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힘실은 반기문 "미중 선택문제 아니고, 한미일 협력 바람직…가치기반 외교를"
"美 매우 중요한 파트너, 日과 관계강화도 매우 바람직"
"中은 전통·문화 공유한 가까운 이웃, 적대시는 안돼"
IAEA 친일시비엔 "그로시 봉변에 위로했다…부끄러운일"
반기문 전 유엔(UN·국제연합) 사무총장이 13일 미·중 갈등에 관해 동맹관계인 미국과 협력, 일본까지 한미일 3국의 협력관계 구축이 중요하다며 윤석열 정부 외교노선에 무게를 실어줬다. 더불어민주당 일각의 'IAEA(국제원자력기구)가 유엔 산하기구가 아니다'라는 주장엔 전직 유엔 수장으로서 직접 반박했다.
반기문 전 사무총장은 이날 국회에서 김진표 국회의장이 '세계질서 대전환기, 국회는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개최한 국가현안 대토론회(제5회) 기조연설을 통해 "미중 간의 대립이 우리가 어느 한편을 선택해야 한다는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며 "한국과 미국은 동맹관계"라고 못 박았다. 한중 간은 비(非)동맹임을 대조한 것이다.
반 전 사무총장은 "(한미는) 안보만이 아니라 경제협력, 기술협력의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한 파트너"라고 덧붙인 뒤, "일본과의 관계를 강화해 나가는 것도 매우 바람직하며 한미일 3국의 협력관계 구축도 중요하다"고 밝혔다. 중국에 대해선 "우리와 오랫동안 전통과 문화를 공유한 지리적으로 아주 가까운 이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윤석열 정부의) 외교적 노력에 대해 일부에선 국익을 저버린 가치편향외교라고 비판하기도 하지만, 한국이 '가치를 기반'으로 협력을 강화해나가는 건 우리 외교의 흔들리지 않은 방향타"라고 평가했다. 다만 "가치를 내세운다고 해서 중국을 적대시해선 안 된다"며 "현 정부가 그렇게(적대) 하고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그러면서도 우리나라가 특정 국가에 대한 무역의존도가 높다는 점을 거론하면서 "중국에 대한 수입의 안정화·다양화가 매우 중요한 과제가 됐다"며 "그것이 국가 안보와 경제 안보를 위해서 시급하게 해결해야 하는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 문제는 미국을 선택하느냐, 중국을 선택하느냐 하는 문제와는 관계가 없다"고도 했다.
반 전 사무총장은 이날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이 지난 7~9일 방한 중 야당·진보진영의 물리력을 동원한 시위, 정치적인 친일(親日)프레임 공세에 직면한 데 대해 "봉변"으로 표현했다. 야권은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ALPS(다핵종제거설비)처리·방류계획을 국제기준에 부합한다고 판단한 IAEA 보고서를 부정, 비난해왔다.
반 전 사무총장은 "IAEA는 유엔 산하의 아주 중요한 기구"라며 "유엔 사무국에 직속기구가 있는데 사무총장이 (IAEA) 기관장, 차석까지 임명을 하고 운영은 자체적으로 해나가지만 예산은 유엔에서 나간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이 '봉변'을 당한 다음날 아침에 제게 전화를 해서 제가 위로를 해줬다"고 털어놨다.
그는 "(그로시 사무총장에게) '대한민국 국민이 너무 화끈하게 환영해줘서 곤경에 처했던 점이 곤란했던 것 같다'고 하니, '그건 큰 문제가 아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국민에게 열심히 정확한 사실을 설명해주기 위해 왔다'는 식으로 답변했다"고 전했다. 사실상 야당이 국내 갈등을 해외 이슈로 가져가는 것이 국가 품격에 맞지 않다고도 했다.
반 전 사무총장은 "IAEA가 일본으로부터 돈을 받고 보고서를 만들었다는 것은 참으로 무책임하고 위험한 얘기이며 국격을 해치는 일"이라며 "유엔 사무총장을 배출한 한국에서 그런 일이 있던 것도 참 부끄럽다"고 비판했다. 또 "오염수 처리 문제를 유엔으로 갖고가자는 의견들도 있는 것 같은데, 그건 전혀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과학 문제를 (유엔총회처럼) 다수결로 정할 일은 아니다"며 "과학자들이 이거라고 하면 과학자 말을 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 전 사무총장은 "외교는 초당적으로 하되 가치를 기반으로 국익을 향해 가야 된다"며 "가치를 잃어버리고 국익만 좇으면 추해 보이고, 국익을 버리고 가치만을 추구하면 어리석어 보인다"고 충고하기도 했다.
한기호기자 hkh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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