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만 ‘반도체 부활’ 日과 초밀착…中은 공급망 자립 총력[반도체 新한일전]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미중 기술 패권 전쟁으로 세계 반도체 산업이 다시 지각변동을 맞고 있다. 40년 전 일본을 견제했던 미국은 이제 중국과의 반도체 패권 전쟁에서 일본을 지렛대로 활용하며 일본의 가장 강력한 지원군으로 변신했다. 대만 역시 중국의 지정학적 위협에 맞서 일본과 초밀착하고 있다. 이 틈을 타 일본은 자국 반도체 산업 부활을 밀어 붙이는 모양새다.
미국과 일본은 대중 견제라는 공통된 이해관계 속에 강하게 밀착하고 있다. 세계 3위 경제국인 일본의 동참으로 대중 ‘디리스킹(위험 제거)’ 전략의 추진력을 얻으려는 미국과, 이를 기회로 반도체 산업을 다시 부흥시키려는 일본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일본에 대한 미국 기업들의 적극적인 투자가 눈에 띈다. 지난 5월 미 반도체업체 마이크론은 일본에 최대 5000억엔(4조6200억원)을 투자해 일본 히로시마 공장에서 10나노 6세대 공정의 차세대 D램을 생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보조금으로 2000억엔 지원을 약속했다.
미국 IBM의 경우 일본 대표 기업들이 뭉쳐 만든 국책 파운드리 회사인 라피더스와 함께 차세대 반도체를 공동 개발 중이다. IBM은 구글과 함께 미일 양자컴퓨터 공동연구에도 총 1억5000만달러(1934억원)를 지원키로 했다.
미국과 일본은 첨단 반도체 분야의 인재 육성에도 손을 잡았다. 양국은 지난 5월 지나 러먼도 미 상무장관과 니시무라 야스토시 일본 경제산업상의 만남을 계기로 차세대 반도체 기술 개발과 인재 육성에 관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마련하기로 했다.
미일 반도체 협력을 통해 일본은 미국의 인도·태평양 안보의 주요 동맹임과 동시에 대중 ‘디리스킹’ 전략의 핵심으로 새롭게 입지를 다지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최근 “미국과 동맹국들이 향후 반도체 지형에서 중국의 역할을 제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일본은 글로벌 반도체 가치 사슬에서 더 큰 역할을 모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만 역시 반도체 분야에서 일본과 동맹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중국의 위협에 대응해 자국에 집중된 생산 시설을 분산하려는 가운데 일본은 대만의 최우선 선택지 중 하나다. 대표적인 사례가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기업인 대만 TSMC의 일본행이다.
TSMC는 소니와 협력해 구마모토현에 짓고 있는 일본 내 첫 반도체 공장에 이어 두 번째 공장 건설 계획을 지난달 공식화했다. 추가 투자 규모는 1조엔(9조2500억원)으로 알려진다. 이어 지난 5일에는 대만 3위 파운드리 기업 PSMC도 일본 금융지주사인 SBI홀딩스와 함께 일본에 12인치 웨이퍼 공장을 건설키로 합의했다.
반면 중국은 미국 주도의 첨단기술 제재에 맞서 보복 조치로 응수하는 한편 반도체 자립 실현에도 총력을 기울이는 분위기다. 자체적으로 첨단 반도체 공급망을 구축함으로써 중국을 고립시키려는 국제사회의 노력을 무력화시키겠다는 계산이다.
미 외교전문지 디플로매트는 올 초 중국 정부가 중국 최대 메모리 반도체 회사 YMTC에 19억달러 지원에 나선 것을 예로들며 “서방의 공급망 탈중국에 대응해 중국이 자체적으로 반도체 생산 능력을 구축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정부는 첨단 반도체 및 제조 장비 수입이 막히자 자국 기업에 중국산 장비·제품 사용을 압박하며 내수 시장 의존도를 높이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3월 중국 최대 건설장비 회사인 국영 쉬저우건설기계그룹을 방문해 “국산 반도체를 쓰고 있느냐”고 질문한 사실이 알려진 바 있다. 자국 기업에 반도체 자립을 공공연하게 압박하고 있는 모습이다.
미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는 “중국 장비업체들은 운영 경험이 많아야 더 좋은 제품을 만들 수 있지만, 정작 (중국에서도) 자국 장비를 선호하는 기업들이 거의 없었다”면서 “중국 정부의 ‘자국산 구매’ 압박은 이러한 악순환을 타개하기 위한 해결책”이라고 설명했다.
balm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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