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초 미만 만지면 성추행 무죄”…이탈리아 판결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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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법원이 10초 이상 여성의 신체 부위를 만져야만 성추행이 성립한다는 이유로 성추행범에게 무죄를 선고해 현지 사회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12일(현지시간) BBC 방송에 따르면 최근 이탈리아 법원은 성추행 혐의로 기소된 로마의 한 고등학교 관리 직원 안토니오 아볼라(66)에 대한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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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현지시간) BBC 방송에 따르면 최근 이탈리아 법원은 성추행 혐의로 기소된 로마의 한 고등학교 관리 직원 안토니오 아볼라(66)에 대한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아볼라는 지난해 4월 학교에서 17세 여학생을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학교 건물 계단에서 학생의 바지를 내리고 엉덩이를 만진 혐의를 받는다.
아볼라는 학생의 몸을 만진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장난으로 그랬다”며 범의를 부인했다.
검찰은 재판에서 징역 3년 6개월을 구형했다. 그러나 법원은 피고인이 자신의 범행을 시인했음에도 범행 시간이 길지 않았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담당 판사는 아볼라의 행위가 10초를 넘기지 않아 범죄 요건을 충족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 욕정 없이 그저 어색한 행동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피해 학생은 코리에라 델라 세라지와의 인터뷰에서 “판사는 그의 행동을 장난으로 판결했지만, 나는 그 행위를 장난으로 보지 않는다”며 “그는 아무 말도 없이 내 뒤로 다가와 바지를 내린 뒤 엉덩이를 만졌다”고 토로했다.
이어 “노인이 10대와 장난치며 하는 행동이 아니었다. 몇 초 동안 나는 그가 내 몸을 만지고 있음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며 학교와 사법부에 배신당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성추행 피해자들은 당국에 신고해 봤자 소용없다고 생각할 것”이라며 “그러나 침묵은 범인을 보호하는 것이기에 반드시 신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판결 소식이 알려지자 이탙리아 사회는 크게 격분하고 있다. 인스타그램과 틱톡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잠깐 더듬는다’는 뜻의 ‘팔파타 브레브’라는 말이 ‘10초’ 해시태그(#)와 함께 확산했다.
일부는 판결에 항의하는 의미로 아무 말 없이 카메라를 응시하면서 자신의 신체를 10초간 만지는 영상을 제작해 인터넷에 게시하고 있다. 영화배우 파울로 카밀리가 처음 이 같은 영상을 올린 이후 수천 명이 비슷한 영상을 올렸다.
인플루언서 프란체스코 치코네티도 틱톡에서 “10초가 긴 시간이 아닌지는 대체 누가 결정하며 성추행당하는 동안 누가 시간을 잰단 말인가”라고 분노했다. 이어 “5초나 10초는 말할 것도 없고 단 1초라도 다른 사람의 몸을 만질 권리는 없다”며 “판사가 문제의 남성에게 무죄를 선고한 것은 이탈리아에서 성추행이 일상적으로 벌어지고 있음을 보여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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