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작가, 어디까지 왔을까? [지브라도의 #트렌드로그]

2023. 7. 13.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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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고용정보원은 2016년 인공지능과 로봇이 대체하기 어려운 직업으로 3위는 작가를 선정했어요. 반대로 이듬해 영국 옥스퍼드와 미국 예일대 공동연구팀은 전 세계 전문가 352명의 설문을 바탕으로 이 영역까지도 AI가 대체할 것이라고 발표했어요. 이들은 2042년쯤에는 인공지능의 번역 능력이 인간보다 좋아지고, 26년엔 고등학교 수준의 에세이를 작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죠.

예언이었던 걸까요? 최근 몇 년 사이 AI 기술은 눈부신 발전을 이루어 냈어요. AI의 도움을 받아 글을 작성하는 이들도 많아졌죠. 이미 2016년도에 일본 니혼게이자이 신문이 주최하는 공상과학(SF) 문학상 공모전에서 인공지능이 쓴 소설이 1차 심사를 통과한 적도 있어요. 분량은 상당히 짧지만, 인공지능이 쓴 소설이 수면 위로 올라온 것은 처음이었기에 적지 않은 사람들이 충격을 받았어요.

오늘은 인공지능 작가가 쓴 다양한 작품들을 소개해 보려고 해요.

-일본 니혼게이자이 신문사 문학상 공모전 1차 심사 통과작-

그날은 구름이 낮게 깔리고 어두침침한 날이었다.

방안은 항상 최적의 온도와 습도. 요코 씨는 단정치 않은 모습으로 소파에 앉아

의미 없는 게임으로 시간을 끌고 있다. 그렇지만 내게는 말을 걸지 않는다.

따분하다. 따분해서 어쩔 수 없다.

처음 이 방에 온 요코 씨는 기회를 틈타 내게 말을 걸어왔다.

“오늘의 저녁 식사는 무엇이 좋다고 생각해?”

”올 시즌에 유행하는 옷은?”

“이번 여자 모임에 무엇을 입고 가면 좋을까?”

나는 온갖 능력을 사용하여 그녀의 기분에 맞을 듯한 말을 생각해 냈다.

스타일이 좋다고는 말할 수 없는 그녀의 복장에 대한 충고는 매우 도전적인 과제로,

그러나 3개월도 되지 않아 그녀는 내게 질리고 말았다.

지금의 나 자신은 단지 컴퓨터일 뿐이다.

요즘의 용량 평균은 능력의 100만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화자는 컴퓨터 속 인공지능이에요. 이 캐릭터는 갇혀 있고 자신의 존재에 무력함과 권태를 느껴요. 동물만이 느낄 수 있는 감정을 기계에 불어넣은 거죠. 심사위원들은 처음에 이 작품을 인공지능이 썼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해요. 연구팀의 육하원칙을 기반으로 인공지능이 적절한 단어들을 선택해 그럴듯한 작품을 만들어 낸 셈이죠.

-인공지능이 쓴 시-

1번, 2번 시를 차례로 읽어보고 무엇이 더 마음에 드는지 선택해 주세요.

1.

바람이 불면 나타나는

이 세상에서

불꽃은 자유의 바람

마른 바람이 없고

발소리도 엿보이지 않고

눈물겹게 소리 없이

하늘 속을 번쩍거릴

바람이다

바람이 불 하날 걷어

바람이 불을 풀어본다

세상은 자꾸만 울었다

2.

우리의 봄은 끝났다

달리는 구름과 바람은

잠든 적이 없는 창을 때리며

모든 문을 열고

마침내 사랑으로 나를 감싸도

나는 어둠 속에서

나의 그대를 본다

마음에 드는 시를 고르셨나요? 저는 2번 시가 조금 더 마음에 들었어요. “사랑”, “너”와 같은 단어의 등장이 자연스러웠거든요. 놀랍게도 두 시 모두 인공지능이 작성했다는 사실. 포스텍 AI 아트랩에서 만든 인공지능이 창작한 작품이에요. 파블로 네루다가 쓴 시를 인공지능 작품이라고 잘못 선택한 사람들도 있다고 하는데요. 어쩌면 인간과 인공지능 작가 판별법은 더 이상 무용지물할지도 몰라요.

- AI가 쓴 국내 첫 장편소설 '지금부터의 세계' -

국내 최초로 발표된 인공지능이 쓴 장편 소설이라는 점에서 적지 않은 화제를 불러일으킨 작품이에요. 한 출판사가 개발한 AI 소설가 '비람풍'이 김태연 소설감독의 기획과 연출 아래에서 책을 출간해 냈다고 해요. 아쉬운 점이 있다면 감독이 주제와 소재, 배경과 캐릭터를 설정하고 스토리보드를 만들었다는 것. 도입부와 서문, 후기 등도 직접 작성했다는 점이에요. 감독이 만들어 낸 다양한 설정을 배경으로 비람풍이 문장을 써나간 거죠.

결과물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명령어를 조절하는 과정을 여러 번 거쳐 탄생됐어요. 완전히 인공지능이 쓰지는 않았다는 뜻. 출판사 측은 비람풍의 문장이 거의 교정을 보지 않아도 될 수준이고, 고유의 문체도 일정 수준 구현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전했어요.

오늘날 인공지능이 만들어 낸 작품은 수두룩해요. 2017년에는 중국에서 인공지능이 쓴 시집을 출간하기도 했고, 2016년 영국의 한 페스티벌에서는 인공지능이 쓴 시나리오로 만든 단편 영화가 주목받기도 했거든요. 챗GPT 같은 AI가 발표되면서 이런 작품들은 더욱 많이 보일 것으로 예측돼요.

아직까진 작품이 읽을만한 수준이 되기 위해선 사람과 인공지능의 적절한 협업이 불가피해 보여요. 머지않은 미래, 작가의 역할이 완전히 대체될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을 듯싶어요. 창작자들은 인공지능과 함께 공생하는 법을 서둘러 고민해 보아야겠네요.

룩말 에디터 lookma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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