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 이창용 "새마을금고 사태, 업권 아닌 개별기관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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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3일 새마을금고 사태에 대해 '특정 업권의 문제가 아닌 개별 기관의 문제'라며 "충분히 관리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이 총재는 이날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 후 기자간담회에서 "새마을금고 그 안에서 건전한 곳이 있고, 익스포저(위험노출액)가 큰 곳이 있다"며 "특정 섹터보다는 개별 기관의 문제이기 때문에 조정하고 연착륙하는 과정에서 순서 있게 대처한다면 충분히 관리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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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민선희 기자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3일 새마을금고 사태에 대해 '특정 업권의 문제가 아닌 개별 기관의 문제'라며 "충분히 관리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이 총재는 이날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 후 기자간담회에서 "새마을금고 그 안에서 건전한 곳이 있고, 익스포저(위험노출액)가 큰 곳이 있다"며 "특정 섹터보다는 개별 기관의 문제이기 때문에 조정하고 연착륙하는 과정에서 순서 있게 대처한다면 충분히 관리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새마을금고 사태 등 일부 부문에서 유동성 문제가 발생했을 때, 시스템 리스크로 번지지 않도록 유동성을 공급할 필요가 있다며 "새마을금고중앙회의 담보를 바탕으로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유동성을 지원하는 것이 한은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가계부채와 관련해서는 "부동산시장 연착륙을 위해 자금 흐름 물꼬를 트는 미시적 대응이 필요한 동시에 중장기적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을 줄여나가는 거시적 대응도 균형 있게 추진하는 접근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이 총재와의 일문일답.
--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 역전세난, 새마을금고 사태까지 부동산 레버리지로 인해 같은 시나리오 안에서 주인공만 바뀌는 것 같다. 다른 취약 부분에서 문제가 나타날 가능성은.
▲ 제가 또 다른 주인공 이야기하면 대서특필하겠죠. (웃음) 부동산 레버리지가 워낙 컸고 조정하는 과정이 순탄히, 아무 문제 없이, 조용하게, 될 것이라고 보지는 않는다. 다만 예전과 달리 다행인 것은 그동안 여러 규제가 작동하면서 한 섹터, 특정 증권, 상호저축, 새마을금고 등 한 섹터가 다 위기에 몰린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 새마을금고도 그 안에서 건전한 곳이 있고 익스포저 큰 곳이 있다. 지금 문제가 특정 섹터보단 개별 기관 문제이기 때문에 조정해가며 연착륙하는 과정에서 순서 있게 대처하면, 충분히 관리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 6월 가계부채가 크게 늘었는데, 금융당국에서는 아직 가계부채 억제 정책이 나오지 않고 있다. 아직 대응이 필요한 상황은 아닌지. 가계부채 문제에 금리 인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보나.
▲ 이번 금통위 회의에서도 여러 위원이 가계부채 증가세에 큰 우려를 표했다. 사실 이 문제는 정답이 있는 것이 아니고 정교한 정책 대응이 필요한 사안이다. 우리나라에서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지난 70년간 1997년 외환위기, 2003∼2005년 카드 사태, 코로나19 사태 이후 등 몇번의 위기를 제외하면 꾸준히 상승했다.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올해 103%로 내려왔는데, 이 비율이 계속 늘어나면 우리 경제에 큰 불안 요소로 작용하기 때문에 이를 더 키울 수 없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가계부채는 부동산시장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데, 단기적으로 급격히 조정하려고 하면 의도치 않은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최근 부동산 PF 문제, 역전세난, 새마을금고 사태 등이 예일 것이다. 지금은 단기적으로 부동산시장 연착륙을 위해 자금 흐름 물꼬를 트는 미시적 대응이 필요한 동시에 중장기적으로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을 줄여나가는 거시적 대응도 균형 있게 추진하는 접근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것은 정책당국과 한은 간 공감대가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정부와 함께 시장 불안을 최소화하며, 중장기적으로 가계부채가 완만한 하락세를 나타내며 연착륙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통화정책의 중요한 목표 중 하나로 생각하고 대응하자는 게 금통위원들과 제 생각이다.
앞으로 가계부채가 많이 늘어난다면 금리뿐 아니라 거시건전성 규제 강화 등 여러 정책 대응 옵션이 있고, 금통위원들도 모든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 자금시장에 물꼬를 터줘야 한다고 했는데, 원화 유동성을 충분하게 공급하겠다는 뜻인가.
▲ 원화 유동성 공급과 관련해 거시경제 전체와 미시적으로 타깃 해서 공급하는 것은 다른 이야기다. 거시적으로는 전체 유동성을 흡수하고 조절하는 상황이다. 다만 이번 새마을금고 사태, 지난 레고랜드 사태처럼 일부에서 문제가 나타났을 때 더 큰 시스템 리스크로 번지지 않도록 유동성을 공급해서 시장이 돌아갈 수 있게 해줘야 한다. 예를 들어 새마을금고중앙회가 담보를 팔 수 있게 하고, 유동성을 지원하는 게 제가 보기에 한은의 역할이다. 그런 유동성은 공급하지만, 미시적·거시적 유동성 공급은 구분해서 봐주셨으면 한다.
-- 한은이 긴축을 이어가고 있지만,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로 대출이 늘면서 투기가 과열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 가계부채가 늘어난 것은 우려스럽지만 미시적 정책을 하지 않아서 전세 자금이 안 돈다거나, 금융 불안정이 생겼다면 또 다른 문제가 됐을 것이다. 그래서 정교하게 양쪽을 다 보며 해야 한다. 정부의 역전세난 대책 등이 가계부채를 늘리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건 분명하다. 그러나 이는 미시적으로 자금시장 물꼬를 틀 필요가 있어서 하는 정책이고, 이 자체가 (거시적 통화정책과) 상충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정책 공조가 잘 된다고 볼 수도 있고, 통화정책이 무용화됐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평가는 조금 지난 뒤에 하면 좋겠다.
-- 4연속 금리 동결로 연내 금리 인하 기대도 커졌다. 금통위원들의 생각은.
▲ 계속 말씀드리지만, 물가가 목표 수준인 2%로 충분히 수렴한다는 과정에 도달했다는 확신이 들 때 인하를 논의할 것이다. 연말이나, 언제라고 시기를 못 박는 포워드 가이던스는 바람직하지 않다.
금통위원 여섯 분 모두 당분간 3.75%까지 오를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이유는 두 가지다. 미국 소비자물가상승률이 3%대로 낮아졌지만, 아직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를 몇 번 올릴지 불확실성이 크다. 그에 따라 우리 외환시장 변화할지도 봐야 한다. 두 번째는 우리 물가상승률이 예상대로 둔화하고 있지만 근원물가가 아직 목표 수준보다 높고, 가계부채 움직임에 대한 불확실성도 고려해야 한다. 이것에 유추해보면, 금통위원 중 금리 인하를 논의하는 분은 없다고 말씀드린다.
-- 하반기 경기 전망은. 중국 리오프닝 효과는 언제 나타날 것으로 보나.
▲ 5월 통화정책방향 회의 이후 상황을 보면, 미국 경제 연착륙 가능성이 커져서 우리 성장에 도움을 주는 반면에 중국 경제의 불확실성은 더 커졌다. 중국은 우리가 예상한 대로 성장률이 빠르게 오르지는 않는 것 같다. 예측이 어려운 게, 미국과의 하이테크 섹터 협상 분위기 등도 변수다. 다만 반도체 경기가 회복되는 등 좋아진 것도, 나빠진 것도 있어서 종합적으로는 5월 전망을 유지한다.
-- 지하철 요금 인상 등 공공요금 인상이 물가 전망에 미치는 영향은.
▲ 교통 요금뿐 아니라 전기·가스 요금 등 공공요금 관련해 지금까지 인상된 것은 연초 물가상승률 예측에 어느 정도 반영돼있다. 향후 추가로 오른다면 조정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지난번 물가 설명회 때 말씀드렸다. 근원물가 상승률에 불확실성이 있다는 게, 공공요금과 재정지출 상황 등을 봐야 하기 때문이다. 물가가 2%에 수렴한다는 증거가 필요하다고 했는데, 이런 변수를 유심히 본다.
-- 한국 GDP 순위가 13위로 떨어졌는데, 어떻게 평가하나.
▲ 지난해 우리나라 명목 GDP 13위로 떨어진 건 단기적으로 환율변화에 기인한 단기적 순위변화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지난해 석유 가격 상승 등 영향으로 달러 대비 환율이 많이 절하됐는데, 순위가 오른 브라질·러시아·호주 등은 에너지 생산국이자 수출국이라 환율 영향이 없었다. 더 걱정스러운 것은 중장기적으로 구조개혁을 미뤄서 경쟁력이 둔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저출산·고령화 등 추세는 정해진 미래라기보다, 어떤 구조개혁으로 대응하느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구조개혁을 하지 못해서 눈에 보이는 추세를 피할 수 없는 운명처럼 받아들이지는 말아야 한다, 바꿀 수 있다고 말씀드린다.
ss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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