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월례비 못받게되자...“임금 22% 올려달라”는 타워크레인 노조

민주노총 타워크레인분과
내년 임금 22%(월 630만원) 인상 요구
연장근로수당 포함시 ‘연봉 1억’ 훌쩍 넘어
사측 “월례비 못받자 임금으로 충당 의도”

민주노총 타워크레인 노조는 최근 사측과의 임금협상에서 내년 임금으로 22% 인상을 요구하고 나섰다. 사진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왼쪽)이 지난 10일 세종시의 한 공동주택 건설 현장 타워크레인 현장을 둘러보고 있는 모습.

민주노총 산하 타워크레인 노조가 올해 사측과의 임금 협상에서 22%의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최근 4년간 평균 인상률의 5배에 넘는 인상폭이다. 사업자측은 노조가 월례비를 받지 못하게 되자 이같은 무리한 인상안을 들고 나온 것으로 보고 있다.

14일 타워크레인 업계와 민주노총에 따르면 민주노총 전국건설노조 타워크레인 분과위원회(타워크레인 노조)는 최근 사측인 타워크레인임대업 교섭단체와의 임금단체협상 과정에서 내년 임금을 월 630만3190원(주 40시간 기준)으로 올려줄 것을 요구했다.

타워크레인 노조 소속 조종사들은 지난해 임급협약의 결과로 올해 7월부터 월 516만6550원을 받을 예정이다. 내년 임금으로는 올해 대비 약 22% (월110만원) 인상을 요구한 것이다.

타워크레인 노조가 요구하는 내년 임금 인상폭은 역대 최고 수준이다. 노조는 최근 수년간 7~8%의 인상을 요구해왔고, 실제 임금협약을 통해 정해진 인상률은 3~6% 수준이었다. 최근 4년간 평균으로 따지면 연평균 7.2%인상을 요구했고, 실제 인상률은 평균 4.7%였다. 타워크레인 노조측의 올해 요구는 최근 인상폭의 5배가 넘는다.

타워크레인 임대사업자 측은 노조의 이같은 무리한 요구의 배경을 ‘월례비’에 있다고 보고 있다. 그간 관행처럼 받아온 월례비 수수가 금지돼 수입이 급격히 줄어들자 노조가 이에 대한 보상 차원으로 대폭 인상률을 들고 나왔다는 해석이다. 건설노조 불법·부당행위 근절에 나선 윤석열 정부는 지난 3월 이후 조종사가 월례비를 요구하면 최장 1년간 면허를 정지시키로 하고 강력한 단속에 나서고 있다.

타워크레인 임대업 관계자는 “더이상 월례비를 못 받으니 이를 보상받기 위해 과도한 인상안을 들이밀고 있다”고 주장했다. 타워크레인 노조는 임금인상 외에 연장근로수당도 22% 인상, 조종사 전용 현장 휴게실 제공 등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민주노총 건설노조 관계자는 “조합원들의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요구안을 제시한 것일 뿐”이라며 “앞으로 사측과 충분한 대화를 통해 협의를 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타워크레인 노조 기사들의 임금은 사업자인 타워크레인 임대업체들과 노조의 협약에 의해 결정된다. 타워크레인은 건설사와 계약을 맺은 임대업체가 조종사를 채용해 현장에 장비를 제공한다. 건설사는 임대업체에 임대료를 지불하고, 임대업체는 기사들에게 임금을 제공하는 구조다.

그러나 타워크레인 조종사들은 그간 임대업체들로부터 받는 임금 외 건설사들로부터 별도의 ‘월례비’를 받아왔다. 타워크레인 월례비란 건설사가 현장에서 타워크레인 조종사에게 담뱃값 형태로 지급해온 일종의 수고비였다. 보통 매월 지급하기 때문에 ‘월례비’라고 불렸는데, 노조는 이를 성과금으로 인식하고 갈수록 더 많은 금액을 요구해왔다.

국토교통부가 연초 실시한 건설현장 불법행위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노조 소속 타워크레인 기사 1명이 연간 최대 2억1700만원의 월례비를 받은 사례도 있었다. 매월 평균 약 1800만원을 임금 외 월례비로 받은 격이다. 타워크레인 조종사들이 ‘월천(만원)기사’로 불려온 이유다. 타워크레인 노조는 월례비 외에도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비노조 기사들을 고용하지 못하도록 현장에서 실력행사를 해오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임금보다 많았던 고정 수입이 없어지는 등 정부가 건설노조의 부당행위에 강력 대응하자, 이를 보상받기 위한 수단으로 높은 임금인상을 요구한 것”이라고 말했다.

타워크레인 노조는 22% 임금인상과 함께 연장근로수당 22% 인상도 함께 요구하고 있다. 노조 기사들이 이달부터 받는 연장근로수당은 평일 시간당 4만1390, 토요일 36만450원(7시간)이다. 이를 각각 5만500원과 43만9750원으로 올려달라는 요구다.

통상 주중엔 1시간씩 5일, 토요일엔 7시간동안 연장근로를 하는 점을 고려하면 한주간 69만2000원, 월 약276만9000원을 연장근로수당으로 요구한 것이다. 또 그간 일비(일식 8000원)로 지급돼온 식대도 월26만원으로 통상임금에 포함시켜줄 것도 주장하고 있다. 노조의 요구대로 통상임금과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하면, 노조 기사들의 임금은 월 약 957만이 된다. 이는 올해(약763만)보다 25%(194만원) 이상 많은 금액이다.

교섭대표단과 임금·단체협상을 진행 중인 타워크레인 노조는 협상 결렬시 파업에 돌입할 가능성도 있다. 노조는 임금 외에도 한 현장에 조종사 2명 이상이 있는 경우 타 근로자들과 섞이지 않는 조종사 전용 휴게실을 제공할 것도 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