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준, 한국 땅 밟나···LA영사관 상대 ‘비자소송’ 2심서 승소
가수 유승준(46·미국명 스티브 승준 유)의 한국 입국비자 발급을 거부한 정부의 처분을 취소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고법 행정9-3부(재판장 조찬영)는 유씨가 주 로스앤젤레스(LA) 총영사를 상대로 “여권·사증(비자) 발급 거부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심을 뒤집고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앞서 유씨는 군입대를 석 달 앞두고 미국 시민권을 취득하면서 2002년 한국 입국이 제한됐다. 2015년엔 LA 총영사관에 재외동포 비자(F-4)를 신청했지만 거절당했다. 이에 유씨는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LA 총영사관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2019년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했다.
하지만 그 후로도 유씨는 한국 땅을 밟지 못했다. LA 총영사관이 “유씨의 병역의무 면탈은 재외동포법이 규정하는 재외동포 체류자격 부여 제외사유에 해당한다”며 유씨의 비자발급 신청을 재차 거부하면서다. 유씨는 2020년에 또 거부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서울행정법원에 소송을 냈고, 1심이 원고 패소로 판결하자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날 유씨 측 손을 들어줬다. 유씨는 2015년에 비자발급을 신청했기 때문에 2017년에 개정된 재외동포법을 적용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구 재외동포법에 따르면 대한민국 남성이 병역의무를 기피하기 위해 외국 국적을 취득한 경우 체류자격 부여 제외 사유에 해당하지만, 38세를 넘긴 후엔 더는 적용되지 않는다. 38세를 넘기더라도 ‘대한민국의 안전보장, 질서유지, 공공복리, 외교관계 등 대한민국의 이익을 해칠 우려’ 등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체류자격을 부여하지 않을 수 있지만, 재판부는 이 사건 처분서에 별도의 행위나 상황에 대한 언급이 없다는 점도 지적했다.
재판부는 “원고에 대해 사회적 공분이 일어나 20년이 넘은 지금도 ‘병역을 기피한 재외국민동포의 포괄적 체류자격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면서도 “유씨가 법정연령인 38세를 넘겼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체류자격을 부여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또 “유씨가 다른 병역기피자들과 달리 기만적인 방식으로 병역의무를 면탈했다고 보더라도, 다른 사례들에 비해 불법의 정도가 가중된다거나 행정적 제재기간을 연장할 근거로 삼을 수 있다는 취지의 법률 규정은 찾을 수 없다”고도 했다.
유씨 측 대리인 류정선 변호사는 선고 직후 취재진에게 “여론이 좋지 않지만, 법률적으로 따지면 재외동포 체류 자격을 거부할 사유가 없다는 점을 (법원이) 명확하게 판단했다”고 했다. 또 “(유씨) 본인이 한국을 떠난 지 너무 오래돼서 한국에 오고 싶어하는 마음이 있었고, 자신이 한 행동에 비해 너무 가혹한 제재를 받은 걸 공식적으로 인정받고 싶어했다”며 이번 소송은 ‘명예회복성 소송’이라고 했다.
김혜리 기자 ha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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