 관계자들에게 상당한 불괘감을 표현한 것으로 알려졌다.
티맥스그룹은 콜옵션 행사 가능 기간이 내년 3월부터 2026년 3월까지 2년인 데다 이후 스카이레이크 측이 풋옵션을 행사하더라도 1년 6개월 내에만 회사를 되사오면 돼 당장 문제가 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IB업계 관계자는 "복잡한 조건이 붙어있지만 단순화하면 박 회장이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으면 티맥스티베로가 스카이레이크로 넘어간다는 게 당시 계약에 숨은 조항"이라고 말했다.
티맥스소프트·티베로 담보로 또 PE와 협상
티맥스티베로는 2020년 5월 티맥스데이터의 데이터베이스솔루션 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해 설립한 회사다. 클라우드 환경에 최적화된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이 주력 상품이다. 티맥스티베로는 공공기관 등을 집중 공략하며 사업을 확장했다.
클라우드 시장이 계속해서 성장하는 만큼 티맥스티베로의 실적도 날로 개선되고 있다. 티맥스티베로는 지난해 67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전년(490억원) 대비 36.7% 늘었다. 영업이익은 207억원을 거뒀다. 업계에선 올해 티맥스티베로의 매출이 1000억원 문턱을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티맥스소프트는 안정적인 캐시카우 역할을 하는 회사이고, 티맥스티베로는 티맥스그룹의 미래 성장 동력으로 꼽힌다. 박 회장이 반드시 콜옵션을 행사해 티맥스소프트를 되사오고, 티맥스티베로를 지켜야 하는 이유다.
문제는 티맥스그룹의 자금 사정이 넉넉하지 않다는 점이다. 6000억원에 달하는 티맥스소프트 매각 대금은 이미 티맥스그룹의 또 다른 미래 먹거리 '슈퍼앱'을 개발하는 데 상당 부분 소진한 것으로 전해진다. 당장 슈퍼앱을 개발하는 계열사 티맥스에이앤씨는 회사 운영 자금조차 고갈 직전인 상황이다.
박 회장은 티맥스에이앤씨에 1조원 가량의 투자를 유치해 티맥스소프트 콜옵션을 행사할 자금과 티맥스에이앤씨의 운영자금을 동시에 마련한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여러 사모펀드(PEF) 운용사와 논의를 이어간 끝에 최근 캑터스프라이빗에쿼티(PE)와 협상 테이블을 펴고 구체적인 계약 조건을 조율하고 있다.
박 회장은 티맥스에이앤씨의 밸류를 5조원 이상으로 책정받길 원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반면 캑터스PE는 이에 절반 수준으로 밸류를 보고 있다. 세부 조항에서도 이견이 적지 않다. 3년 뒤 티맥스에이앤씨가 상장에 성공하면 내부수익률(IRR)을 10% 이상 보장하는 조건에는 합의했지만 상장에 실패했을 때가 문제다.
캑터스PE는 티맥스에이앤씨가 상장에 실패하면 티맥스소프트와 티맥스티베로를 넘겨받는 조건으로 딜 구조를 짜고 있다. 박 회장 측은 큰 틀에서 이 조건에 동의했으나 둘 다 넘겨줄 순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진다. 박 회장은 티맥스소프트를 되찾아오는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핵심 계열사를 또 다시 담보로 걸어야 하는 상황에 처한 셈이다.
티맥스그룹 관계자는 "다양한 자금 조달 방안을 시뮬레이션 중이나 확정된 건 없다"고 말했다.
슈퍼앱 성공에 달린 티맥스그룹 운명
박 회장의 계획대로 3년 내 슈퍼앱이 성공해 티베로에이앤씨가 높은 기업 가치를 인정받고 상장에 성공하면 티맥스그룹의 자금난은 해결된다. 하지만 슈퍼앱의 성공 여부가 불확실하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슈퍼앱은 전문적인 코딩 기술이 없어도 누구나 고품질의 경쟁력 있는 앱을 개발할 수 있도록 돕는 플랫폼이다. 특정 운영체제(OS)와 디바이스, 앱마켓 등에 종속되지 않고 모든 환경에서 운영된다. 박 회장은 1997년 회사 창립 이후 축적한 모든 기술력을 이 슈퍼앱 개발에 투입했다. 박 회장은 슈퍼앱이 상용화되면 "IT 개발자의 시대는 끝날 것"이라 예고했지만 업계에선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박 회장은 광주상고를 졸업하고, 은행을 다니다 뒤늦게 미국 유학을 떠나 KAIST 교수가 된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개발밖에 모르는 외골수 기질이 강한 사람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 덕에 끝없는 연구개발로 '미들웨어(티맥스소프트)→클라우드·데이터(티맥스티베로)→슈퍼앱(티맥스에이앤씨)'으로 이어지는 그룹의 미래 먹거리를 마련하는 등 성과를 내기도 했다. 다만 그룹 전체가 자금난에 빠진 배경 역시 박 회장의 이런 기질에서 비롯된 무모한 투자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IB업계 관계자는 "콜옵션을 행사해 티맥스소프트를 되찾고, 티맥스티베로를 지키더라도 콜옵션 행사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이 두 회사를 다시 담보로 걸어야 하는 상황"이라며 "3년 뒤 티맥스에이앤씨가 상장에 실패하면 또 다른 베팅이 이어지거나 그룹 전체가 사모펀드에 넘어갈 위기를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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