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망의 프로 500경기 달성한 기성용, 그에게 남은 동기부여는?… "시간 빠르게 지나서 허무하다"

조남기 기자 2023. 7. 13.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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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은 기성용에게 특별한 날이었다.

"옛날에는 노력을 많이 했는데, 이젠 노력을 많이 하다 보니 몸에 무리가 와서 서글프다. 지금은 유지와 관리에 집중하며 경기에 나간다. 어린 선수들만큼 훈련에 참여하지 못해 미안하기도 하다. 언젠가는 나도 물러날 시간이 올 거다. 그때까지 이 팀이, 서울이 좋은 모습이었으면 한다. 주변 사람들은 내가 서울을 얼마나 특별하게 생각하는지 안다. 난 지금 최선을 다해서 뛰고 있다. 커리어에 소중한 클럽이라고 여겨 책임감도 더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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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일레븐=서울)

지난 12일은 기성용에게 특별한 날이었다. 2007년 데뷔 후 16년 만에 프로 통산 500경기를 완성했기 때문이다. 안익수 FC 서울 감독조차 혀를 내둘렀을 만큼 500이라는 숫자가 상징하는 바는 거대하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각고의 노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경지다.

기성용은 하나원큐 K리그1 2023 22라운드 서울-수원 FC전을 포함해 서울에서 193경기를, 스코틀랜드 셀틱에서 87경기를, 잉글랜드 스완지 시티에서 162경기를, 선덜랜드 AFC에서 34경기를, 뉴캐슬 유나이티드에서 23경기를, 그리고 스페인 RCD 마요르카에서 1경기를 소화했다. 도합 500경기다. 그중 가장 많은 게임을 뛴 팀은 역시 서울이다.

서울-수원 FC전 경기가 끝난 후엔 기성용이 현장에 운집한 미디어 앞에서 소회를 전했다. 500경기를 치르며 쌓아올린 생각과 감정은 역시 남달랐고 특별했다.

"시간이 빠르게 지나간 게 허무한 거 같기도 하다. 2007년에 데뷔했는데, 시간이 벌써 이렇게 지나서 같은 곳에서 500경기를 채우다니.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운동장은 그대론데 내가 많이 변했다, 여러 가지 생각이 많이 든다."

일일이 다 기억조차 못할 500경기 중 그래도 기성용에게 가장 진한 인상을 남겼던 순간은 언제였을까? 기성용은 예상보다 쉽게 한 장면을 꼽았다.

"프로 첫 경기가 가장 떨렸다. 그게 생각이 난다. 당시 어린 나이에 프로에서 뛸 수 있을 거라고는 상상을 못했다. 세놀 귀네슈 감독님이 동계 전지훈련 때부터 기회를 줬다. 그러다가 K리그 개막전에 출전했다. 잊히질 않는다. 대구 FC전이 나의 데뷔전이었다."

그즈음 함께했던 동료들, 그러니까 '형들'도 기성용 기억에 여전히 선하다. 또한 친구지만 먼저 프로가 됐던 이청용도 잊을 수 없다.

"이을용 선배님, 이민성 선배님, 김한윤 선배님, 김병지 선배님, 김진규 선배님… 어린 나의 긴장을 완화시켜주셨다. 그리고 나보다 먼저 데뷔한 청용이도 경험을 얘기해줬다. 서울이라는 큰 팀에서 뛰게 됐는데 긴장감이 대단했다. 아무 생각 없이 뛰어다닌 기억뿐이다."
 

안 감독은 기성용이 서울에서 더 많은 것들을 해주길 바란다. 500경기를 넘어 앞으로도 함께 걷길 진심으로 소망했다. 이에 기성용은 "목표로 잡아둔 건 없다. 팀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개인의 목표보다는 팀이 잘 돼야 한다. 만일 팀에 보탬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을 때는 그만둘 생각을 하고 있다"라고 서울의 관점에서만 생각하겠다고 말했다. 

인간으로는 너무나 젊은 나이지만, 선수로는 적잖은 나이기에 기성용에게 필드에서 남은 시간은 더없이 소중하게 다가온다.

"매 경기가 소중하다. 목표를 크게 잡지 않는다. 다가오는 한 경기, 한 경기가 소중하다. 가족들은 내가 오래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어린 시절의 기성용에겐 다양한 동기부여가 있었다. 프로에 데뷔하는 것, 국가대표가 되는 것,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에 출전하는 것, 유럽으로 진출하는 것 등이 그를 움직였다. 그리고 기성용은 모든 걸 이뤄냈다. 그렇다면 지금 기성용을 움직이는 것은 무엇일까?

"개인적인 목표는 사실 별로 없다. 상도 아니다. 다만, 서울이 지난 몇 년 좋지 않은 성적을 거뒀기에 올해는 반드시 파이널 라운드 A에 진출하는 게 목표다. 그리고 차기 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 나가는 게 두 번째 목표가 되겠다. 사실 나뿐만 아니라 모든 선수들의 목표이기도 하다. 나이가 드니까 혼자서 뭔가를 하기엔 힘든 부분이 있다. 어렸을 때는 팀을 끌고 가기도 했고, 기둥 역할도 많이 했던 거 같은데, 이젠 도움이 필요하다(웃음)."
 

기성용은 즐겁다고 했다. 동료들과 함께하는 이 시간이 즐겁다고 했다. 서울의 전설을 움직이는 건 오로지 즐거움이다. 동료들과 즐기며 함께 목표를 이뤄내는 것. 500경기를 치러낸 기성용은 이제 어린 시절처럼 앞날을 치밀하게 계획하진 않는다. 그저 순간에 집중한다. 기성용은 앞으로도 그렇게 서울과 시간을 알차게 보낼 생각뿐이다. 끝으로는 이런 말을 전했다. 서울을 향한 애정이 듬뿍 묻어난다.

"옛날에는 노력을 많이 했는데, 이젠 노력을 많이 하다 보니 몸에 무리가 와서 서글프다. 지금은 유지와 관리에 집중하며 경기에 나간다. 어린 선수들만큼 훈련에 참여하지 못해 미안하기도 하다. 언젠가는 나도 물러날 시간이 올 거다. 그때까지 이 팀이, 서울이 좋은 모습이었으면 한다. 주변 사람들은 내가 서울을 얼마나 특별하게 생각하는지 안다. 난 지금 최선을 다해서 뛰고 있다. 커리어에 소중한 클럽이라고 여겨 책임감도 더 느낀다."

글=조남기 기자(jonamu@soccerbest11.co.kr)
사진=ⓒgettyImages/게티이미지코리아(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국프로축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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