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예술적이지만, 지극히 개인적인".. 공감과 예술의 실타래 엮어, 마음에 닿을 수 있기를
나의 마음이 네게 닿을 때’ 전시
제주국제평화센터.. 7월 13일~8월 7일
강승희, 서성봉, 손원영 3인 작가
“고요함의 심장부 향한 공감의 여정”
# 사실 문화 그리고 예술의 가치라는게 어디 고고함과 숭고함에만 있을까. 저 하나 살겠다며 남을 밟고 희롱하는게 아니라 남의 형편, 처지를 헤아려 공감하는 능력을 고양하는데서 이 어지러운 세상, 비로소 문화와 예술은 스스로 빛납니다.
공감과 위로가 필요한 이 시대, 예술은 과연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물어보며 가만히 답을 읊조려 볼 자리입니다. 복잡하고 다양한 개체들이 어울린 공동체 속에서, 공감과 소통의 의미를 묻고 되묻습니다.
‘평화’란걸 단순히 ‘갈등의 부재’라 정의하는 종전의 경로를 벗어나, 인간의 다양성과 관점의 차이를 포용하며 펼쳐냅니다. ‘공감’이라며, 낯선 이의 경험에 몰입해 그들의 '고통'과 '열정'을 느껴보자면서 제법 친밀한 몸짓을 가장해, 한층 울림을 더합니다.
오늘(13일)부터 8월 6일까지 제주국제평화센터에서 개최하는 2023년 ‘평화’ 공모 선정전시 'en+pathos : 나의 마음이 네게 닿을 때'입니다. ‘공감’을 키워드로 내건, 평화의 의미와 예술의 역할을 재조명하는 전시입니다.
서울 제주미술 아트플랫폼인 제주갤러리 기획·전시를 담당해온 강지선 큐레이터가 기획·홍보를 맡았습니다.
단순히 ‘갈등의 부재’란 식으로 정의하는 ‘평화’가 아니라 관행적인 경로를 벗어난 깊은 이해를 추구합니다. 우리가 공유하는 인간의 다양성 그리고 차이점을 부드럽게 포용하는 참여의 행위로서 활기를 불어넣고자 합니다.
전시에 쓰인 ‘en+pathos’는 ‘공감’의 그리스어 어원을 차용했습니다.
‘공감(empathy)’은 ‘en(안으로)’와 ‘pathos(고통, 열정)’의 결합어로, ‘안으로 들어가 느낀다’는 뜻입니다. ‘상대방의 특수한 상황과 감정을 깊이 이해하려고 나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으로, ‘차이와 다양성을 수용하려는 소통의 몸짓’으로 풀어냅니다.
강지선 큐레이터는 “전시는 ‘다름과 차이’에도 불구하고 타인을 향하는 마음, ‘공감’의 사회적 실천으로서 평화를 은유화했다”면서 “이같은 공감의 의미를 바탕으로 강승희, 서성봉, 손원영 세 작가는 사회, 역사에 내재한 폭력과 타자와의 관계성 속에서 ‘공감’에 관해 다룬다”고 해석합니다.
강승희 작가가 다양성을 억압하는 현대사회의 폭력적인 양상에 대한 공감을 기록한다면, 서성봉 작가는 제주 4·3의 역사적 고통에 관한 공감을 형상화해 냅니다. 이어 손원영 작가는 나와 타자 간의 ‘사이-관계’를 주제로 공감의 개념을 탐구합니다.
전시에선 이들 작가들의 평면 · 설치 작품 15점과 관객 참여 ‘평화리본달기’ 프로젝트 '평화의 섬에 메시지를 띄우다'를 만날 수 있습니다.
참여 프로젝트는 평화 메시지 리본을 매는 행위의 집합으로, 평화에 대한 다양한 해석과 접근이자 예술을 매개로 평화와 공감의 의미를 연계하려는 시도입니다.
■ ‘다양성’과 ‘차이’의 시선.. “예술을 통한 공감의 확장”
현대사회의 감시와 통제, 몸에 대한 강박, 미(美의) 표준화에 관한 ‘빅브라더’ 시리즈 이외에 다수 작업을 선보인 강승희 작가는 손수 만든 불규칙한 모양의 내복들을 ‘다이어리’ 삼아 일기를 적어 내려갑니다. 사회적 폭력의 미묘한 저류와 다양성에 대한 억압을 풀어내는 바탕이 됩니다.
획일화와 차별에 대한 저항과 치유는 지극히 사적이고 내밀한 글과 자수로 새겨집니다. 특수학교 아이들과의 협업이 계기가 된 작업은 ‘공감’의 미적 기록이기도 합니다.
서성봉 작가는 제주4·3 사건에서 구체화된 역사적 고통이란 깊은 우물에서 직접 공감을 끌어냅니다. 동굴 속에 피운 연기로 주민들이 희생됐던 4·3 현장을 방문한 작가는 마음의 잔상을 연기에 그을린 ‘검은쌀’로 형상화합니다.
‘죽은 시간의 시선’이란 제목에서 유추해보듯 ‘검은쌀’은 희생자들에 대한 메타포가 되고 검은 쌀알 ‘한 톨’에 주목한 작가는 개개인의 일상과 생명의 소중함 뿐 아니라 그들과 우리를 잇는 시선이자 매개체로 의미망을 확장해 나갑니다.
퍼즐 조각을 모티브로 나와 타자, 세계와의 관계성을 표현하는 손원영 작가입니다. 우리를 하나로 묶는 섬세한 실인 '사이‘의 관계에서 복잡한 미로를 탐색합니다. 그 ‘사이’에서 추상과 구상을 오가며 나타나는 이미지는 변화하는 관계들의 표상이 됩니다.
점은 층이 되고 다층의 관계는 시간성을 드러냅니다. 점과 색상, 명도의 미세한 차이들을 강조하면서 차이에 기반한 관계 맺음이 공감의 의미를 드러내는 작업으로 이어집니다.
강지선 큐레이터는 “이들(작가들)은 개인과 사회, 차이와 관계성, 다양성과 획일성 등을 쟁점으로 ‘공감’의 다원주의적 의미와 평화에 관해 이야기한다”면서 “전시는 작가들과 관객들이 함께 만들며, 각종 재난과 일상의 폭력이 지속되는 오늘날 과연 ‘평화란 무엇인가’를 다시 묻고 예술을 통해 ‘공감’을 경험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 (jhkim@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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