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객관적 안전성 검증이 우선"

기고=김정호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 위원장) 2023. 7. 13.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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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日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여야 의원 지상 토론②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정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사진제공=김정호 의원실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방사성 오염수 해양 방류가 임박해지면서 국민들의 건강과 안전에 대한 우려가 크게 증폭되고 있다. 7월 4일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핵오염수 해양 방류 최종보고서를 일본정부에 제출했는데 그 내용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

첫째, IAEA는 일본 도쿄전력이 제공한 오염수 시료와 분석 자료에 대한 객관적인 재검증을 전혀 하지 않았다. 해양 방류까지의 시설 기준과 매뉴얼에 대한 점검만 했을 뿐 직접 시료채취하거나 분석을 하지 않았다. 전적으로 도쿄전력이 제공한 시료와 자료에 의존했을 뿐이었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꼴이다.

시료 채취도 샘플의 대표성과 균질성이 없었다. 도쿄전력이 후쿠시마 핵오염수 저장탱크 1,070(137만 톤)개 중에서 3개의 탱크에서만 샘플을 채취했고 그중 1개만 이번 보고서로 제출되었는데, 샘플의 대표성이 너무 낮다. 그나마 탱크 바닥에 침전되어 있는 방사성 물질들을 교반하여 샘플을 채취하지 않고 윗물만 채취함으로써 샘플의 균질성이 너무 부족하다는 점도 확인되었다. 한 마디로 도쿄전력이 제공한 오염수 시료의 대표성, 균질성이 너무 낮아 객관적인 분석 결과가 담보될 수 없었다. IAEA와 인접 국가들이 참여하여 독자적으로 대표성 있는 균질(교반)한 시료채취와 교차분석이 반드시 필요하다.

둘째, 오염수의 방사성물질을 제거한다는 ALPS(Advanced Liquid Processing System)의 성능에 대한 검증이 없었다. 일본 히타치사가 제작한 ALPS는 일종의 멤브레인 정수기로, 흡착제로 방사성 물질(62종)을 걸러내는 고급 액체 처리설비이다. 다핵종 '제거'설비라고 과장하면 결코 안 된다. 후쿠시마 사고 원전은 아직도 핵연료봉이 녹아내리고 있다. 또 다른 수소폭발을 막기 위해 여전히 바닷물로 냉각시키고 있다. 이 냉각수는 고밀도 방사성물질에 직접 피폭된 고준위 핵폐기물이다. 이 고준위 오염수를 ALPS로 여과(처리)해 이른바 '처리수'를 저장탱크에 보관하고 있다.

오염수의 처리 여부를 검증하기 위해서는 ALPS로 처리하기 전 오염수(고준위 핵폐기물)와 후의 처리수의 방사성 물질 저감 정도를 측정해서 얼마나 저감되었는지, 기준치 이하로 저감되었는지 검증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그런데 IAEA 보고서에는 그 검증 내용, 데이터가 없다. 이 여과장치는 일본이 제출한 자료만으로도 지난 10년 동안 이미 8차례 고장이 있었다. ALPS는 25개가 설치되어 있는데 여과장치가 모두 고장 나서 작동 불능 상태도 있었다. 결국 처리수의 72%가 방사성 기준치를 초과했다고 일본의 자료에서 스스로 밝혔다.

ALPS는 완전하지도 성능이 검증되지도 않았다. 어떤 방사성 물질을 걸러낼 수 있는지(삼중수소와 C-14 등 전자파인 감마선은 아예 걸러낼 수 없다고 인정했다), 다른 핵종도 걸러낸다면 얼마나 저감할 수 있는지, ALPS의 성능 검증이 반드시 필요하다. 관련 정보가 공개되고 검증돼야 한다. 일본이 기준치 이내라고 주장한다고 ALPS의 성능을 보장해 주지 않는다. IAEA가 보증한다고 무조건 믿을 수는 없지 않은가?

셋째, IAEA의 보고서 범위는 매우 제한적이었다. 해양 방류 이외의 처리 방안은 검토조차 하지 않았고, 치명적인 한계는 핵오염수 해양 방류가 해양생태계에 미칠 환경영향평가는 아예 포함되지 않았다. 핵오염수 해양 방류 후 바닷물, 해저의 퇴적물, 식물성.동물성 플랑크톤, 해조류, 어패류 등 해양생태계의 먹이사슬에 의한 해양생물의 방사성 물질의 축적과 인체와 환경생태계 영향에 대한 조사와 평가가 반드시 필요하다. 중장기적으로 인체와 생태계에 미칠 영향, 안전성에 대한 검증이 없기에 해양 방류를 반대하는 것이다.

그러나 IAEA의 보고서는 사고 원전 냉각수의 해양 방류가 해양생태계에 비칠 객관적, 과학적 환경영향평가 없이 일본의 주문대로 조기 해양방류를 위해 가동원전의 냉각수 해양 방류 기준을 적용하여 '부합'하다는 면죄부를 주고 있다. 그야말로 발주자의 요구대로 제작된 맞춤형 용역보고서에 불과할 뿐이다.

IAEA 보고서를 무턱대고 믿을 수는 없다. 가해자인 도쿄전력은 지속적으로 거짓말을 해왔고, IAEA는 도쿄전력을 비호하고 있다. 도쿄전력은 이미 후쿠시마 원전이 노심용융(멜트다운) 상태에서 수소폭발이 발생했음에도 감추기에 급급했고, 이번에도 안전성이 객관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조건에서 가장 저렴한 해양 방류 방안을 서둘러 강행하고 있다.

IAEA는 유엔(UN) 산하 원자력기구이긴 하지만 원전의 평화적 이용과 핵 확산 방지를 위한 원자력진흥기구로 처음부터 일본에 해양방류를 권고하고 기술적 자문과 컨설팅을 해주고 있다. IAEA 또한 핵 관련 이익단체로서 그 실체가 드러나면서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

그런데도 윤석열 정부는 IAEA 최종 보고서 내용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기는커녕, 지난 7일 발표한 자체 검토 보고서에서 '일본의 오염수 처리 계획은 국제 기준에 부합한다', '일본이 오염수를 방류하더라도 가장 가까이에 있는 우리 해역에 미치는 영향은 유의미하지 않다'며 한 술 더 떴다.

윤석열 정부는 지금처럼 일본 정부의 입장을 맹목적으로 수용하여 'ALPS로 처리한 것은 방사성물질이 기준치 이하로 저감되어 과학적으로 안전, 무해하다'고 일본의 입장만을 대변해서는 안 된다. 과연 안전하다는 객관적 증거가 있는가? IAEA 최종 보고서가 안전성을 객관적으로 보장하고 신뢰할 수 있다고 국민들을 설득하고 있지만, 국민의 80% 이상이 오염수 해양투기를 반대하고 일본 정부와 윤석열 정부를 신뢰하지 않고 있다. IAEA의 공정성, 신뢰성도 점점 떨어지고 있다.

이제라도 한국 정부는 중국, 대만, 동남아, 태평양 도서 국가 등 인접 국가들과 함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 중단과 객관적인 교차 검증을 요구하여야 한다. 일본 정부와 IAEA는 세계보건기구(WHO), 국제해사기구(IMO), 그린피스 등과 함께 국제적 재검증기구를 설치하고 핵오염수의 안전성 검증과 해양 방류 외의 다른 처리방안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

만일 일본 정부가 해양 방류를 강행한다면 한국 정부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긴급조치를 발동해야 한다. 현재 후쿠시마현 등 8개 현의 수산물 수입금지 조치를 일본 전역으로 확대하고, 우리 어민과 수산업 관련 국민의 피해를 구제하기 위해 국제해양법재판소에 제소하고 해양 방류 잠정 중단 조치를 요구해야 한다. 이것은 국민의 명령이다. 역사의 준엄한 심판이 두렵지 아니한가?

기고=김정호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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