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G 연속 홈런 맞은 줄 모르고 있었다”···KT의 ‘멘탈 갑 막내’ 박영현이 달리는 비결[스경x인터뷰]
박영현(20·KT)은 지난주 홈런을 2개 맞았다. 6일 LG전에서 7-6으로 앞서던 7회말 오지환에게 솔로홈런을 맞아 동점을 허용했고, 그 다음 등판이었던 9일 KIA전에서는 1-3으로 뒤지던 7회초 나성범에게 2점 홈런을 맞았다. 두 경기 모두 KT는 졌다. KT가 4연패를 당한 시작과 끝이 박영현의 피홈런이었다.
박영현이 개막 이후 처음 맞은 홈런이기도 했다. 그 전까지 37경기에 등판해 41.1이닝을 던지는 동안 박영현은 단 한 개의 홈런도 맞지 않고 있었다. 그러나 사흘 간격으로, 2경기 연속 결정적인 홈런을 맞았다. 1점대를 유지하고 있던 평균자책도 이 2경기에 2점대로 높아졌다. 개막 이후 줄곧 잘 던지고 있던 어린 투수에게는 2경기 연속 홈런을 맞고 팀이 연패로 빠진 상황은 치명타가 되기 십상이다.
그러나 박영현은 전혀 내상을 입지 않았다. 오히려 그 바로 다음 경기에서 엄청난 공을 던졌다.
11일 키움전에서 4-1로 앞선 8회말 2사후 선발 웨스 벤자민이 3연속 안타를 맞고 실점해 2사 1·2루에 몰리자 KT는 박영현을 투입했다. 박영현은 첫 타자 임지열에게는 볼넷을 내줘 만루까지 채웠으나 그 뒤 대타 김웅빈을 볼카운트 1B-2S로 몬 뒤 4구째 직구에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시속 148㎞ 강한 직구가 스트라이크존 아랫부분에 걸쳐 확 들어가자 타자는 스윙도 못하고 스탠딩 삼진을 당했다. 박영현은 “올시즌 던진 최고의 공으로 느껴졌다”고 했다.
직전 2경기의 충격은 전혀 보이지가 않았다. 지난 12일 박영현은 “2경기 연속 홈런을 맞은 줄 몰랐다”고 털어놓았다. “LG전에 홈런을 맞고, KIA전에 홈런을 맞았다. 둘 다 좋은 공 넣었다고 생각하는데 두 타자가 정말 잘 쳐서 그건 맞을 수 있다고 생각은 했다”며 “그런데 그게 2경기 연속인 줄은 오늘 알았다”고 멋쩍게 웃었다. 부진했던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털어내는 성격이라 사흘 사이 2경기 연속 홈런을 맞았지만 큰 의미를 두지 않은 것이다. 박영현은 “작년에 5개 맞았는데 2개니까 아직 괜찮다”고 웃었다.
부진했던 경기의 잔상을 다음 경기에서 바로 떨쳐내기는 베테랑 투수에게도 쉽지 않다. 한 두번 흔들리면 ‘멘털’이 흔들려 결국 무너지고 한동안 극복하지 못하는 사례는 경험이 적은 젊은 투수들에게서 더 많이 찾아볼 수 있다. 박영현은 위기 상황에 대해 “나도 긴장은 되는데 던질 때는 긴장된다는 그 생각을 안 하고 던진다”며 “마운드 위에서와 밖의 내가 다르다. 이중인격 같다”고 농담할 정도로 센 ‘멘털’을 가졌다. 올시즌 가장 아쉬웠을 2경기 바로 직후에 개막 후 최고의 공을 던지며 다시 입증해 보였다.
박영현은 고졸 2년차지만 데뷔 첫해 불펜 중심으로 진입한 데 이어 올해는 선배 투수들이 부상으로 빠진 사이 아예 필승계투조로 자리잡고 마무리 김재윤 앞에서 셋업맨 역할을 해내고 있다. 2경기 연속 홈런을 맞았어도 KT가 이겨야 할 상황에서 쓰지 않을 수 없는 투수다. 박영현은 12일 키움전에서도 4-3으로 앞선 7회말 2사 2루 선발 윌리엄 쿠에바스를 이어 등판해 8회까지 1.1이닝을 1안타 1삼진 무실점으로 막고 마무리 김재윤에게 9회를 넘겨 KT의 1점 차 승리를 이끌었다. 이틀 연속 홀드로 16홀드째를 기록한 박영현은 1위 SSG 노경은(18개)을 따라가기 시작했다.
2경기 연속 맞았던 홈런을 2경기 연속 홀드로 되갚아 팀의 연승에 이바지 한 박영현은 감독추천선수로 뽑혀 올스타전에도 출전한다. 박영현은 “전반기에 자신감을 얻은 것이 가장 큰 수확이다. 3연투 해도 괜찮은 것 같다”며 “후반기에는 더 잘 던지고 싶다. 일단 올스타전에 가서 즐기고 오겠다”고 웃었다.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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