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마약음료' 사건 총책 쫓는 韓中 수사당국…송환 가능할까
지난 4월 서울 강남구 학원가에서 학생들에게 '마약 음료'를 나눠준 사건의 주범 중 한명으로 지목된 한국인 이모씨(26)가 한국 경찰과 중국 공안의 협력 작전으로 검거됐다. 경찰은 이씨보다 윗선으로 추정되는 중국인 총책 2명을 쫓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경찰청은 13일 중국 공안당국이 지난 5월24일 주범 이씨를 검거한 후 추가 범죄 여부 등을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 경찰이 이 사건의 상선으로 지목한 한국계 중국인(조선족) 이모씨(37)와 박모씨(39)의 소재 등에 대한 수사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들이 모두 검거되더라도 국내로 송환될지는 미지수다. 검거된 한국인 이씨에 대한 조사가 마무리되지 않은 탓에 아직 송환 논의가 시작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만약 그가 다른 범죄에 연루된 단서가 발견된다면 송환 협의가 지연될 수밖에 없다. 총책으로 지목된 중국인들도 중국에서 다른 범죄에 가담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와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 4월 중간 수사 결과 발표 이후 마약 음료 사건에 가담한 일당 52명을 입건하고 그중 8명을 구속했다. 이들은 범행 과정에서 △협박 전화에 사용된 휴대전화 유심을 불법판매(전기통신사업법 위반)하고 △ 중국 내 보이스피싱 조직에서 발신한 번호를 변작해 준 중계기에 유심을 판매한 혐의(전기통신사업법 위반) △ 보이스피싱 피해금을 수거하거나 환전해 준 혐의(외국환관리법 위반) 등을 받는다.
중국 공안은 이번 사건의 총책인 중국인 이씨와 박씨의 소재를 파악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박씨는 중국 내에서 '콜센터'를 운영하면서 한국인을 상대로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을 저지르는 조직의 총책이다. 이씨(37)는 중국 내에서 활동하며 한국 등에 마약을 공급하는 별도 조직의 총책이다.
한국인 이씨는 사건에 대한 국내 보도가 시작된 후 박씨의 보이스피싱 조직에서 나와 중국 내 별도 은신처에 머물렀던 것으로 전해진다. 검거 시점에는 윗선으로 지목된 박씨와 이씨와는 다른 지역에 체류하고 있었다.
별다른 직업이 없었던 한국인 이씨는 지난해 10월 중순 지인들과 함께 중국으로 출국했다. 이씨는 중국에서 보이스피싱 조직 총책 박씨를 만나 그의 조직에 합류했다.
마약 조직 총책으로 지목된 중국인 이씨는 앞서 한국에서 마약류를 판매하다가 검거돼 2019년 5월 수원지법 안산지원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이씨는 만기 출소 후 중국으로 강제 추방됐다. 경찰은 이씨가 한국에 체류 중인 고종사촌 박모씨(36)를 통해 중국에서 한국으로 마약을 유통하는 조직을 운영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박씨가 보이스피싱과 마약범죄를 결합한 신종 범죄를 기획했고 그 과정에서 중국인 이씨와 접촉해 마약 공급을 요청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인 이씨는 강원도 원주에 있는 중학교 동창 길모씨에게 마약 음료를 제조할 것을 지시했다. 길씨는 중국인 이씨 조직의 국내 총책 박씨(36)로부터 던지기 형식으로 필로폰 10g을 넘겨받았다. 경기 수원남부경찰서는 강남 마약음료 사건 발생 다음날 마약을 공급한 박씨(36)를 검거했다.
한국 경찰은 이들을 추적해 온 단서를 중국 공안에 전달하는 한편 실무 출장단을 직접 중국에 파견해 마약 음료 사건 등 주요 공조 현안에 의견을 공유했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다만 "중국 당국과 이씨와 윗선의 총책들에 대한 수사 상황을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양국은 한국인 이씨에 대한 중국 공안의 수사가 마무리된 후에 송환 협의를 시작할 계획이다.
이씨는 한국 국적이어서 송환 가능성이 있지만 중국인 이씨와 박씨에 대해서는 한국 법원에 세울 수 있을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중국에서 마약 조직을 운영한 이씨의 경우 중국 법원에서 최대 사형을 선고받을 가능성이 있다. 박씨 역시 중국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을 운영한 혐의에 대해 중국 사법당국이 징역형을 선고할 경우 형기를 마치고 한국으로 올 가능성이 높다.
경찰에 따르면 범죄인 인도조약을 맺은 국가 간에도 자국민 범죄자 신병을 외국에 인도하는 사례는 드물고 협의 기간도 오래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태원 살인사건'의 주범 아더 존 패터슨은 미국으로 도주한 지 16년 만에 한국으로 송환되기도 했다.
정세진 기자 seji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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