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4차례 연속 동결…인상 불씨는 '여전'

이경남 2023. 7. 13.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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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기준금리 3.50% 동결…물가상승 둔화에 '안도'
새마을금고발 금융시장 불안에 기준금리 또 'STOP''
미국·물가·가계부채…기준금리 인상 변수는 주목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네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물가상승세가 둔화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최근 금융시장 불안이 커지고 있어 선제적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했다가는 위기감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고려된 모습이다. 다만 여전히 연중 추가 인상에 대한 불씨는 남아있는 모습이다. 

한국은행 기준금리 추이.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물가는 둔화, 금융은 불안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1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통화정책방향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연 3.50%를 유지해 운용한다고 밝혔다. 

이날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동결할 수 있었던 데에는 물가상승세가 확연하게 둔화된 것이 주요 근거가 됐다.

앞서 통계청이 내놓은 6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해 6월과 비교해 2.7%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2021년 9월 이후 처음으로 상승률이 2%대로 내려앉았다. 

그동안 기준금리 인상의 핵심 근거가 물가였던 점을 고려하면 최근 물가상승세 둔화가 금리 동결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역시 "6월중 소비자물가상승률이 2021년 9월 이후 처음으로 2%대로 낮아졌고 그간 경직적인 모습을 나타냈던 근원인플레이션율도 지난달 3.5%로 상당폭 하락했다"라고 말했다. 

여기에 최근 경제가 조금씩 살아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도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이 총재는 "수출 감소세가 둔화되면서 국내 경기 부진이 다소 완화되는 모습"이라며 "앞으로 소비가 완만한 회복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IT경기 부진 완화 등으로 수출이 개선되면서 성장세가 점차 회복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새마을금고 위기설 역시 한은이 이번에 기준금리를 동결한 이유로 꼽힌다. 최근 일부 새마을금고가 취급한 부동산PF(프로젝트 파이낸싱)이 부실화하면서 위기감이 확대됐고 일부에서 예금 인출(뱅크런) 조짐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정부는 '범정부 새마을금고 지원단'을 꾸리고 은행권도 새마을금고와 약 6조원 가량의 환매조건부채권 매입 계약을 체결하는 등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민관이 협동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해 시장에 공급되는 유동성이 줄어든다면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더욱 커질 수 있단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살아있는 금리 인상 불씨

한은이 기준금리를 동결하긴 하면서 일부 시장 참가자들은 연내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도 내비치고 있다. 하지만 한은은 여전히 연내 인하는 어렵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이창용 총재는 "앞으로 상당기간 긴축 기조를 이어나가는 것이 적절하다고 보고 있다"며 "금융통화위원회 6명 모두 3.75%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을 배제해서는 안된다는 의미다.

6월 들어 물가상승률이 전년대비 2%대로 낮아지긴 했지만 다시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는 게 첫번째 이유다. 

한국은행은 올해 연간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3.5%로 보고있다. 한국은행의 목표 수준인 2%보다는 여전히 높다. 물가안정을 위해 추가 인상 카드를 꺼내들 수 있다는 얘기다.

이 총재 역시 "물가상승률이 둔화되고 있지만 8월 이후에는 다시 3% 내외 수준으로 높아지는 등 상당기간 목표수준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라고 말했다. 

가계부채 역시 금리인상 가능성에 영향을 줄 전망이다. 최근 몇달간 민간금융회사들이 자발적으로 대출금리를 낮추면서 한동안 잠잠했던 가계부채는 다시 증가하고 있다.

앞서 한국은행이 내놓은 금융시장 동향을 보면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6월말 기준 1062조3000억원으로 전월 대비 5조9000억원 늘었다. 가계대출은 올해 3월까지 기준금리 인상 등의 영향으로 감소세를 보였으나 4월 증가세로 돌아선 뒤 우상향하고 있다. 특히 지난달에는 지난 2021년 9월 이후 가장 큰 증가폭을 보였다.

이 총재는 "여러 금통위원이 가계부채 증가세에 우려를 표했다"라며 "중장기적으로 국내총생산 대비 가계대출 비율을 줄이는 거시적 대응에도 균형있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가계부채 증가세가 지속된다면 통화정책을 통해 이를 조정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한미 기준금리 차이 추이. /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특히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여전히 열려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하는 상황이다.

최근 발표된 미국의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동기 대비 3.0% 상승했다. 전월과 비교해서는 1.0%포인트 낮아졌다. 이는 최근 20개월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미국 물가상승세가 둔화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미국 연준은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을 열어뒀다. 미 연준 역시 아직 원하는 수준으로 물가가 안정되지는 않았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달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진행된 금융안정 컨퍼런스에 참석해 "참석자들 대부분이 연말까지 두 차례 혹은 그 이상 금리 인상이 적절하다고 본다"고 말한 바 있다.

따라서 이달 있을 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면 한미간 금리차이는 역대 최고 수준인 2.00%로 확대된다.

이경남 (lkn@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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