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초저전력 차량용 낸드 양산...새 메모리 시장 연다
삼성전자가 자율주행 등과 관련한 ‘첨단 운전자 지원시스템(ADAS)’ 메모리, 인포테인먼트용 메모리 제품을 잇따라 내놓는 등 차량용 반도체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30년 이후 D램과 낸드플래시의 주요 소비처가 될 차량용 메모리 시장을 미리 선점하겠다는 포석이다.
삼성전자는 업계 최저 소비전력을 지닌 인포테인먼트용 메모리 솔루션을 양산한다고 13일 밝혔다. 내비게이션·영화·게임 등 차량 내 정보·오락 프로그램의 데이터를 저장하는 낸드플래시 제품으로, 데이터를 고속으로 처리하는 차세대 표준인 ‘범용플래시메모리(UFS) 3.1’이 적용됐다. 128GB, 256GB 제품을 시작으로 올해 4분기부터는 512GB 제품도 생산할 예정이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번 제품은 이전 세대(256GB 기준) 대비 소비전력이 약 33% 개선됐다. 소비전력이 줄어든 만큼 자동차 배터리 전력 운영 효율을 높일 수 있어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등에 적합하다고 삼성전자는 설명했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해 UFS 3.1을 지원하는 ADAS용 낸드플래시를 출시하기도 했다.
삼성전자가 차량용 메모리 제품을 내놓는 건 최근 자동차 전기전자부품(전장) 시스템이 고도화하면서 차량 한 대에 들어가는 메모리 탑재량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지난해에는 차량 1대에 탑재되는 차량용 UFS 제품의 메모리 용량은 약 47GB였지만, 2027년에는 약 157GB가 탑재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메모리는 서버용·모바일용·PC용이 주력이지만 본격적인 전기차·자율주행차 시대가 되는 2030년 이후에는 서버용·모바일용과 함께 차량용 제품이 주요 제품으로 올라설 전망이다.
차량용 반도체는 극한의 주행환경과 충돌·화재 등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 보니 ‘AEC-Q100’과 같은 별도의 품질 기준을 두고 있다. 모바일용·서버용과 비교하면 난도가 높다. 예컨대 삼성전자의 차량용 메모리는 영하 40℃에서 영상 105℃까지 범위에서 안정적인 성능을 보장하는 AEC-Q100 2등급 인증을 받았다. 본격적인 차량용 메모리 시장이 도래하기 전까지 품질과 안전 등에서 제품 신뢰도를 높이면서 완성차업체를 고객으로 끌어들이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차량용 메모리 후발주자인 삼성전자(점유율 13%)는 이 분야 1위 업체인 미국 마이크론(점유율 45%)을 2025년쯤 제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한편 삼성전자는 메모리 외에도 파운드리(위탁생산)와 반도체 설계에서 차량용 반도체 비중을 늘리는 추세다. 5나노 파운드리 공정에서는 미국 암바렐라의 자율주행용 프로세서를 생산하고 있다.
2025년에는 삼성이 자체 설계한 인포테인먼트용 프로세서인 ‘엑시노스 오토’를 현대차에 공급할 계획이다. 질화갈륨 웨이퍼를 기반으로 한 전력 반도체 파운드리 서비스도 2025년부터 시작한다. 질화갈륨 기반 반도체는 고압·고열에 강해 차량용 등에 폭넓게 쓰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재덕 기자 du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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