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논의 이르다"지만…4연속 동결에 금리 인하 기대↑
"한은, 올리지도 내리지도 못하는 상황 계속될 전망"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박대한 민선희 기자 =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가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네 차례 연속 동결하자, 금리 인하 시점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한층 커졌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13일 기자간담회에서 '물가 안정에 대한 확신이 들 때까지 금리 인하 논의는 시기상조'라는 기존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이 총재는 "물가가 목표 수준인 2%로 충분히 수렴한다는 과정에 도달했다는 확신이 들 때 인하를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금통위원 6명 모두 당분간 기준금리가 3.75%까지 오를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했다고 전하면서 "아직 금통위원 중 금리 인하를 논의하는 분은 없다"고 밝혔다.
반면 경제·금융 전문가들은 한은의 금리 인하 시점을 이르면 올해 4분기, 늦어도 내년 중으로 예상했다.
한은이 올해 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고 보는 전문가들은 하반기 경기 둔화 우려를 근거로 든다.
한은은 지난 5월 말 반도체 등 IT(정보통신) 경기 회복이 뚜렷하지 않고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도 기대보다 작다며 성장률 눈높이를 1.4%까지 내린 바 있다.
금통위는 이날 국내 경기와 관련해 "앞으로 소비가 완만한 회복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IT 경기 부진 완화 등으로 수출이 개선되면서 성장세가 점차 회복될 것"이라며 "올해 성장률은 지난 5월 전망치(1.4%)에 부합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박정우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 "한은이 오는 10월부터 경기 부양에 초점을 맞춰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경제의 더블딥(경기 일시 회복 후 재하강) 가능성이 있는 데다 한국 반도체 수출에 큰 영향을 미치는 미국 기업 투자도 둔화해 하반기 수출이 큰 폭으로 개선되기 힘들다"며 "가계 저축 감소와 이자 부담 등에 코로나 방역 해제에 따른 소비 지출 증가세도 빠르게 식어가면서 하반기 경기도 한은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예하 키움증권 선임연구원도 "물가 둔화와 경기 부진, 선진국 수요 둔화 등을 고려하면 올해 4분기 금리 인하를 예상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한은 기준금리 인하 시점의 주요 변수로 미국 정책금리(기준금리) 움직임을 꼽았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이달 말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시장 예상대로 정책금리를 0.25%포인트(p) 더 올리면 한국과의 정책금리 격차는 2.00%p까지 벌어진다.
다만 12일(현지시간) 발표된 미국의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예상보다 빠른 둔화세를 보이면서 연준의 금리 인상이 7월로 종료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오는 상황이다.
김동헌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금리 인하 시점은 빠르면 올해 하반기, 늦으면 내년 상반기인데 미국의 움직임에 달렸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미국이 금리 인하에 들어갈 수 있다는 신호를 준다면 한은이 미국보다 한두 달 먼저 선제적 인하에 들어갈 수 있지만, 그런 신호가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먼저 인하 움직임에 들어가기에는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도 "미국이 7월과 9월 중 한 차례만 금리를 올리고, 정부 생각보다 경기 회복이 더디면 우리 금통위가 올해 10월이나 11월 금리를 먼저 내릴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주 실장은 "다만 미국이 7월과 9월 두 차례 모두 올리면 금통위도 부담"이라며 "이 경우 금리 인하 시기가 내년 상반기로 넘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부 전문가들은 내년에나 기준금리 인하가 시작될 것으로 전망했다.
장민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국에서 금리 인하 신호가 나오기 전에 한은이 선제적으로 인하하기는 어렵다고 본다"며 "내년 중반은 돼야 금리 인하가 시작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 역시 "한은 입장에서 기준금리를 내리지도 못하고 올리지도 못하는 곤란한 상황이 6개월 이상 지속될 것"이라며 "인하 전환은 일러야 내년 상반기, 늦어지면 하반기나 돼야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하반기부터 미국 경제 성장률(전분기 대비)이 마이너스(-)로 전환될 것 같은데 우리나라만 경기가 더 좋아진다는 것은 이상한 얘기"라며 "경기 흐름이 썩 좋지 못해 기준금리를 올리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렇다고 물가 부담과 한미 금리차 때문에 한은이 쉽게 금리를 낮출 수도 없다"며 "에너지 등을 제외한 근원 물가는 여전히 높은 수준인 데다 한미 금리차로 커진 확대 자본 유출과 환율 위험에도 그 어느 때보다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shk999@yna.co.kr, pdhis959@yna.co.kr, ss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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